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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영국 귀양살이 seasno 1 (2010-2014)

양산 쓴 동양 여자, 이해 못하는 영국인

by 영국품절녀 2012. 5. 26.



요즘 영국은 갑자기 여름이 찾아왔어요. 저번 주까지만 해도 점퍼를 입고 다닐 정도로 서늘했는데, 이번 주는 20~28도 정도로 더워졌습니다. 지루하게 길었던 우울한 날씨에서 잠시 벗어나 영국인들은 뜨거운 태양 빛을 쬐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야외 카페에 앉아 와인, 맥주, 커피 등을 마시거나, 정원 벤치 및 잔디에 누워 햇빛을 여유로운 시간을 보냅니다. 이런 날씨가 찾아오면, 대부분의 영국 여자들은 어깨가 다 드러나는 옷 혹은 짧은 반바지에 나시 한장 달랑 걸치며, 남자들은 웃옷을 다 벗는 등 간편한 옷차림을 합니다. 

 

5월의 여름 날씨를 즐기는 영국인들~

                           영국인들 복장이 완전 해변 같지 않나요?      (출처: bbc.co.uk)

 

남녀노소에 상관없이 영국인들은 햇빛 쬐는 것을 무척 좋아합니다. 아마도 햇빛을 볼 날이 많지가 않기 때문이겠지요. 그래서 햇빛이 나오는 날이면 다들 얼굴 표정이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말끝마다 날씨가 너무 좋다면서 흥분한 모습을 보이지요. 역시 날씨는 사람의 표정 및 기분을 바꾸는데 최고인 것 같습니다.

 

 

햇빛 쬐는 것을 즐기는 영국인들의 피부를 보면 하얀 스케치북에 많은 점들이 찍혀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백인의 피부는 주근깨가 쉽게 생기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강한 자외선의 영향이 크다고 여겨집니다. 실제 제가 작년 여름에 날씨가 더워 등과 어깨가 훅~ 파진 옷을 입고 2주 정도 외출을 했었는데요, 나중에 보니까 팔과 어깨에 없었던 점들이 많이 생겨있는 것을 발견했어요. 한국보다 영국의 자외선이 훨씬 강하다고 하더라고요. 그 후로는 덥더라도 꼭 가디건으로 햇빛을 차단시키고 무조건 나갈 때에는 선크림과 선글라스는 필수입니다. 잘못하다가 얼굴에까지 점이나 주근깨가 생기면 큰일이니까요.

이처럼 주근깨, 점 등이 생기는데도 불구하고 영국 젊은이들은 태닝을 무척 즐기는 것 같습니다. 일부 한국 여자들도 태닝 마니아들이 있긴 합니다. 영국인들은 정원 및 공원 혹은 태닝샵에서 태우기도 하고요. 태닝샵뿐 아니라 부츠 등 화장품 코너에 가보면 다양한 제품의 셀프 태닝 크림 등이 많은 것을 볼 수 있어요. 또한 여름에 나오는 잡지에는 온통 태닝을 잘 하는 법, 태닝에 어울리는 화장법 등 태닝에 관한 기사가 엄청 많답니다.

 

          영국 잡지마다 소개하고 있는 태닝 관련 기사들   (출처: http://www.glamourmagazine.co.uk/magazine)

 

이에 반해 영국의 강한 자외선으로 인해 걱정이 많은 저와 같은 대다수의 한국 여자들은 햇빛을 차단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 합니다.특히 나이가 드신 한국 아줌마들일수록 더욱 심하고요. 길거리를 다니다 보면 종종 동양인 여자들은 양산을 쓰고 다닙니다. 그 모습을 본 영국인 아줌마가 놀라면서~~

 

동양 여자들은 햇빛을 무척 싫어하는 가봐. 양산까지 쓰고 다니네....

 

하긴 영국인들은 햇빛을 못 쬐서 안달인데, 동양인들은 햇빛을 철저하게 막으려고 양산까지 쓰고 다니는 모습이 그들은 신기하기도 하고 이해하기 어려운가 봅니다. 영국 아줌마들과의 모임에서도 여름이면 영국 아줌마들은 정원에서 차를 마시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러면 동양 여자들은 다들 햇빛을 피하기 위해 여기 앉았다 저기 앉았다 하는 등 갖은 노력을 합니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영국인들은 "쟤들은 유난스럽게 왜 저러냐" 라는 표정으로 쳐다보는 것 같습니다. 이처럼 영국인과 동양인은 햇빛에 대처하는 자세가 상반되는 것을 알 수 있지요. 그래서 그런지 동양 여자들이 원래 동안이며 피부가 더 좋은 편이나, 피부에 워낙 신경을 쓰기 때문에 같은 나이대라도 동양인이 서양인보다 피부가 훨씬 더 좋은 것 같아요.

 

요즘에는 연예인들의 영향을 받아서 인지, 한국인들 중에도 흰 피부보다는 건강하고 생기있어 보이는 까만 피부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긴 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대다수의 한국 여자들은 미백 피부를 선호하지요. 그러나 영국에는 미백 라인이 거의 없어 찾기도 힘듭니다. 명품 화장품에서 나오는 미백 라인도 아시아 여성들을 타겟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하니까요. (영국 오실 때 미백 라인 쓰시는 분은 모두 구입해 오세요.)

 

사실 유럽 여자들도 예전부터 몸을 태웠던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옛날 그림들을 보면 양산이나 창이 큰 모자를 쓴 여자들의 모습을 볼 수 있으니까요. 그 당시 양산은 햇빛 차단 뿐아니라 패션 아이템이었다고 합니다. 한가지 더~ 양산으로 남자을 유혹할때도 사용했다네요. 18세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을 보면, 예쁘게 차려입고 양산을 쓴 처녀들이 남자들을 살짝 살짝 훔쳐 보면서 유혹의 눈길을 보내는 장면을 떠 올리면 될 것 같아요.                 

                                                          클로드 모네  (출처: Naver & Google image)

 

                  결혼 사진에서 양산은 인기 아이템이랍니다. (출처: Google image)

 

한국에서도 18세기 유럽에서 유행했던 꽃이나 레이스가 달린 양산 등이 인기를 끄는 것을 보면 유행은 돌고 도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아~ 갑자기 글 쓰다가 생각난 건데요. 종종 영국의 뜨거운 햇빛이 얼굴에 닿을 때마다 한국 아줌마들이 즐겨 쓰는 얼굴을 다 가리는 자외선 차단 캡이 떠오르곤 했어요. 영국에서는 그런 캡을 본 적이 없거든요. 그 캡 쓰고 다니면 영국인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참 궁금해지네요. 나중에 한국가면 그 캡 꼭 사와서 쓰고 영국 거리를 활보해 봐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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