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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생활 정보

영국에 온 한국 여자들이 살찌는 이유

by 영국품절녀 2011. 3. 19.

영국에서 유학 및 생활을 하신 분들은 글 제목만 보고도 바로 호응하리라 전혀 의심치 않습니다. 제가 이미 겪은 일이고, 주변의 아는 여자분들이 대부분 작게는 5kg이상, 많게는 10kg이상 쪄서 한국으로 컴백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저의 경우에는 거의 10kg이 늘어나, 저희 가족에게 얼마나 시달리며 살을 뺐던지 그 때 생각을 하면 지금도 몸서리쳐 지네요. 이번에 제가 아는 동생도 1년 동안 거의 10kg이상 쪄서 집에 갔더니 그 동생 엄마께서 우주인 같다고 하시면서, 먹을 것도 안 주시고 창피하다면서 밖에도 못 나가게 했다는 말을 전해 들었어요. 이처럼 영국에서 지내다 보면 왜 이리 여자들은 살이 찌는 걸까요?


영국 음식 및 식습관 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보아 집니다.


먼저 음식에 대해 알아보겠어요. 주로 영국의 주식은 감자(Potato)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감자 하나로 찌고, 굽고, 튀기는 등 많은 조리법으로 이용되어 식단에 올라옵니다. 영국 감자는 한국 감자에 비해 무지 달답니다. 그런데 다가 이 감자에 버터를 바르고 그 위에 치즈와 다양한 토핑을 첨가해서 먹게 되죠. 또한 Chips를 빼놓을 수가 없지요. 처음에는 무슨 이런 두꺼운 감자 튀김을 먹나 하지만, 그 맛에 어느새 푹 빠져들어, 칩스 위에 소금, 식초(Vinegar)를 듬뿍 쳐서 그 위에 딥 치즈를 올려 먹으면 정말 맛있지만 어느새 뱃살은 늘어만 가는 거죠.



 

                                                         그래도 감자만큼 싸고 요리하기 쉬운 것도 없지요.
                                    학생들을 위한 간편하고 다양한 감자 요리법이 소개되어 있으니 참고하세요. 
                                        ( 출처: http://www.studentcook.co.uk/HowToCookPotatoes.html )


또한 여자들이 좋아하는 초콜릿과 디저트인 케잌, 스콘, 푸딩, 쿠키 등이 또 한 요인이 되지요. 처음에는 ‘너무 달다’ 그렇게 느끼지만 점점 그 맛에 적응되어 가면서 어느 새 나도 모르게 크림, 쨈을 점점 더 두껍게 바르는 저를 발견하게 되지요. 생각만 해도 살이 푹푹 찌는 것 같아요. 영국 가족 초대, 교회 행사 등을 가봐도 항상 커피, 차와 함께 칼로리가 높은 디저트가 있어요. 너무나 쉽게 우리 주변에 알짱거리고(?) 있답니다.

 

                                     이렇게 알록달록하니 군침이 돌게 만드는 컵케이크를 어찌 마다할 수 있을까요?
                                               저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소서. (출처: Glamour magazine)


이제는 식습에 대해 말씀드릴게요.

한국에서는 밥을 먹을 때 작은 공기에 밥을 퍼서 먹게 되잖아요. 그래서 자신이 얼마를 먹는 지 알 수가 있는데, 여기서는 한국에서 흔히 사용하는 부페용 넓은 접시에 퍼서 먹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접시에 밥이나 음식들을 퍼서 먹게 되면 얼마나 덜어야 하는지 감이 잘 안 잡혀 정량보다 훨씬 많이 먹게 되는 것 같더라고요. 또한 레스토랑이나 영국 사람들과 함께 사는 홈스테이에서 식사를 하게 되는 경우에는 주로 칼로리가 높은 스타터, 메인, 디저트를 먹게 되므로 먹는 양이 훨씬 늘어나는 것 같아요.

                         

                     저렇게 커다란 접시에 듬뿍 음식을 담아서 먹으니 살이 안 찌겠냐고요? (출처: Glamour magazine)


 

 

또 하나의 바로 정신적인 요인 이 크게 차지합니다.

객지에 사는 외로움또 하나의 살 찌게 하는 복병입니다. 한결같이 얘기하는 것이 ‘먹어도 먹어도 허하다’ 는 생각이 든다는 거에요. 제가 어떤 책에서 읽은 적이 있는데, 그런 것을 바로 ‘감정을 채우기 위한 배고픔’이라고 하더군요. 외로운 마음을 먹는 것으로 생각 없이 채우고 있는 거지요. 혼자 이 곳에 나와 공부하고 일하고 하다 보면, 가족 생각이 나는 것이 당연하겠지요. 그래서 친구들끼리 모이면 가장 먼저 하는 것이 한국음식 만들어 먹는 것이에요. 또한 영국 지방도시에는 한국음식 먹기가 흔치 않기 때문에 이 때다 싶어서 배가 터져라 먹고 보는 거지요. 울 신랑 친구 중에 폴란드 애가 했던 말이 기억나네요. 왜 한국 사람들은 모이기만 하면 무얼 만들어 먹는 냐며 궁금하다고 그랬대나 봐요. ㅋㅋ

 

참 흥미로웠던 것이, 작년 여름에 한국 방문할 기회가 있었어요. 방문 날짜가 다가올수록 저는 그동안 먹고 싶었던 한국 음식을 나열해 가며, '한국만 가면 이 모든 것들을 다 먹으리라' 이렇게 손꼽아 기다렸지요. 그런데 이상하게 막상 한국으로 가보니 그렇게 먹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드는 겁니다. 더군다나 '뭐 두 달 있을 거니깐 나중에 먹지 뭐' 이런 안이한(?) 생각까지 들더군요. 또 한가지는 길거리에 다니는 한국 여자들이 너무 날씬하다는 것이 저의 식욕을 잠재운 거지요. 왜 이리 다들 마른 건지요. ㅋㅋ


 
마지막으로 영국 여자들의 비해 날씬하다는안도감이 바로 큰 문제이지요.


2000년도 The Independent 기사에 의하면 영국 여성들의 옷 사이즈가 12에서 14로 늘어났다고 해요. 우리나라 사이즈로 바꾸면 12(77) 14(88)이지요. 요즘 우리나라 사람들은 6(44)와 같이 super small 사이즈로 몸을 만들려고 야단들인데 말이지요. 이처럼 한국 여자들보다 영국 여자들이 평균적으로 더 뚱뚱하다는 거에요.- 다만, 정말 나올 때 나오고 들어갈 때 확실히 들어간  S라인 몸매를 가진 영국 젊은이들도 많답니다.-그래서 우리가 아무리 살이 쪄도 몸집도 작고 그런 우리는 아무리 살이 찐다고 해도 그들과 비교가 안된다는 것이지요. 제가 gym을 다니고 있는데, 우연히 무료 개인 트레이닝을 받을 기회가 있어서, 개인 트레이너에게 뱃살과 옆구리 살을 빼고 싶다고 했어요. 그런데 그 사람 말이 저한테 slim이라고 말하면서 뺄 데가 어디 있냐는 거에요. 헉~ 태어나서 저보고 말랐다는 사람은 처음 이었어요. 전 딱 평균 체중이지만, 한국에 가면 약간 통통한 부류에 속하는 몸매거든요. 이러니 저희들이 그냥 안심하고 사는 거지요.   

                         영국의 14 사이즈 모델로 유명한 Sophie Dahl의 모습입니다. 거식증에 걸린 모델보다 훨씬 낫지 않나요? 
                                                                        (출처:
www.telegraph.co.uk)



참, 인상깊은 기사가 있어 소개해 볼께요. 2008년에 영국에서 여성 3,000명을 대상으로 당신이 몇 사이즈를 입었을 때 가장 행복하냐는 설문 조사를 했어요. 그 결과를 보면, 12-14정도 사이즈 일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하네요. 이 결과를 우리나라 여성들한테 그대로 적용할만한 충분한 기준의 잣대는 될 수는 없지요. 이런 질문은 해보고 싶어요. 여러분들! 6(44), 8(55)사이즈를 입으니까 진정 행복하신가요? 전 작은 치수를 입으면 행복해지더라고요. ㅋㅋ


                                                         (출처: telegraph.co.uk)



하지만, 신기한 것이  이렇게 찐 살이 한국에 가면 자연스럽게 빠진다는 거에요. 물론 식단 조절과 운동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죠. 다들 동의하는 것이 한국에 가니 입맛이 떨어진다는 거에요. 한국만 돌아가면 ‘그 동안 먹고 싶었던 것 다 먹어야지’ 그랬던 한국 음식들이 ‘먹어도 그만’이라고 바뀐다고 하네요. 제 생각으로는 이제 언제든지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되어서 그런 것 같아요. 그리고 가족의 지나친 관심과 거리를 활보하는 마른 여자들을 보면서 입맛이 없어지는 것은 아닐까 해요. 저도 10kg이상 쪄서 한국에 갔다가, 주변의 마른 친구들을 보면서 곡기를 끊게 되더라고요. 또한 영국에서 평소 먹던 단 것들이 한국에서의 단 것들과는 차원이 다르잖아요. 또, 보통 한국 밥상에는 나물, 생선 등 칼로리가 낮은 식단이 대부분이고요. 그래서 몇 달 지나고 영국에서 만났던 친구들을 한국에서 다시 만나면 거의 예전 몸매로 되돌아간 모습을 보게 되곤 하죠.

영국에 사시는 여성분들! 우리는 어떡해야 할까요?
뭐…… 한국 돌아가면 다시 살이 빠질 줄 믿습니다.

“네 믿음대로 될 찌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