안녕하세요? 영국품절남입니다.
한국은 아직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것 같지만, 이 곳 영국은 이제 제법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난답니다. 그래도 오후의 햇살은 꽤 따갑네요. 금년 영국 여름이 꽤 더웠고, 몸을 쓰는 아르바이트까지 했던 터라 몸보신 한다고 이런 저런 요리를 많이 해 먹었는데요. 이것 저것 시도하다가 뜻하지 않게 새로운 요리를 개발(?)까지는 아니지만 응용해 보게 되었습니다. 그 맛이 꽤 괜찮아서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사실 제가 요리에 취미가 있습니다. 유학 생활 하면서 요리실력이 제 전공을 능가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네요. 저희 아버지는 요즘도, "왜 그 힘든 공부를 하냐? 요리사 하면 더 잘할 것 같은데.." 라는 말씀을 종종 하시기도 합니다. ㅎㅎ
오늘 소개해드릴 요리는 "삼겹살 수육냉채"입니다. 돼지고기를 무척 사랑하는 품절녀님 때문에 돼지를 이용한 요리를 종종 해 왔습니다. 보통 오븐에 삼겹살을 굽거나, 아니면 된장을 풀어 수육으로 해 먹었지요. 그런데 금년 여름이 너무 덥다 보니 뜨거운 음식이 먹기 싫었습니다. 그래서 생각난 것이, 군대 시절에 종종 몰래 시켜먹던 겨자소스를 기본으로 "냉채 족발" 형태의 돼지고기 요리를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이번 요리에 들어가는 기본 재료입니다.
모든 재료는 영국 슈퍼마켓에서 구입한 것이지요.
사진에는 생강과 매운 빨간 고추를 빼 먹었네요.
재료 가격: 삼겹살 500g (3.16), 오이 (0.60), 마늘(0.30), 양파 (0.40), 파(0.75)
총합은 £5.21 (약 9,000원)
1. 일단 고기를 삶습니다.
원래 핏물도 빼야 하지만, 그 과정 생략하고 끓는 물에 그냥 넣어도 기름도 잘 빠지고 괜찮은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는 돼지고기의 잡냄새를 없애줄 때, 보통 마늘, 생강, 된장, 커피 가루 등을 넣습니다. 저는 약간 다른 중국식으로 해 보았네요. 진한 중국 간장 (슈퍼에 팝니다), 생강, 양파, 팔각, 식초 및 계피를 넣었습니다. 예전 야채 가게에서 계피 덩어리를 꽤 사놨는데, 다 떨어져서 이번에는 생략했습니다. 대신 팔각을 2조각 넣었지요.
진한 중국 간장은 냄비 속 내용물이 보이지 않을 정도 넣으면 됩니다. 고기 덩어리의 크기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는데, 이 고기는 끓는 물에 약 10분 정도, 다시 약불로 약 50분 삶았습니다.
2. 고기가 보글보글 삶아지는 동안 소스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소스는 일단 "겨자" 와 "마늘" 이 중요합니다. 지난 번에는 조금 달았던 관계로 이번에는 겨자를 좀 더 많이 넣고 (티스푼에 가득), 시럽을 덜 넣었습니다. 시럽이 없으신 분은 설탕 넣어도 됩니다. 간장 (일반 간장을 반드시 써야 합니다), 식초도 각각 두 큰 스푼 정도 넣어 주시고요. 소금도 약간 넣으면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참기름 반 스푼으로 마무리합니다. 참, 마늘은 3개 정도면 충분할 듯 합니다.
믹스에 넣어서 슝슝~~ 돌려줍니다.
믹스가 없으신 분들은 위 재료에 마늘을 미리 으깨서 넣으신 다음
젓가락이나 숟가락으로 휘저어도 될 듯 합니다.
3. 이제는 야채를 다듬어 볼게요.
파가 중요합니다. 쪽파를 얇게 썰어주시면 끝입니다. 오이는 그냥 동그란 툭툭 잘라주시면 됩니다. 영국 오이는 크기는 큰데, 안에 수분이 한국산 오이보다 많아 막상 자르면 무릅니다.
고기가 다 된 것 같습니다. 된장이 아니라 짙은 중국 간장을 써서 고기가 아~주 쌔 까맣습니다. 그냥 이대로 보기 좋게 잘라 쌈 싸먹어도 맛이 좋답니다. 다만 오늘은 차게 먹어야 하니 식혀야 하지요.
실온에 식혀야 한다는데, 돼지고기에 굶주려 있는 품절녀님의 인내는
이제 바닥을 슬슬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냉장고로 고~고~
냉장고에 한 30분 정도 두시면 어느 정도 식습니다. 너무 오래 두면 딱딱해 질 것 같네요.
보기 좋게 잘라서 접시에 놓습니다.
한가운데에 아까 잘게 썬 파를 놓아줍니다.
그리고 그 위에는 얇게 저민 고추를 살포시 얹어줌과 동시에 깨도 뿌려 봅니다.
주변은 그냥 오이로 둘러 보았습니다.
오이를 고기, 파, 고추 등과 같이 먹으니 매운 맛도 중화되고 좋더군요.
짜~잔 "삼겹살 수육냉채" 완성입니다.
뭔가 그럴 듯 해 보이지 않나요? 만들기도 쉬우면서도 맛도 꽤 괜찮답니다.
중국음식인지 한국음식인지 조금 헷갈리긴 합니다만, 맛있으면 그만이지요.
소스는 인터넷에서 냉채족발 레시피에서 참고를 했습니다. 다만 고기 삶은 법은 조금 변화를 주었지요. 아직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이 때, 손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시원한 돼지고기 요리일 듯 합니다.
여름 보양식 겸 입맛 돋우는 고기 요리에 "삼겹살 수육냉채" 추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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