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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품절녀 & 남 in UK/유학생 남편 둔 아내의 일기

영국에서 야구팬으로 사는 한국인의 삶, 이 정도야

by 영국품절녀 2012. 7. 6.

오늘은 영국에서 야구 팬인 울 신랑 및 한국 남자들이 살아가는 구구절절한 모습에 대해 말씀드릴까 합니다.

 

저는 결혼 전까지는 야구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다만, 축구는 월드컵 이후 국가 대표 팀 경기에만 관심을 확~ 가졌다가 바로 꺼지는 그런 냄비 근성이 심한 팬이었지요. 그런데, 야구, 축구를 모두 좋아하는 신랑을 만나 살면서 어쩔수 없이(?) 야구와 축구를 좋아할 수 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원래 신랑은 야구와 함께 축구도 관전하는 편이었는데, 부천에 있던 프로 축구팀이 제주도로 이사간 이후부터 아예 K 리그에 관심을 끊었다고 해요. 신랑은 부천 토박이는 아니지만 부천 운동장이 집에서 매우 가까운 편이라 직접 보러 가기도 했었는데 그 팀이 부천을 떠나자 아예 프로 축구자체에 관심이 멀어졌다고 합니다.

 

  

신랑의 야구 사랑은 정말 상상을 초월합니다.

 

신랑은 야구 관련 영상을 하루도 빼 먹지 않고 봅니다. 제가 옆에서 보면, 신랑은 어쩌면 저리도 야구 관련 영상을 매일 봐도 지겹지도 않은지요. 예를 들면, 야구 경기, 경기 하이라이트, 야구 다큐멘터리, 심지어 일본 방송에서 나온 일본 야구까지 야구와 관련되는 모든 영상을 다 찾아서 봅니다. 거기다가 전에 봤던 것들을 보고 또 보고....전 옆에서 함께 보다가 혹은 듣다보면 제 자신이 지겨워서 이렇게 소리를 지릅니다.

신랑, 또 봐???  한 번 봤는데 왜 또 보는 거야...지겹지도 않아???

 

 

                              

                             2008년 북경 올림픽 야구 경기는 울 신랑이 너무 좋아해요. ^^

 

 

신랑은 축구보다는 야구에 주로 관심이 있다 보니 영국 친구들과는 야구 이야기를 전혀 못한다고 합니다.

 

영국은 아시다시피 축구와 럭비 (그리고 크리켓)의 나라입니다. 그러나 영국에서도 야구와 꽤 비슷한 게임인 Rounder를 즐기곤 합니다. 이 게임의 규칙은 비슷하지만 투수가 던지고 타자는 방망이로 그 공을 쳐서 누상에 나가는 것 - 약간 다른 점이 몇 가지 있는데, 일단 글러브를 사용하지 않고(맨손), 방망이도 훨씬 짧으며 한 손으로 칩니다. 또한 스트라이크 아웃이나 볼 넷 진출도 없네요

 

 

                              

                                  영국인들이 즐기는 라운더   (출처: Google Image)

 

주 전에 학과장 주최로 Rounder를 했었는데, 그 규칙을 제대로 아는 사람도 별로 없고 그냥 치고 달라고 하다가 끝났다고 해요. 그냥 남녀노소 함께 어울릴 수 있다 보니 야유회 용도로 즐기는 것 같습니다.

 

 

다만, 미국인 친구들과는 종종 야구 이야기를 나누곤 하지만, 박찬호 선수가 전성기 시절의 메이저리그나 좀 알지, 지금은 메이저리그를 잘 알지도 못해서 그다지 말이 통하진 않는다고 해요그런데 작년에 알게 된 동갑인 일본 유학생 친구는 야구 광팬이었습니다.  그 친구와 신랑은 매일 저녁 저희 집 거실 소파에 앉아 인터넷으로 일본 야구 다큐를 한 두 시간 이상씩 보면서 얼마나 낄낄거리며 재미있어하는지요. 그 일본인 친구가 학위 과정이 끝나고 일본으로 돌아가버리는 바람에 올해부터는 울 신랑은 아주 외롭게 홀로 야구 영상을 보고 있답니다. 다행히 부산 출신인 롯데 자이언츠 팬인 한국 남학생이 있어서 가끔 그와 함께 야구 수다를 떨곤 합니다만.... 아마도 울 신랑은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를 야구로 푸는 가 봅니다.

 

 

                                           

                                           야구가 뭔지......   (출처: Google Image)

 

 

 전 울 신랑만 이렇게 야구에 미쳐서 매일 야구 경기를 보고 또 보고 그러나 싶었는데요.....

 

 

저와 친하게 지내는 언니의 남편 분(같은 대학 대학원생)도 상당히 야구를 좋아하시더군요. 그 분은 방학임에도 불구하고 야구를 보러 꼬박꼬박 학교에 출근한다고 합니다. 집 인터넷 계약을 정량제로 했기 때문에, 야구 경기 세개만 봐도 용량 초과라서 꼭 학교에 출근해서 야구를 본다고 해요.  오늘 시내에서 그 언니를 만났는데, 남편은 벌써 야구 보러 이미 학교에 갔다고 하더군요. (오늘 전구장 야구 경기 취소였는데 말이죠). 그 언니 말로는 수업이 없어도 -현재는 여름 방학 - 야구 시청 때문에 남편은 아침 일찍 학교에 꼭 간다고 하니, 그 분도 정말 야구 사랑 대단한 것 같습니다.

 

 

 

야구 팬인 그 두 명의 한국 남자들이 이런 이야기를 나눈 적도 있습니다.

올림픽에 왜 야구 종목이 하필 빠졌는지...

이번 런던 올림픽에 야구가 있었으면 한국 팀 경기 전 표를 몽땅 사서 다 관전했을텐데....

아쉽다... 아쉬워~~~

 

 

영국에서 사는 야구 팬인 한국 남자들은 만나기만 하면 하는 이야기 소재가 바로 "야구" 입니다. 다른 나라 친구들과는 야구 이야기를 쉽게 나눌 수가 없으니까요.  요즘은 세상이 좋아져서 인터넷으로도 야구를 볼 수 있어서 야구 광팬인 이들에게는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친구들과 수다를 떨면서 보는 야구가 많이 그리운가 봐요. 한국에서는 신랑과 함께 종종 야구장에도 갔었는데, 여기서는 그러지도 못하다 보니 신랑은 몸이 근질근질한 가 봅니다. 

 

 

 

이번에 드디어 신랑이 한국에 잠시 들어갈 일이 생겼거든요. 이참에 야구장에 한 번 가서 스트레스 제대로 풀고 온다고 벼르고 있네요. 부디 야구장 가서 스트레스 다 날리고 왔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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