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남편따라 외국 나온 아내 입니다. 그 동안 "남편따라 외국에 나온 한국 아내들에 대한 실상"에 대한 글을 몇 번 쓴 적이 있습니다. 해외에 있는 한국 아내들이 격하게 공감해 주셔서 좀 놀랐어요. 보통 한국의 미혼 혹은 기혼 여성들은 유학생 남편을 내조하면서 외국에 사는 아내들의 삶을 마냥 부러워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제가 남편의 학업으로 인해 영국으로 간다고 했을 때 역시 주변의 제 친구들은 저를 부러워했답니다. 지금도 제가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주변인들을 통해 여전히 듣고 있습니다.
외국 나가서 살면, 남 눈치 및 시댁 눈치 안 보고 마음대로 편하게 랄라룰루~ 사는 줄 아나 봅니다. 거기다가 유럽 여행은 뭐 옆 동네 놀러 가듯이 가는 줄 알고요. 또한 한국 여자들이 좋아하는 명품 가방 등을 값싸게 막 쇼핑할 수 있는 줄 알거든요. 물론 경제적으로 풍족한 사람들은 그럴수도 있겠지만요.
하지만, 실제로 유학생 남편을 둔 아내들의 삶은 별로 특별할 게 없습니다. 한국이나 여기나 더하고 덜하겠지만 외국 생활이 상상하는 것처럼 마냥 장미빛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아주 지옥같지도 않지만요.
특히 남편이 학생인 경우에는 경제적으로 참 힘든 생활을 하게 됩니다. 물론 일부는 부모님의 든든한 후원을 받거나, 정부 및 회사에서 지원을 받는 경우에는 그나마 풍족한 생활 가운데서 학업에만 몰두하며 종종 유럽 여행 및 명품 쇼핑도 할 수 있겠지만요, 자급자족하는 저희 부부와 같은 일부는 학업과 일을 병행하면서 생활이 빡빡하기도 합니다. 저희는 2년 반 동안 유럽은 말할 것도 없고 런던 몇 번 다녀온 것이 끝이거든요.
주변에서 "언니, 난 언니처럼 유학생 남자 만나서 외국에서 살고 싶어~" 이렇게 말을 하기도 하면,,
야~~ 안 돼~~~
남편이 학비와 생활비 지원 빵빵하게 받지 않으면 삶이 힘들어~~
제가 가난한 유학생 신랑 만나 영국에서 생활하고 있다보니, 주변의 어린 동생들이 유학생 남자를 만나고 싶다고 하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리게 되는 것 같습니다.
유학생 아내의 삶~~ 쉽지 않아~~ (출처: Google Image)
제가 주변에서 이런 말을 하도 많이 듣다보니,이런 생각이 드는 거에요.
한국 여자들이 만나고 싶은 "유학생 남자"는 자급자족해야만 하는 가난한 유학생이 아닌 "학비 및 생활비 등등 모두 빵빵하게 지원 받을 수 있는 그런 부잣집 아들" 일 것입니다. 모든 유학생이 다 부자는 아닌데 다들 "유학생 = 부자" 라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시댁에서 경제적 지원을 몽땅 다 받는 경우도 꽤 있지만, 이런 경우에는 경제적으로 독립을 못해서인지 돈을 받을 때마다 시댁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과 동시에 눈치가 보인다고 해요. 사실 영국의 비싼 생활비와 학비 등을 몇 년동안 지원받는 비용이 어마어마한 액수니까요.
그런데, 제가 남편따라 영국에서 2년 반 넘게 살면서, 참 흥미로운 사실을 알았답니다. 그 동안 저처럼 신랑의 학업으로 인해 따라 온 다양한 국적 출신의 아내들을 만났는데요, 어느 국가를 막론하고 아내의 생활은 참 비슷하다는 겁니다.
대부분 부부 중 한쪽은 집안 살림, 자녀 양육을 맡게 됩니다. 보통 남편보다는 아내가 내조하는 역할을 하게 되지요. 처음에 영국에 와서 사람들이 저에게 "넌 여기서 뭐하니" 이렇게 물을 때마다 가정주부 (Housewife)라는 말이 입에서 잘 나오질 않더라고요. 괜히 가정주부는 집에서 노는 사람이라는 그런 생각이 드는 거에요.
그런데, 제가 모기만한 목소리로 가정 주부라고 하니까, 옆에서 듣고 계시던 영국 할머니는,,,
너가 가정주부라는 것을 당당하게 말해라~
가족을 위해 일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데~
정말 맞는 말이지요. 사실 가정주부라는 일은 정말 힘든 데 좀처럼 태가 나지 않고요. 특히 외국에서 가족들을 돌보는 일이 더욱 쉽지가 않은 데 말이에요.
저는 신랑과 가사 분담을 하기에 Part-time housewife 에요~~ (출처: Google Image)
제가 전에 석사를 했을 때에 한 한국인 남자 분은 박사 과정 중인 부인을 위해 뒷바라지를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어요. 정말 그 분의 부인은 오로지 공부만 하시더라고요. 남편 분이 요리, 집안 일이며 딸 양육까지 다 하는 것을 봤습니다. 또한 작년에 석사를 하러 온 부인을 따라 온 일본인 남편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아들 양육 등 가족 뒷바라지를 하더군요. 이렇게 배우자가 학생인 경우에는 한 쪽이 희생적으로 뒷바라지를 하게 됩니다. 그것은 남녀 및 국가를 막론하고 가족을 위해 그렇게 하는 것 이지요.
다만, 자녀가 없는 아내들의 경우는 어떤지 아세요?
저처럼 자녀 양육에 대한 부담이 없는 아내들은 직업이 없는 한 생활이 너무 단조롭고 심심합니다. 차라리 아이들이 있는 엄마들은 아이들 키우고 살림하느라 바쁘지만, 남편과 둘이 살면 사실 가사 일을 할 게 별로 없어요. 따라서 대부분은 학위, 어학연수, 구직 및 일 등을 하려고 하지요. 처음에는 다들 그저 가사 일만 하면서 놀지만, 그것도 몇 개월이면 충분하니까요. 물론 구직 기간이 길어져 그냥 가정주부로 남는 경우도 많답니다. 저도 역시 1년 동안 직업을 못 구해 가사 일만 하다가 작년부터 블로그 운영 및 다른 일 등을 하게 되었거든요.
그런데 정말 웃겼던 일이 있었어요. 일요일에 교회를 갔다가 신랑 연구실에 따라 갔어요. 아무도 없겠거니 했는데, 그 곳에는 저와 같은 처지인 아내들 세 명이 남편따라 그 곳에 와 있는 거에요. 그것을 보면서 역시 "남편따라 온 아내들의 삶은 다들 비슷한가 보다"라고 생각 했지요. ㅎㅎ
지금까지 영국에서 남편따라 온 아내들의 진상을 알려 드렸습니다. 종종 무료하고 할 일 없는 이런 영국의 삶도 나중에 귀국할 때 쯤이면 참 아쉽고 소중하게 느껴진다고 하네요. 지금 처해진 상황을 행복하게 감사하면서 사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저의 푸념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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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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