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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영국 귀양살이 seasno 1 (2010-2014)/영국인과 문화

영국 아줌마의 미소 뒤에 감춰진 모습에 놀라

by 영국품절녀 2011. 8. 4.


작년 5월부터 현재까지 특별한 일이나 몸 상태가 나쁘지 않은 한, 저는 매 주 수요일 영국 아줌마들과 자원봉사 일을 하고 있어요. 이미 제 블로그의 독자이신 분은 아실테지만요, 전 교회에서 운영하는 카페에서 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제가 맡은 역할은 영국인들의 점심 식사 메뉴인 샌드위치, 자켓 포테이토, 플러먼 등을 만들고, 서빙하는 것 이지요. 처음에는 주문 받는 것도 힘들고 겁이 났는데, 여전히 실수는 하지만, 그래도 점점 익숙해지고 있지요. 요즘에는 제가 만든 음식의 맛과 친절한 서비스에 대한 칭찬도 받고 있답니다.


제가 영국에 와서 참 좋았던 것 중의 하나가 '영국 사람들의 미소'입니다. 이들은 상대방과 눈이 마주치면 항상 웃으면서, 인사를 하거나 안부를 묻습니다. 설사 처음 오신 손님들도 항상 미소를 띈 얼굴로 쳐다 봐 주시지요.
저는 그들의 여유로운 모습이 참 좋습니다. 그런데.... 그런 웃음이 결코 그들의 마음에서 우러나는 좋은 의미만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 아님을 깨닫고 말았지요.


                                            영국 여왕의 미소는 본 글과는 연관이 없습니다. ^^     (출처: AP 연합)


한 달 전쯤에, 저희 교회 멤버시고, 매 주 저희 카페 청소 일을 자원해서 도와주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 부부는 항상 카페에서 점심을 드시는데, 문제의 그 날, 제가 그 부부의 주문을 맡았지요. 제가 서비스 했던 그 아내분의 자켓 포테이토가 하필 덜 익었던 거에요. 한 입 드시고 저에게 오더니, 너무 딱딱해서 먹을 수가 없다고 하는 거에요. (솔직히 입에서 녹을 정도만 아니었지, 씹지 못할 정도의 딱딱한 것은 아니었거든요) 전 물론 당황했지요. 이런 일이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을 뿐더러...너무 예상치 못한 상황에...전 "감자를 전자 렌지에 돌려주겠다"고 말하고 있는 찰나에... 저랑 같이 일하는 영국 아줌마가 완전 친절하게 웃으면서 "미안하다, 다시 새 것으로 바꿔 주겠다. 진짜 미안하다" 계속 사과를 하는 거에요. 저 때문에 사과하는 아줌마의 모습에 전 너무 고맙기도 하고 죄인이 된 기분이었어요.

 
전 기분이 좋지 않았지요. 그런 모습을 본 매니저 분은 저에게 "너는 잘못한 것 없다. 전혀 걱정하지 마라" 이러면서 저를 위로하셨어요.그런데, 아까 그렇게 사과를 하고 새 음식을 내주고 돌아온 아줌마의 얼굴은 좀 전에 미안해 하던 모습과는 딴 판이었어요. "원래 그 사람 까다로워" 그러시더니, 갑자기 봉사하시는 아줌마들과 함께 그 여자 분의 흉을 막 보더라고요. 그런 전혀 다른 두 얼굴의 모습을 보면서 순간 전 너무 놀랐답니다.  하긴 한국인들도 앞에서는 안 그러는 척 하면서 뒤에서는 남의 흉을 보긴 하지만요. 앞에서는 정말 너무 친절하게 웃고, 미안해서 어쩔 줄 몰라하다가, 언제 그랬냐며  갑자기 정색을 하면서 막 흉을 보는 모습에 전 적응이 안 되더라고요.        


                         영국 아줌마의 모습에서 갑자기 지킬 박사와 하이드가 떠올랐어요. (출처: 구글 이미지)


가끔씩 제가 실수를 하거나 그럴 때 아줌마들은 제 앞에서는 환하게 웃으면서 "괜찮아, 신경 쓰지마" 항상 이러시거든요. 그런데, 이 사건을 겪고 나니, 뒤에서는 "쟤 왜 저렇게 실수하고, 일을 못 하니? 이렇게 저의 흉을 보는 것은 아닐지.. 괜히 신경이 쓰이는 것도 사실이랍니다. 하지만, 뭐 뒤에서 욕하는 것 까지 제가 신경 쓸 필요 있겠어요?  오늘도 함께 일하면서 활짝 웃는 아줌마들의 미소가 가끔은 섬칫하게 다가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