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권 국가로 오는 한국인들 중 일부는 자신의 한국 이름 대신 영어 이름을 사용합니다. 아마도 주된 이유는 외국인이 한국 이름을 발음하기 어렵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보통 대부분 어학연수 및 유학이 목적인 한국 학생들은 수업 시간의 교수 및 교사와 같은 학과(반) 친구들에게 빠르게 자신의 존재를 인식시키기 위해서 그들이 쉽게 발음하고 기억하기 좋을 만한 영어 이름을 사용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우리가 한국에서 영어 학원에 다닐 때에도 영어 이름으로 바꾸는 것도 이와 마찬가지이겠지요.
전에 제가 어학연수 및 석사 시절에도 주변의 한국 학생들이 영어 이름으로 바꾸어 사용하는 비율이 꽤 되었습니다. 그 당시 한국인들의 영어 이름과 관련하여, 한국 학생들끼리 설전이 오간 적이 있습니다.
(출처: 구글 이미지)
영어 이름으로 바꾼 학생들의 주장:
이름은 부르라고 만들어진 것이다. 한국 이름이 어려워 상대방(외국인)이 제대로 부르지 못하는 그런 이름은 이 곳에서 제 역할을 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영어권에서 사는 이상 그들이 편하게 내 이름을 부를 수 있고, 기억하기 좋게 이름을 바꾸는 것이 서로에게 좋다고 본다. 설사 내가 영어 이름으로 불린다고 해서, 내가 한국인이 아닌 것도 아닌 즉, 정체성이 바뀌는 것이 아니므로 상관없다.
한국 이름을 고수해야 한다는 학생들 주장:
이름은 단순히 부르라고만 지어진 것이 아니다. 이름에는 그가 누구인지, 국적이 어디인지 등 정체성이 들어가 있다. 한국 이름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왜 상대방 편의를 위해 굳이 내 이름을 나와 아무런 관련도 없는 영어 이름으로 바꿀 필요는 없다. 외국인들이 보기에도 영어 이름으로 바꾼 한국인들이 이상하게 보일 게 분명하다.
결론은 "서로의 주장이 맞다"로 의견을 한치도 좁힐 수가 없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정답은 없는 것 같아요. 자신이 정한 논리에 따라 영어 이름으로 바꾼다거나, 아니면 한국 이름을 사용하면 되는 것 이지요.
사실 제 경험상 외국인인 저도 영국인 및 타 국적 사람들의 이름을 정확하게 발음하거나 기억하는데에는 시간이 걸리고, 발음하는 것도 쉽지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그들도 한국 이름을 정확하게 발음하고 기억하는데 무척 어렵다고 합니다. 특히 받침이 많을수록 더 힘이 들지요. 그래서 저를 포함해서 외국인 친구들은 서로 만날 때마다 몇 번씩 이름을 재차 다시 물어보거나 대답하느라 한동안 통성명은 흔히 일어납니다. 이건 어쩔 수 없어요. 어쩌면 당연한 일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일부 한국인들은 처음에 영국에 와서는 자신의 한국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긴 합니다. 물론, 아예 처음부터 영어 이름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그리고는 영국인들이 자신의 한국 이름을 잘 못 알아듣거나 발음을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면 보통 쉬운 영어이름으로 금새 바꿉니다. 사실 이해는 됩니다. 영어 이름을 쓰면 외국인들이 금방 기억하거든요. 또한 대부분 어학연수 생인 한국인들은 수업 시간에 발음이 어려운 한국 이름을 갖게 되면 영국인 교사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기 다소 꺼려하거나, 이상하게 부른다고 하더라고요.
(출처: 구글 이미지) 그렇지만, 전 개인적으로 한국 이름을 쓰는 것에 동의합니다. 저의 경우에는 영국인이 정확하게 발음하기에 좀 어렵습니다. 그래서 전 제 이름과 거의 비슷한 발음을 가진 영국 여자의 이름 connie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처음에 만나는 사람에게는 항시 "내 이름이 한국어로는 OO라고 발음이 되지만, 약간 쉬운 발음으로 이 이름을 사용하는 것이다" 라는 설명을 덧붙입니다. 그러면 일부 외국인들은 제 한국 이름을 정확하게 발음을 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저는 다른 영어 이름으로 아예 바꾸기 보다는 한국 이름과 비슷한 발음의 영국 이름을 찾아서 사용하고 있어서인지 상대방이 편하게 부르기도 하고 기억도 쉽게 하는 것 같습니다.
어떤 영국인은 아예 대놓고 한국인에게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너의 한국 이름은 발음하기 너무 어려운 것 같아..
차라리 쉬운 영어 이름으로 바꿀 의향 없니?
영국의 부자들만 산다는 지역에서 일을 하는 한국인 친구가 그 곳의 영국인에게 들었던 말 입니다. 참고로 그 곳에는 한국인은 물론이고 동양인 및 외국인들도 거의 살지 않는 곳이라고 합니다. 집도 으리으리하고, 집 값이 무척 비싼 지역이라고 해요. 영국인들에게 물어보니 상당히" Posh(상류층의)한 동네"라고 하더군요.
전 그 영국인의 말을 듣고 참 어이가 없었습니다. 어떻게 대놓고 한국어 발음이 어려우니 나를 위해 영어 이름으로 바꾸라는 말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이런 말을 들은 그 한국인은 어떻게 반응을 했을까요?
내 한국 이름이 발음하기 어렵다는 것은 나도 안다. 그래도 당신이 내 이름이 기억날때까지 나에게 계속 물어봐라. 난 너가 내 이름을 기억할때까지 계속 말해 줄 수 있다. 또한 내 한국 이름을 정확하게 발음하는 것이 힘들다면, 그냥 비스무리하게 불러도 된다. 난 너가 그렇게 불러줘도 괜찮다.
이 말을 옆에서 들은 다른 영국인이 그녀에게 이렇게 말을 했답니다.
너 대답 정말 잘했다. 사실 이 말이 인종 차별 뉘앙스로 들릴 수도 있거든. 영국인이 내 한국 이름을 발음 하지 못한다고 해서 내 이름을 영어로 바꿔야 하는게 말이 되냐? 이렇게 대응할 수도 있었을텐데... 그런데 너는 끝까지 예의 바르게 너의 의견을 주장하면서 상대방이 너 이름을 계속 기억하도록 또한 연습시키도록 했다.
저도 그녀가 참 현명하게 대처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일부 영국인들은 다른 언어를 배우는 것에 큰 관심도 없을 뿐더러 다른 언어를 발음 하는 것마저 귀찮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러면 안 되는 것이지요. 우리도 그들의 어려운 이름을 기억하려고 애써 부르는데, 왜 그들은 자신들의 편의만 생각하나요? 또한 왜 우리가 그들의 편의를 위해 이름까지 바꿔야 하는지 참 공평하지 못한 것 같거든요. 그들이 비록 한국어 발음을 잘 못하더라도 한국 이름을 기억하고 비슷한 발음이라도 하려고 노력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합니다.
예로 영국 대학에 다니는 한국인 여학생이 있는데, 그녀 역시 한국 이름을 사용하고 있어요. 그녀 이름도 받침이 있어서 영국인 친구들이 그녀의 이름을 처음에 발음하기 어렵다고 투정을 했답니다. 그녀는 그들에게 비슷하게 불러도 상관없다고 했다는데요. 그들은 한국 이름을 계속 부르다보니 이제는 정확하게 발음을 한다고 했어요. 즉, 계속 부르다 보면 자연스럽게 연습이 되거든요. 불가능이란 없다는 것이지요.
여러분들은 외국에 나온 한국인들의 영어 이름 혹은 한국 이름 사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한국 분들 해외에 나오기 전에 이 부분 한 번 고심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It's up to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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