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인들의 차(Tea) 사랑은 엄청납니다. 영국인들과 일을 하다보면, 하루에 3~4잔은 보통입니다. 영국인들은 집에서도 차를 많이 마시지만, 카페에서도 커피, 차를 즐겨 마시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특히 요즘처럼 날씨가 좋은 날에는 절대 카페 안에서 차나 커피를 마시지 않고 야외석에 앉아 햇빛과 차를 즐긴 답니다. 캔터베리 시내에는 다양한 스타일의 카페가 있습니다. 그 중에 유독 10 ~ 30대 젊은이들로 가득 차는 커피숍이 있는데, 그곳이 바로 미국 커피 브랜드인 스타벅스 입니다.
일전에 스타벅스에는 유독 아시아 젊은이들이 많다는 포스팅을 한 적이 있습니다. 제가 그동안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관찰한 결과, 국적 불문하고 유독 어린 학생들(중 고등, 대학생)이 타 커피숍보다도 스타벅스를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아시아 젊은이들은 이미 스타벅스 커피를 자주 접했기 때문인지 다른 커피 체인점보다는 친밀하고 편하게 느끼는 것 같습니다. 또한 햇빛과 더위를 피하고픈 동양 학생들에게 스타벅스는 유독 에어컨이 빵빵하게 나오므로 쉬원하게 있을 장소로 최고지요. (보통 영국에는 에어컨 시설이 아예 없는 카페도 많거든요.)
영국을 포함한 유럽 학생들도 스타벅스를 좋아합니다. 그 이유는 이들이 유독 좋아하는 스타벅스 메뉴가 있습니다. 이들은 단 것을 무척 좋아해요. (한국인이 먹기에 다소 부담스럽고 극도로 달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특히 스타벅스에는 어린 학생들의 입맛을 끌기에 충분히 단 음료수들이 많습니다. 남녀를 불문하고 대부분은 커피보다는 크림 혹은 초콜릿이 다량 함유된 음료를 선호합니다.
그런데, 요즘 영국 스타벅스에는 재미있는 서비스가 생겼습니다.
그것은 바로 "음료 주문하는 손님의 이름을 컵에 적어주는 정책" 입니다.
몇 달전에 손님 이름 적기 서비스 정책을 도입하기에 앞서 시범적으로 며칠동안 음료 주문시 이름을 불러주면 공짜로 음료를 주는 행사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직원들은 주문할 때 손님의 이름을 묻습니다. 저는 왜 갑자기 이름을 알려달라고 할까? 궁금해졌어요.
저는 단순하게 같은 음료를 시킨 사람들이 많으니까 이름을 써 놓고 안전하게 손님에게 음료를 주려고 하나 보다 그렇게 생각했지요. 그런데, BBC 기사를 보니 꼭 그런 의미는 아니었어요.
역시나 영국인들의 반응은 시큰둥합니다. 역시 영국인과 미국인이 다르다는 것을 또 한 번 보여주는 사례지요. 이와 관련한 BBC 기사의 댓글이 거의 900개가 넘게 달렸습니다.
이름을 묻는 스타벅스의 서비스는 과하다.
이름이 길거나, 발음이 어려운 사람은 몇 번씩 말해야 하거나 스펠링까지 불러줘야 한다.
커피숍에 들어가는 것은 단지 커피를 마시려는 것이지, 친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다.
손님과 직원과의 거리는 어느 정도 유지되어야 한다.
스타벅스는 이름 부르는 서비스보다 커피에 더 신경써라.
바쁜 시간에 이름을 묻고 적는 것이 효율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등등...
이처럼 스타벅스의 이름 부르기 서비스를 두고 부정적인 의견이 많은 것 같아요. 물론 긍정적인 시각도 분명 있습니다. "같은 음료를 시키는 사람들이 많을 때에 내 이름이 적힌 컵을 보면서 내가 언제 받을 수 있을지 알 수 있어 좋다" 등등.. 재미있는 것은 일부 영국인들은 자신의 이름을 밝히기 싫은 나머지 아무렇게나 이름을 대는 경우도 있다고 해요. 제 친구가 저에게 말해 준 사연을 소개하면요. 어떤 영국 여학생은 자기가 말한 이름을 듣고도 자기인 줄 모르고 넋놓고 있다가 나중에 알게 된 경우도 있었답니다. 이처럼 이름을 묻는 스타벅스의 정책으로 인해 영국인들은 이견이 갈리고 있는 모양입니다.
참, 요즘 영국 스타벅스는 프라푸치노 반값 할인 행사를 시작했어요. 한국은 이미 4월에 행사를 했더군요. 특히 영국 여름에 많은 영국 젊은이들이 손에 들고 다니는 음료는 바로 "프라푸치노" 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날씨가 덥다보니 달달하고 시원한 음료가 마시고 싶겠지요. 기간은 6월 5일까지 해피 아워인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진행된다고 합니다. 저 역시 스타벅스 프라푸치노 행사 메일을 받자마자 친구와 함께 캔터베리 시내에 있는 스타벅스에 갔어요. 3시 5분 정도에 스타벅스에 들어갔는데도 불구하고, 줄이 쭉~ 서 있더군요. 다들 프라푸치노를 주문하려는 젊은이들로 가득 했답니다.
영국인들이 좋아하는 스트로베리 크림, 초콜릿, 카라멜 프라푸치노 ~ (출처: starbucks UK)
제 차례가 되어 주문을 했더니, 역시나 이름을 묻더군요. 영국에도 connie라는 이름이 있어서 그런지 굳이 스펠링을 알려주지 않아도 됩니다. 종종 Kony 이렇게 써 주는 사람도 있었지만요.
2012년 프라푸치노 신제품인 모카 쿠키 크럼블 프라푸치노
맛 평가: 빨대로 음료를 쭉~ 빨면, 쿠기가 씹히고요. 진한 모카의 맛이 느껴지지만, 시원한 얼음 알갱이가 들어있어서 그런지 느끼하거나 텁텁하지는 않아요. 칼로리는 상당하다는 것이 흠이지요. 개인적으로 모카 프라푸치노보다는 쿠키 맛이 첨가되어 있어서 그런지 좀 더 달고 먹는 재미가 있는 것 같아요.
저는 반값 할인이라는 이유로 금요일에 이어 신랑을 데리고 어제 또 스타벅스를 찾았지요. 날씨가 무척 덥고 (27도) 일요일이어서 그랬는지, 스타벅스에는 주문을 기다리는 줄이 상당히 길었어요. 역시나 다들 프라푸치노를 먹으려는 젊은이들이었어요. 프라푸치노 주문이 폭주하는 바람에 딱 저까지만 주문을 받아 주고는 제 뒤로는 근처의 다른 스타벅스로 가라고 안내를 했어요. 그리고는 아예 주문받는 직원까지 모두 프라푸치노를 만드는 데 합류하더군요. 저를 포함해 거의 15명 정도가 프라푸치노를 기다리고 있었지요.
카라멜 프라푸치노 망고 패션 후르츠 프라푸치노
저희가 주문한 프라푸치노가 들어있는 컵에 이름이 적혀 있는 것 보이시나요?
다들 프라푸치노를 먹고 떠난 자리입니다. 컵마다 이름이 적혀 있지요?
프라푸치노 만드는데 직원들이 바빠서 그런지, 테이블 청소가 잘 안 되는 것 같았어요.
캔터베리 시내의 스타벅스
영국인들은 이름을 묻는 스타벅스의 고객 서비스 정책이 다소 마음에 들진 않겠지만, 어쩔 수 없이 따르는 것 같아요. 그게 정 싫으면 스타벅스를 안 가거나 직접 원두를 구입해서 집에서 만들어 마시면 되겠지요. 아니면 앞에서 언급한 영국인 여자처럼 아무렇게나 자신의 이름을 말해주면 될 거고요. 이미 몇 년 전부터 미국 스타벅스에서는 주문 받을 시에 손님의 이름을 묻는 정책이 시행 중이라고 합니다. 이에 반해 한국 스타벅스에서는 "주문하신 ( ) 나왔습니다." 라고 말하지요. 한국 스타벅스에서도 이러한 고객 서비스를 시행한다면 한국인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사뭇 궁금해집니다. 아무튼 영국인들은 미국식으로 치부하는 겉으로만 혹은 쉽게 친한 척 하는 것이 딱 질색인가 봅니다. 스타벅스의 새로운 고객 서비스가 영국인 정서와는 크게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된 것 같아요.
영국 스타벅스에서 주문 시 이름을 물어보면, 당황하지 마시고 불러주세요. 한국 이름도 영국인들이 받아 적기에 좀 까다로울 수 있으니 몇 번씩 말해야 하거나, 스펠링 불러주는 수고를 하고 싶지 않다면 그냥 쉬운 영어 이름을 대면 되겠습니다. 아니면 쉽게 성(Surname)을 불러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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