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세상에 살고 있지만, 아직 영국에는 인간미가 느껴지는 그들만의 아날로그 식의 소통법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제가 영국에 살면서 알게 된 사실은 영국인들은 축하, 감사 등 특별한 기념일에는 주로 주고 받는 것이 “카드” 입니다. 그 뿐 아니라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 종종 서로에게 위로, 회복 등등을 기원하는 때에도 역시 카드로 마음을 전하고 있지요.
제가 자원 봉사를 하는 곳에서는 거의 매 주마다 빠지지 않고 해야 하는 것이 다름 아닌 "카드 쓰기"에요. 그 내용은 참으로 다양하지요. 예를 들어 생일 축하, 안부, 건강 회복을 위한 기원, 위로 등입니다. 아무래도 연로하신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일을 해서 그런지, 건강 회복에 대한 카드와 가족의 장례에 따른 위로의 카드를 써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 입니다. 물론 가장 많이 쓰는 것이 생일 카드이긴 하지만요. 평소 한국에서 카드를 자주 써보지 않았던 터라 처음에는 뭐라고 써야 할지 참 낯설기도 했는데, 이제는 척척 이런 저런 말을 바꿔가면서 카드 쓰기의 달인이 되어 가고 있지요. ^^
자원 봉사 함께 하는 분들에게 받은 생일 카드입니다.
제가 영국에 오기 전에 읽었던 책 내용 중에 “선물 받고 “Thank you”만 연발하지 마라” 라는 문구를 본 적이 있어요. 영국인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백 마디의 Thank you보다는 Thank you note를 적은 카드를 전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저희 같은 외국인들은 누군가에게 선물을 받으면, 할 수 있는 말이 솔직히 "Thank you"밖에 없어요. 특별히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아니면 Oh, You shouldn’t have. 아, 이러실 필요까진 없는데… 뭐 이 정도 말하면 되겠지만요.
작년 겨울에 옆 집 영국 할머니에게 저희는 위로 note를 받은 적이 있어요. 저희가 좀 안 좋은 일이 있었는데, 주인 집 아줌마가 옆집 할머니에게 그 사실을 이야기 했나 봐요. 저희 집 우편물 넣는 구멍으로 옆 집 할머니께서 위로의 note를 넣으셨더군요. 내용은 너의 이야기를 들어 유감이다. 힘내라 뭐..이런 식의 내용이었던 것 같아요. 솔직히 그런 말을 들었다고 그 당시의 상황이 달라지지는 않았지만, 그것을 읽으면서 우리를 생각하는 사람이 이 곳에 있다는 생각에 힘이 나더라고요.
영국에서 가장 카드를 많이 주고 받는 날은 단연 영국인들의 가장 큰 명절인 크리스마스입니다. 보통 영국인들은 카드를 charity shop에서 많이 사는 경향이 있어요. 왜냐하면 자선을 위한 이유도 있고요. 또 다른 상점보다 값이 싸기도 하고요. 저도 작년 크리스마스에 Cancer research에서 크리스마스 카드를 사서 주변 분들에게 드렸지요. 그리고 크리스마스가 지난 후에는 카드 가격이 거의 90% 할인하여 팔더라고요. 그래서 올해 크리스마스를 위해 미리 몇 개 사두었어요.
제가 자원봉사를 하는 카페에서 파는 1파운드 카드에요.
옆에 나무로 만든 모금함 보이시지요?
맘에 드는 카드가 있으면 돈을 넣고 가져가는 셀프 서비스 입니다.
카드 판매 수익금은 자선단체에 보낸다고 하더군요.
제가 아는 영국 아줌마는 카드 앨범을 가지고 있어요. 지나다니면서 예쁜 카드가 있으면 수집해 놓았다가, 필요할 때 사용하시더라고요. 카드들이 얼마나 고급스럽고 예쁘던지요. 그래서 저도 이제는 예쁜 카드가 있으면 하나씩 수집하려고 생각 중입니다. 한국에도 예쁜 카드가 많긴 한데요. 영국은 워낙 카드 보내는 것이 일상적이기 때문에 훨씬 다양한 스타일의 카드가 많은 것 같아요. 여러분들도 주변 분들에게 감사, 위로, 축하 등의 카드를 종종 보내면서 더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아요.
영국에서 연애할 시절에 울 신랑이 저에게 처음으로 보낸 사랑의 카드입니다. 카드 안의 그림은 저희가 처음 함께 여행 간 파리 레스토랑에서 찍은 사진을 신랑이 직접 그려서 준 거랍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고 아끼는 카드에요.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끔 이렇게 사랑이 듬뿍 담긴 카드를 주고 받으면 얼마나 행복하겠어요. 가끔은 아날로그 방식이 더 좋을 때가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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