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 와서 영국인들에게조차 불만의 대상인 영국 의료 서비스를 얼마 전에 제가 직접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저번 주 금요일 6시경에 설거지를 하다가 그만 깨진 커피 메이커가 저의 오른 손을 사정없이 할퀴고 지나가 버린 것이지요. 순간 뭔가 심각한 상태를 직시하고 비명을 질렀지요. 옆에서 식사 준비를 돕던 신랑은 왜??? 그러면서 깜짝 놀랬고, 유리가 지나간 부분의 고무 장갑은 너덜너덜, 저의 상처는 정말 끔찍했답니다.
얼마나 예리했던지 피부 속 안에 무엇이 있는지 다 보일 정도로 깊고 넓게 찢어진 것이지요. 그것을 보자마자 전 그냥 패닉상태가 되었어요. 처음에는 피부도 경직되었는지, 피도 나지 않고, 아프지도 않더라고요. 바로 신랑과 함께 손을 휴지로 감싸고 집 앞 병원으로 뛰어갔지요. 그런데 아뿔싸, 6시가 넘어 모든 의료진이 퇴근을 한 상태였고, 병원 문은 닫으려고 하는 중 이었지요. 그곳에 계신 어떤 분이 주변 응급실 위치를 알려주면서 그곳으로 가라고 하더군요.
이 곳이 Kent and Canterbury Hospital 입니다.
그리고 나서, 상처를 꿰맬 시간이 왔지요. 그런데 바로 꿰매 주는 것이 아니라, 또 약 20분 동안을 하염없이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몸집이 아주 큰 간호사가 저에게 침대에 누우라고 하더니, 계속 저에게 안심을 시키면서 마취 주사를 5방 정도 놓고 꿰매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가장 아팠던 것이 마취 주사였어요. 꿰매는 것은 크게 아프진 않았지만, 바늘과 실이 들어가고 나가고 하는 느낌이 아주 좋지 않았어요. 제가 계속 윽윽~~ 거릴 때 마다, 그 간호사는 저에게 Oh, Sorry. 그러면서 제 손이 작아서 그랬는지 꿰매기가 어렵다고 하시는 거에요. 그런 말을 들으니 더 겁이 나긴 했답니다.
세 바늘 꿰매고 이렇게 테이프를 붙여주었네요.
참고로, 영국에서 응급 상황에 대처하는 법을 알려 드릴께요.
1. 주변 병원, 응급실로 바로 간다. 만약 그 곳이 어딘 지 모르면 무조건 999로 전화를 해서 도움을 청하세요. 그리고 주소를 알려주고 앰뷸런스를 불러달라고 하면 됩니다.
2.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고 나오면, 거기서 다음 단계를 알려 줍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일주일 후에 GP 담당 의사에게 가서 실밥을 풀라고 했어요. 가기 전에는 예약 날짜를 잡아야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것 기억하세요.
3. 가장 중요한 것은, GP 병원 등록은 반드시 해야 합니다. 그래야 무료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니까요.
상처를 치료 받고 나오면서, 전 참으로 감사한 마음이 들더군요. 이렇게 무료로 상처 치료도 받았을 뿐더러, 크게 기다리는 불상사도 일어나지 않아서 말이지요. 제 주변의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다리와 손가락이 부러져서 응급실에 갔는데, 그 다음날 오라고 했다거나, 거의 2-3시간 넘게 기다려서 치료를 받았다는 말도 들었거든요. 아는 아줌마가 하시는 말씀이, 영국에서는 크게 찢어지지 않으면 절대 꿰매주지 않고 그냥 지혈 테이프를 붙여준다고 하시네요. 아마도 제가 많이 찢어진 것 같다고 하셨어요. 또한 진통제 같은 것도 거의 처방해 주지 않는다고 하시더라고요.
다행히 전 큰 진통이 없어서 물만 닿지 않게 조심하고 있어요. 울 신랑이 저에게 상처 치료 될 때까지 모든 집안 일을 하지 말라고 해서 아주 공주마마 대접 제대로 받고 있습니다. ^^ 다친 손이 오른 쪽이라서 씻을 때 가장 불편하네요. 곧 GP 담당 의사를 만나 실밥을 풀려고 기다리는 중 입니다. 이런 경험을 하고 나니, 작은 일에도 더욱 조심해야 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잠시나마 집안 일에서 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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