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슬슬 월동 준비를 시작해야 하는 시기가 왔습니다. 요즘 가정마다 김장하느라 여성 분들은 참 힘드실 텐데요. 저희 집은 남들과 다르게 신랑이 김치를 담그고 있습니다. 올해에는 신랑이 처음으로 김장이라고 할 정도의 김치를 담궜습니다. 전에는 항상 작은 배추 3~4 포기 정도만 만들었으니까요. 몇 주 전에 지인 분의 차를 빌려타고 런던 뉴몰든의 한인 마트에 갔다가 큰 배추를 발견하고 8포기와 무 한개를 사왔답니다.
저희는 큰 배추를 싸게 구입하여 기뻤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이 앞섰습니다. 왜냐하면 8포기 배추를 담글만한 큰 용기가 없기 때문이었지요. 또한 대용량의 김치를 어디에 보관해야 할지도 막막하기만 했습니다. 그래도 저는 "무조건 사고 보자, 만들어서 밖에 놓고 먹지 뭐.." 무대포로 신랑의 우려를 잠재웠습니다.
영국 대형 마트 배추와는 비교가 안 되는 큰 포기 배추
동네 마트에서 큰 플라스틱 통을 사오긴 했지만, 그래도 8포기를 한꺼번에 담을 수 없었기에 4포기씩 나눠서 김장을 하기로 했습니다. 먼저 김장에 앞서, 김장에 필요한 준비물을 소개해 드립니다.
가장 시간이 많이 걸리는 배추 절이기
큰 통이 없는 관계로 배추를 나눠 절입니다.
이제 "신랑표 김장"이 시작됩니다.
신랑은 김치를 담글 때마다 항상 하는 말이 있어요.
역시나 이번에도 합니다.
나같은 신랑이 어딨냐?
결혼해서 김장까지 하고 살 줄은 정말 몰랐다.
맞습니다, 이런 신랑 또 없습니다.
사실 저 역시도 영국에서 김치를 담궈 먹으면서 살 줄은 전혀 몰랐어요.
직접 김치를 담그자는 신랑의 말에 깜짝 놀랐었거든요.
신랑은 칼질을 참 잘합니다.
양파, 생강, 마늘, 빨간 고추를 믹서기에 넣고 갈아버립니다.
찹쌀죽은 간편하게 찹쌀 가루와 물을 넣고 섞어주면 됩니다.
용기 둘에 나눠서 김치 만들기를 하는 신랑~~
저는 옆에서 신랑의 요구에 맞춰 일사 분란하게 움직여야 합니다.
제대로 도와 주지 못하면 잔소리가 심해지거든요. ㅎㅎ
제가 좋아한다고 무도 많이 넣어 줬어요.
Day 1 - 배추를 잘게 잘라 만든 김치~
아쉽게도, 둘째 날은 포기 김치에다가
깻잎 김치도 만들었는데... 메모리 카드 없이 사진을 찍었더군요. ㅠㅠ
Day 2 - 포기 김치
짜잔~~
양 이틀 간 걸려서 담근 신랑표 배추 김치와 깻잎 김치
신랑은 이틀 동안 김치를 담그고 힘이 빠져버렸습니다.
그래서 제가 준비한 돼지고기, 배추 된장국과 김장 김치로 저녁 식사를 했지요.
영국와서 처음 먹어 본 신랑표 깻잎 김치
신랑도 난생 처음 만들어 본 것이라고 하는데요.
역시나 손맛이 있는 사람이라서 그런지 요즘 우리 집의 밥도둑입니다.
이렇게 저희 집은 결혼하고 난생 처음으로 김장이라는 것을 했습니다. 소형 냉장고에 김치가 가득 들어가 있는 것을 보니, 밥을 안 먹어도 뱃속이 든든한 기분이 드네요. 김치 냉장고도 없고, 금방 김치가 쉬어 버릴까 걱정되어, 지인 분들께 김치를 선물하기로 했습니다. 세 분께 드렸는데 반응이 꽤 좋네요. 특히 한 지인 분은 너무 맛있다면서 김장 비법을 전수해 달라고 하셨답니다.
영국에서는 한식을 제대로 먹으려면 자급자족을 해야 하는데요, 특히 김치는 워낙 비싸다 보니 직접 담가 먹어야 싸게 많이 먹을 수 있습니다. 요즘은 반찬 걱정없이, 신랑표 김치를 재료로 삼아 이것 저것을 해 먹고 있는데 매일 먹어도 질리지가 않네요. 맛있는 요리와 반찬은 물론이고 김장까지 해 주는 신랑을 만난 저는 참 행운아인 것 같아요. 비록 신랑이 요리하는 것이 취미이긴 하지만, 김장까지 하는 것은 힘들긴 해요. 그래서 한국가면 절대 안 한다고 하네요. ㅎㅎ 저는 그런 신랑에게 항상 고맙지요. 이런 신랑 또 없겠지요? 우리 신랑 최고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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