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하고 나서도, 저는 요리 자체에 대한 관심보다는 음식을 맛보는 것만 너무 좋아하다 보니, 종종 밥 이외에 중요한 요리 및 반찬 등은 신랑이 주로 담당하고 있어요. 또한 신랑이 너무 잘하다 보니, 전 약간 주눅이 들기도 하고, 하기 싫은 것도 있고요. 정말 깜짝 놀랐던 것은 울 신랑은 각종 김치를 너무 잘 담근다는 거에요. 김치를 한 번도 담근 적이 없는 저는 당연히 결혼 해서 김치는 친정, 시집에서 갖다 먹어야지 그렇게 생각만 했거든요. 그러다가 영국에 오게 되고, 몇 번 사 먹었지만, 값도 비싸고, 맛도 없었어요. 간혹 친정과 시집에서 김치를 박스로 보내주시기도 했지만, 거의 한 달도 안되어서 바닥이 나곤 했지요.
그러던 중, 신랑이 김장을 하자고 했어요. 처음에 10포기를 담는데, 정말 힘들더라고요. 전 옆에서 시키는 일만 좀 하고, 신랑이 배추를 씻고 절이고, 양념 재료 만들어서 비비는데, 완전 김장 전문가가 따로 없더군요. 가장 중요한 것은 기가 막히게 맛있다는 거에요. 집에 초대했던 외국인 친구들은 신랑의 김치 맛을 보더니, 다들 배우고 싶다고 한결같이 이야기를 해요. 저번에는 신랑이 "공부 그만하고, 캔터베리에서 김치 장사나 해볼까" 라는 우스개 소리도 하더군요.
이 곳에서 약 16개월 정도 살면서, 울 신랑이 담근 김치 종류는 5가지입니다. 깍두기, 갓김치, 파김치, 김장 김치, 겉절이로 구분될 수 있지요. 저희 시어머니/께서 하시는 말씀이 “생전 집에서 김장할 때 도와준 적이 없는데, 어떻게 네 신랑은 김치를 그렇게 잘 담그니? “그러시면서 희한하게 생각하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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