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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귀향살이 (2014-2018)

해외에서 김장하는 한국 남편, 맛 보는 부인

by 영국품절녀 2011. 6. 2.


결혼을 하고 나서도, 저는 요리 자체에 대한 관심보다는 음식을 맛보는 것만 너무 좋아하다 보니, 종종 밥 이외에 중요한 요리 및 반찬 등은 신랑이 주로 담당하고 있어요. 또한 신랑이 너무 잘하다 보니, 전 약간 주눅이 들기도 하고, 하기 싫은 것도 있고요. 정말 깜짝 놀랐던 것은 울 신랑은 각종 김치를 너무 잘 담근다는 거에요. 김치를 한 번도 담근 적이 없는 저는 당연히 결혼 해서 김치는 친정, 시집에서 갖다 먹어야지 그렇게 생각만 했거든요. 그러다가 영국에 오게 되고, 몇 번 사 먹었지만, 값도 비싸고, 맛도 없었어요. 간혹 친정과 시집에서 김치를 박스로 보내주시기도 했지만, 거의 한 달도 안되어서 바닥이 나곤 했지요.

그러던 중, 신랑이 김장을 하자고 했어요. 처음에 10포기를 담는데, 정말 힘들더라고요. 전 옆에서 시키는 일만 좀 하고, 신랑이 배추를 씻고 절이고, 양념 재료 만들어서 비비는데, 완전 김장 전문가가 따로 없더군요. 가장 중요한 것은 기가 막히게 맛있다는 거에요. 집에 초대했던 외국인 친구들은 신랑의 김치 맛을 보더니, 다들 배우고 싶다고 한결같이 이야기를 해요. 저번에는 신랑이 "공부 그만하고, 캔터베리에서 김치 장사나 해볼까" 라는 우스개 소리도 하더군요.


이 곳에서 약 16개월 정도 살면서, 울 신랑이 담근 김치 종류는 5가지입니다. 깍두기, 갓김치, 파김치, 김장 김치, 겉절이로 구분될 수 있지요. 저희 시어머니/께서 하시는 말씀이 생전 집에서 김장할 때 도와준 적이 없는데, 어떻게 네 신랑은 김치를 그렇게 잘 담그니? “그러시면서 희한하게 생각하시지요.

신랑이 담근 배추 김치와 파김치는 사진이 없는 관계로 아쉽게 패스합니다. 그 중에 설렁탕 집에 가야만 맛 볼 수 있다는 그런 울 신랑표 깍두기에요. 운 좋게 한국 무와 같이 생긴 것을 살 수 있어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만들어 본 것입니다. 설렁탕 집 깍두기의 필살기는 사이다를 넣어 주시는 거 잊지 마세요. 그 이후로 이런 무를 구하지 못해, 깍두기의 맛만 그리워 하고 있지요.

 



 

깍두기를 그리워하는 저를 위해 울 신랑이 깍두기를 대체하여 만들어준 영국 산 무채 (스웨이드) 입니다. 이건 수육하고 먹으면 진짜 맛있어요. 영국 스웨이드는 딱딱해서 자르기가 쉽지는 않지만, 오뎅국이나 갈비탕에 넣으셔도 맛있어요.





저희 집 근처에 사는 한국인 가족 분 집에 초대받아 갔다가, 신랑이 정원에서 직접 유기농 갓을 잘라 왔어요.  갓 김치를 담궈 줬는데, 빛깔이 제법 나면서, 몇 일 실온에 보관하니, 잘 익었더군요. 정말 밥 도둑이 따로 없었어요.
 


다들 신랑이 김장을 한다고 하면, 신기하게 생각하기도 하고, 저를 부러운 눈으로 쳐다보지요. 같이 사는 저도 신랑의 새로운 면을 발견할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곤 합니다. 저는 먹는 것을 좋아하고 울 신랑은 음식을 해서 남들이 잘 먹는 모습을 보는 것을 좋아하니, 딱 천생연분이라고 저만 그렇게 생각합니다.ㅋㅋ 그래도 제가 매일 밥, , 기본 반찬 정도는 하고, 제가 신랑보다 더 잘 하는 요리도 있으니, 신랑만 부려먹는 나쁜 부인이라고는 생각지 마세요. 저도 제 할 일은 하고 있다고요.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말이 있듯이, 저도 조만간 제 생애의 첫 김장에 도전을 해보려고 하니, 기대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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