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한 V자 사진 포즈, 당황한 영국 친구들의 반응

해외에 나오면 사진을 찍는 일이 많아 집니다. 저는 원래 사진 찍는 것에 큰 관심이 없었는데, 블로그를 운영하게 되면서부터 외출 시 챙기는 것이 바로 디지털 카메라이지요. 요즘에는 해외 여행 및 어학연수로 오는 대학생들의 필수품이 단연 부피가 큰 DSLR 카메라입니다. 이토록 여행과 사진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임이 분명한가 봅니다.

 

보통 한국인, 일본인들이 사진을 찍을 때 취하는 포즈를 보면, 하나같이 V자 표시를 하지요. 왜 V자 표시를 하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저의 개인적인 경험으로 보아서는 어려서부터 그냥 자연스럽게 주변 사람들이 그렇게 하니깐 따라서 하게 된 것 같기도 하고요. 어쩌면 Victory의 앞 자인 V를 표시하는 것일 수도 있고요. 확실한 증거는 없지만, 제 나름대로 생각을 해 본 것입니다.

             나나와 리지의 충격적인 생얼 기사를 보다가, 이들이 취한 V자 포즈를 보고 생각이 났어요. (출처: 파이낸셜 뉴스)
                                               
                                                 같은 V자 포즈인데, 영국에서는 무엇이 다른 것일까요?

영국에 와서 한국인, 일본인들의 사진을 찍어 주면서, 정말 많은 사람들이 V자 표시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국에서도 워낙 익숙한 포즈이므로 전 그냥 아무 의미 없이 생각했었지요.

그런데, 신랑이 어느 날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 주었어요.
영국에서는 V를 손가락으로 표시(손바닥이 자신을 향하고 있는)하는 것이 F로 시작하는 욕과 같다고 하는 겁니다. 전 그 말을 듣고 화들짝 놀랐어요. 아니 V가 왜 욕이야?? 어느 날 영국 석사생인 일본인 친구, 영국인 친구들과 함께 사진을 찍는데, 역시 일본인 친구가 V자 표시를 했다고 해요. 그런데, 갑자기 영국인 친구가 사진 찍을 때 V자 표시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대요. 이유인 즉슨, 영국에서는 V자 표시가 욕이라고 하면서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는 겁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영국 친구들이 사진 찍을 때 V자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는 것 같군요. 이런 사실을 알고 있던 울 신랑이 다른 파티에서 사진 찍을 때 영국인 친구들을 보면서 장난 삼아 V자 표시를 했더니, 친구들이 다들 Oh, no, please!!! 이렇게 반응을 했다고 해요.

                                  루니가 첼시 팬들에게 V자 욕을 했다가 구설수에 올랐지요. (출처: Dailymail.co.uk)

                            사진 찍을 때 이렇게 V자 표시를 하면 영국인들 표정 완전 구겨질 꺼에요. (출처: 구글 이미지)
          

제가 알아보니, V자 표시에도 법칙이 있더군요. V자 표시를 할 때 손바닥이 나를 향하면 영국에서는 F로 시작하는 욕 이상을 뜻한다고 해요. 한국 연예인들이나 어린 친구들을 보면, 특히 셀카를 찍을 때 V자 표시를 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봅니다. 간혹 남들과 다르게 보이기 위해 손바닥이 자신을 향하는 V를 하기도 하지요. 근데, 영국에서는 그 V표시가 심한 욕을 뜻한다는 것이지요. 반면에, 평상시 가장 많이 하는 손등이 자신을 향하도록 하는 V는 승리, 자유의 표시를 상징한다고 합니다.

                                           유명한 처칠의 승리와 자유의 V자 표시입니다. (출처: 위키피디아)

영국에 살면서, 내가 알지 못했던 것들을 참 많이 알게 됩니다. 어떠한 행동이 한국에서는 아무 것도 아닌데, 영국에서는 남을 불쾌하게 만드는 행동이 될 수도 있네요. 로마에 살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이 갑자기 생각이 나네요. 영국에서는 사진을 찍거나, 물건 두개를 달라고 할 때, 욕을 상징하는 V자 (손바닥이 나로 향하는) 표시는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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