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 처음 오는 한국인들은 영국식 영어 발음에 깜짝 놀라고 맙니다. 저처럼 영국 영어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한번도 듣지 않고 겁없이 영국에 온 사람들은 더욱 더 영국식 발음이 충격적으로 들릴 거에요. 처음 영국에 도착한 날 비행기 연착으로 거의 새벽에 영국 지방 공항에 겨우 도착한 저는 어떻게 기숙사로 가야할 지 몰라 헤매다가 공항 직원의 영국 남부 지방의 강한 악센트는 저를 멘탈 붕괴의 상태로 이끌기 충분했었지요.
한국인들은 영국에 처음 오면 한 목소리 높여 하는 말이 있어요.
영국인들이 하는 말을 하나도 못 알아 듣겠어요.
맞습니다. 누구나 그럽니다. 우선 미국식 영어 발음에 익숙한 한국인들은 당연할 수도 있겠어요. 그래도 몇 년 사이에 영국 드라마가 한국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으므로, 전보다는 한국인들도 영국식 발음에 좀 친숙해지지 않았을까 싶긴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센트가 강한 지역의 토박이 현지인들의 발음은 더욱 더 알아듣기 힘듭니다.
영어를 배우는 외국인들도 영국 영어 보다 미국 영어가 더 쉽다고 합니다. (출처: Google Image)
울 신랑의 경우에는 같은 과 박사과정에 많은 영국인 동료들이 있는데요, 그 중에 유독 한 명의 영국인 친구의 말은 99%는 못 알아 듣겠다고 하는 거에요. 그 친구를 만난 후 약 몇 달 동안은 알아 들었던 1%도 fuck, gay와 같은 욕이었다고 해요. (그 친구가 욕을 입에 달고 살거든요.) 그런 신랑이 재미있는지, 다른 영국 친구들은 "요즘은 어느 정도 알아듣냐?"고 가끔씩 묻기도 한답니다. 그 친구는 켄트 지역에서만 평생 줄곧 살아서인지 켄트 악센트가 참 심한 것 같습니다. 여전히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약 40% 정도 밖에 못 알아 듣겠다고 하니까요. 신기한 것은 한국인인 울 신랑말고도 주변 유럽 국가에서 온 학생들도 그 친구의 말을 알아듣기 힘들다고 했고요. 미국인 친구들조차 그 친구의 말을 알아듣는데 약간의 시간이 걸렸다고도 했을 정도에요.
저 역시도 작년에 교회 모임에서 만난 제 또래의 영국인 아줌마가 있어요. 전 그녀의 Hi, How are you 등과 같은 인사 말만 빼고는 전혀 못 알아 듣겠더라고요. 심지어 처음에는 그녀가 하는 언어가 영어가 아닌 줄 알았다니까요.
너무 답답한 나머지 전 친한 영국인 아줌마에게 물었어요.
"아줌마, 전 저 사람의 말을 하나도 못 알아 듣겠어요. 도대체 어디 출신인가요?"
그 질문에 아줌마께서는 그녀는 켄트 시골 출신이며, 한번도 다른 곳에서 살아 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지방 악센트가 강한 편이라고 했어요. 교회 모임 내내 그녀와는 인사만 주고 받고, 끝내 대화는 불가능했답니다.^^;
이처럼, 일부 영국 현지인들의 발음은 참 알아듣기 힘듭니다. 그래서 많은 학생들이 집에서 라디오, 혹은 TV를 켜 놓고 영국식 영어에 친숙해지려고 하거나, 현지인들과의 만남을 갖기 위해 노력합니다. 자주 접할수록,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영국식 발음에 익숙해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지요. 역시 시간이 가야 해결 되는 것이 리스닝 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가도 전혀 익숙해지지 않는 일부 영국인들의 발음도 있습니다. 저희 교회는 스코틀랜드 출신의 사람들이 많이 있는데, 특히 스코틀랜드 억양이 심한 분의 말은 100% 못 알아 듣겠습니다. 영국인들도 스코틀랜드, 영국 북부(뉴카슬, 리버풀 등)의 악센트는 알아 듣기 힘들다고 할 정도이니까요.
재미있는 것은 영국식 발음에 적응이 된 것 같다가도, 미국 CNN 뉴스를 듣거나 미국, 캐나다인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그들의 발음이 훨씬 듣기에 편하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미국식 발음이 더 알아듣기 쉬운 것 같고요. 아마도 대부분 한국인들이 저와 같은 생각을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영국인들조차도 미국식 영어가 알아듣기 더 편하다??
(출처: Google Image)
울 신랑의 학과에 영국인 친구들이 많은데요, 그 중 영국인 친구들은 미국 여자와 결혼한 사람도 있고, 미국에서 일을 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도 꽤 있습니다. 그 친구들의 말을 들어보면, 자신들도 미국인 영어가 듣기에 더 편한 것 같다고 했습니다. 확실히 영국식 억양이 미국보다 더 강하고 센 것 같습니다. (단, 지역차가 있겠지만요.) 물론 학교 내에서 영국인과 미국인은 억양과 발음으로 인해 의사 소통에는 큰 문제는 없어 보입니다. 특히 영국인 친구들은 미국 친구들의 발음은 아무 문제없이 다 알아듣는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현재 영국에서 박사과정인 미국인 친구와 이야기를 해 봤습니다. 그 친구는 캘리포니아 출신으로, 그녀의 발음은 혀에 버터를 엄청 바른 것처럼 막 굴러 갑니다. 그녀는 지난 번에 스코틀랜드에 사시는 자신의 할머니 댁에 방문을 했었는데, 영어 때문에 무척 힘들었다고 하는 거에요. 스코틀랜드 친지들은 자신의 말을 100% 이해하는데, 정작 자신은 그분들의 말을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는 겁니다. 영국에서 이미 3년 이상 살아서 영국식 영어를 듣는데 별 문제가 없으리라고 생각했는데, 스코틀랜드 사투리는 그 친구도 알아 듣기에 쉽지가 않았나 봅니다.
그 미국인 친구의 견해를 빌리자면, 아무래도 미국 드라마나 영화와 같은 문화적 영향 때문은 아닐까라고 합니다. 영국인들도 미국 드라마나 영화를 즐기기 때문에 미국 영어에 대해 익숙해진 반면, 미국인들은 영국 영어의 노출 빈도가 현저히 낮기 때문이지요. 물론 미국인들도 BBC 뉴스 정도의 영어는 별 문제 없이 알아 듣지만, 영국 시골 영어는 접해본 적이 거의 없기 때문에 알아듣기 힘든 것이 아닐까라는 추측을 해봅니다. 사실 울 신랑도 초등학교 1학년때 서울에서 부산으로 전학을 갔는데, 선생님과 친구들의 말을 처음에는 잘 못 알아 들었다고 하더군요. 물론 그 친구들은 울 신랑의 말을 정확하게 다 알아들었고요. 그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하면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아직도 일부 영국인들은 미국식 영어를 무시하거나, 특히 외국인들이 미국식 영어를 사용하는 것을 안 좋은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위의 미국인 친구의 경험에서 알 수 있듯이 - 물론 제 추측이 무조건 옳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냥 개인적인 견해입니다 (태클 삼가) - 현재 양국의 문화의 힘의 축은 역시 미국 쪽에 기울어져 있는 것이 아닐까요?
뭐, 영어를 배우는 우리로서야 영국식, 미국식, 호주식 영어든 상관없이 영어로 말이라도 유창하게 하고 이해할 수 있다면 소원이 없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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