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학업(어학연수), 여행 목적으로만 단기간 해외 생활을 했던(하는) 한국 사람들은 "해외 생활이 힘들다"의 강도를 크게 잘 느끼지는 못 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들도 학업 스트레스 및 낯선 문화, 생활, 언어 적응 등으로 인해 안 힘들다는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제가 미혼일 때 영국에서 석사를 했었을 때에 분명 해외 생활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그 당시는 학업 스트레스 말고는 그럭저럭 해외 생활은 재미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가 결혼 후에 겁없이(?) 신랑을 따라 또 다시 영국으로 나올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네요.
해외에서 사는 한국인들은 현지에서는 자신이 이방인처럼 느껴집니다. 차라리 아주 어렸을 때부터 혹은 이 곳에서 태어나서 살면서 영국인과 같은 마인드를 가지고 터전을 이 곳에서 꾸리고 살았다면 모르겠지만요. 저처럼 성인이 되어 나온 외국인들은 현지인들과의 관계 형성 및 타지 생활이 쉽지 않아요. 저희같은 외국인 부부는 영국인들과 만날 수 있는 장소는 오로지 학교 및 교회정도 밖에 없습니다. 신랑은 학교 친구, 교수들 정도 친분 관계를 맺고 있으며, 저 역시 영국 교회 및 자원봉사, 취미 관련 모임 등을 통해 영국인들을 알게 되지요. 따라서 제 나이 또래의 영국인들보다는 대부분이 중년 아줌마 혹은 할머니들입니다. (만일 제가 아이가 있다면 또래의 학부형들과도 친해질 수 있는 기회가 있겠지만요.) 물론 국제 학생 모임등을 통해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을 사귈 수 있지만, 보통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이어서 그런지 저에 비해 너무 어리네요.
그런데, 영국인과 결혼한 제 또래 외국인 여자들을 보면서 느꼈던 "해외 생활에서 현지인과 결혼하면 좋은 이유 세 가지"를 한 번 들어 보세요.
1. 현지 생활 적응 및 사람들과의 관계 형성이 빠르고 쉽다.
현지인과 결혼한 외국인 여자는 영국이라는 사회에 적응이 훨씬 빠릅니다. 영국인 신랑이 가교 역할을 하기 때문에 현지 문화 및 생활 적응이 다소 쉬운 편 입니다. 신랑은 외국인 아내를 위해 낯선 문화 및 생활 적응, 현지인들과의 관계 형성에 큰 도움을 주려고 하기 때문이지요. 예를 들어, 처음 낯선 곳에 와서 생활을 할 때에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 문제 - 집에 뭔가 고장 났을 때 전화 한 통 하는 것 조차 - 외국인 아내들은 해결하기 힘들 때가 대부분입니다. 그럴 때 현지인 남편은 아주 쉽게 문제를 척척 해결해 주지요.
저희처럼 외국인 부부들이 영국에서 생활을 할 때에 일상 생활 가운데 해결 할 문제들은 너무도 많습니다. 그럴 때마다 남들에게 묻고 찾아보고 그렇게 했던 시행착오 및 어려움들을 현지인 배우자를 가진 여자들은 잘 알지 못합니다. 당연하겠지요. 신랑이 다 알아서 처리했을 테니까요. 물론 이런 것으로 인해 아내들은 자존심이 상하기도 한다고 하지요. 자신의 힘으로 아무것도 하지 못해 남편에게만 의지하는 상황이 빈번하니까요. 그래도 시행착오로 인한 스트레스보다는 약간의 자존심은 상하겠지만 현지 상황을 잘 아는 남편이 있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와 함께, 현지인 남편과 결혼한 한국인 여자들과 이야기를 해 보면, 제가 전혀 알지 못했던 영국에 대해 많이 알고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즉, 저는 2년 동안 천천히 직접 터득한 영국에 대해서 그녀들은 단 몇 달 만에 영국인 남편, 친구, 가족들로부터 빠르게 전달받고 습득한다는 것 입니다. 그래서 전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너무 흥미로운 것 같습니다. 제가 경험하지 않고서는 절대 알 수 없는 것들을 그녀들을 통해 간접 경험을 할 수 있으니까요.
미수다에 나온 외국 여자들도 한국인과 결혼하면서 한국 생활이 더 편해졌을 거에요.
2. 현지인이 받는 다양한 복지 혜택 및 자녀 교육
최근 점점 영국인에게 주는 정부의 복지혜택이 삭감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복지 수당 혜택이 전혀 없는 외국인들과 비교해 보면 현지인과 결혼한 가족 생활은 천국입니다. 예를 들면 출산 수당, 자녀가 성인이 될 때까지 매 주 양육 수당 제공 및 자녀들의 공교육 무료 등 입니다.
영국에서 자녀를 둔 외국인 신분의 한국 아줌마들은 영국인과 결혼한 한국 아줌마들을 부러워할 수 밖에 없어요. 자녀 유학을 위해 온 한국인들은 (영주권이 없는 한) 전혀 보조금 혜택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비싼 사립학교를 보내야만 합니다. 거기다가 영국 정부는 자녀 양육을 목적으로 온 기러기 엄마들은 직업조차 구할 수 없는 비자를 발급하지요. (단, 부모가 학생 비자로 왔다면 - 공립학교 입학 시 - 자녀 교육이 무료지만요.) 대학 학비도 과거보다는 많이 오르긴 했지만, 외국인보다는 아직도 현지인들의 학비가 다소 싸며, 영국 학생들은 쉽고 값싸게 등록금 및 생활비 대출 (Student loan) 을 받을 수 있습니다.
3. 빠른 언어 습득 및 취업 기회
영어를 가장 빨리 느는 방법이 바로 "현지인과 사랑에 빠져라" 입니다. 현지인들을 사귀면 계속 영어로 대화를 해야 하고, 그들이 사용하는 정확한 표현을 쉽고 빠르게 배울 수 있지요. 더욱이 결혼 생활은 함께 지내는 시간이 더 많다보니 영어 회화 실력은 금방 늘거에요. 사실 저의 경우만 봐도, 신랑하고 집에서 한국어만 씁니다. 그래도 신랑은 학교에 가면 계속 영어, 일어를 사용하지만, 저처럼 재택 근무만 하고 교회, 자원봉사 모임 등에 나가지 않는 한 영어를 쓸 일이 전혀 없거든요.
또한 취업의 기회의 문도 외국인들에게는 점점 좁아지고 있어요. 최근 들어 영국은 취업 비자를 외국인들에게 인색할 정도로 잘 내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또한 비자법도 자주 바뀌고 비자 비용도 계속 올리고 있는 실정이에요. 그러니 비자 문제가 걸려 있는 외국인보다는 차라리 현지인을 사용하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지요. (단, 스펙이 크게 차이가 있지 않는다면요.) 실제로 영주권, 시민권을 가진 사람들을 선호하는 영국 회사가 늘고 있다고 합니다. 이처럼 현지인과 같은 동등한 대접을 받기 위해 외국인들은 영주권을 가지려고 합니다. 개인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비자 발급 비용도 많이 들고 영주권을 받을 때까지 계속 비자를 갱신 하는 일도 보통 힘든 일이 아니랍니다. 이에 반해 영국인과 결혼한 외국인 배우자가 처음에 받는 약혼자 비자로도 취업 하는데에 비자 문제는 걸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런 여러가지 이유로 영국에 여행, 유학(어학연수), 자원봉사를 온 국적 불문하고 20~30대 미혼 여성들은 계속 영국에 남아 살고 싶은 심정으로 최후의 수단인 영국 남자와 결혼을 원합니다. 주변에 종종 영국인과 결혼하는 외국인 여자들을 보면 얼마나 부러워하고 시샘을 하는지요. 요즘 한국의 빡빡한 삶이 싫어서 해외에서 현지인과 결혼해 살고 싶다는 한국 미혼 여성들도 크게 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영국에서 살고 싶다는 한국 여자들의 문의를 종종 받고 있는 것을 보면요.
영국 남자와의 결혼, 너무 큰 환상은 갖지 마세요.
여기에서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요즘 주변에서 보면, 오로지 영국에 나가 살고 싶다는 목적 하나만 갖고 영국 남자와의 결혼을 생각하다가는 큰 코 다칠 수가 있습니다. 영국에서도 이런 여자들에게만 접근하는 질이 좋지 않는 남자들이 많다고 하거든요. 그러니 미팅 사이트 등 다양한 통로를 통해 영국인들 만나게 될 때 시간을 갖고 그를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또한 영국 생활이 마치 드라마에 나오는 핑크 빛으로만 알고 국제 결혼을 하는 것도 위험합니다.
결혼은 현실이고, 해외 생활은 단순히 생각했던 것하고는 실제 생활은 차원이 다르니까요. 영국도 사람사는 곳이기에 시집살이, 동서간의 갈등, 남편과의 문화적 차이, 언어로 인한 자녀와의 대화 단절 등등 한국에서도 일어나는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물론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요.
지금까지 영국에서 사는 국제 결혼한 한국 여자들을 보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면, 국제 결혼은 독립적이고, 외로움을 잘 안 타며, 어떤 상황도 잘 받아들일 줄 아는 개방적인 성격을 가진 분들에게 적합한 것 같습니다. 정말 해외에서 죽을 때까지 살고 싶다는 결심이 강하게 섰다면, 제대로된 현지인과의 만남 및 결혼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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