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1월의 한주가 지났어요. 저는 요즘 아기가 낮잠을 잘 때면 지난 여행 사진들을 보면서 추억에 잠기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지난 날의 사진들을 통한 추억 팔이를 종종 하게 될 것만 같습니다. 오늘은 신랑 졸업식 참석 겸 여름 휴가차 떠난 아쉬웠던 런던 여행의 에피소드를 전해드릴까 합니다.
영국에서의 일정이 빡빡했던 저희는 아쉽게도 런던에서의 일정은 딱 하루였습니다. 어떻게하면 런던에서의 시간을 잘 보낼 수 있을까 고민한 끝에 아기와 함께 런던 아이(London Eye) 타보자 했지요. 아직까지 저희도 타 본적이 없거든요.
BBC 드라마의 한 장면과 같은..
아기가 있어서 이런 그림이 그려지지는 않겠지만요.
하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그 날따라 바람이 불고 비까지 오는 런던 날씨...
뭐 새롭지도 않지만, 유모차에 아기를 데리고 다녀야 한다는 상황이 저희를 난감하게 했지요.
어제까진 그리 날씨가 좋았다던데.. 하필 오늘은 왜 이러는거야...
단 하루뿐인 런던 여행인데.... ㅠㅠ
신랑은 날씨도 안 좋으니 내셔널 갤러리에서 유유자적 시간을 보내는 것이 어떻겠냐고 했지만, 저는 그 보다는 헤롯 백화점에서 놀자고 제안했지요.
하지만...제 선택이 정말 무모했다는 것이 곧 밝혀집니다.
런던 외곽에서 묵은 저희는 유모차를 들고 끌고 하면서 지하철과 버스를 갈아타고 겨우 헤롯 도착~ 은 아니고요, 한 정거장 더 가는 바람에 하이드 파크에 도착... 이미 아기는 버스에서 응가를 싸는 통에... 게다가 설사를 하는 바람에 바지까지 노랗게 젖어버리고요... 신랑은 아기를 들고, 저는 유모차를 끌고 공원을 뛰어다니면서 겨우 화장실을 찾았어요.
오 마이 갓뜨!! 화장실은 유료잖아요. 20p가 없던 저희는 급한 나머지 주변에 있는 사람과 50p를 20p로 교환한 후에 화장실로 뛰어 들어갔지요. 아기 옷을 벗기고 응가를 치웠습니다. 아기를 눕힐 만한 곳도 없어 안아서 기저귀를 채우는데.. 힘든 상황에서도 방긋방긋 웃는 아이를 보면서..저 역시도 웃고 말았답니다.
그렇게 응가(?) 사건을 일단락하고 헤롯 백화점 도착~~
(참고로 이런 응가 사건은 여행 내내 쭉~ 있었다는..)
해롯 백화점에 도착하자마자 시장했던 저희는 지하 음식들을 쭉~ 둘러보고 있는데.. 아기는 배고프다고 소리를 지르며 웁니다. ㅠㅠ 밖은 비바람이 불어 나갈 수도 없는 처지라, 백화점에 내에 있는 레스토랑이라도 가보자하며 찾아보는데.... 디즈니 카페라는 곳이 있네요. 호기심이 생겨 괜히 아기 핑계대고 한번 가보기로 결정~
Disney Cafe @ Harrods
주차를 하고 직원의 안내에 따라 디즈니 카페로 들어갑니다.
내부는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디즈니 주인공들로 꾸며져 있어요.
저도 좋아하는 토이 스토리도 있고요.
디즈니 카페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카페 중앙에 위치하고 있는 빅벤~~
정각을 알리는 종소리까지~~
좌석에 앉아 디즈니 카페 메뉴판을 봅니다.
주문판은 부모와 아기를 위한 메뉴가 따로 있어요.
가격은 약간 사악한 편이에요.
한국도 키즈 카페 음식 메뉴가 비싼 것처럼요...
아기는 하이체어에 앉았어요.
우리 아기가 가장 어린 것 같더라고요.
즉, 이런 어린 아기를 위한 곳은 아니라는 것을 뜻하는 것이지요. ㅠㅠ
당시 8개월이었던 아기를 위한 음식은 없었던지라
준비해간 액상 분유를 먹이기로 하고..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아기는 주문판을 흔들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통에 조용히 시키느라 진땀을 뺏답니다.
아기가 마구 구겨 너덜너덜해진 Kids's menu
신랑은 어른용 크레페, 저는 아이용 페네 파스타를 주문!!
디즈니 카페답게
아이용 주문 종이에는 재미있는 학습놀이가 있는데...
우리 아기에게는 단지 흔들기용 종이일 뿐이에요.
주변을 둘러보니....
이 정도 아이들은 데리고 와야 하는 곳이라는 것~~
프로즌의 영향으로
엘사옷을 입은 여자 아이들~~
(출처: http://www.tripadvisor.co.uk/ShowUserReviews-g186338-d188901-r158966825-Harrods-London_England.html)
↑↑
관심있는 분들은 참고하세요.
전혀 디즈니 카페를 즐기지 못하는 우리 아기는
멍하게 노리개 젖꼭지만 빨고 있을 뿐~
미키 마우스 컵과 함께 주문한 음료가 먼저 나오고...
아기의 분유는 따뜻하게 데우고 있어요.
디즈니 카페라 컵도 미키 마우스 컵이에요.
식사내내 아기는 소리를 지르고 탁자를 계속해서 치는 통에 저는 파스타를 먹다말다... 결국 속이 안 좋아져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거의 다 남기고 말았어요. 엄마들이라면 알 거에요. 어린 아기랑 같이는 절대 여유롭게 음식을 즐기면서 먹기 힘들다는 사실을요. 차라리 안 먹고 말지요.
나가기 전에 디즈니 카페를 기념할 겸해서 (어쩌면 마지막이 될 것 같은)
신데렐라 앞에서 사진 좀 찍을라니
결국 울기 시작합니다.
카메라 뚜껑을 주니 울음 뚝!!
에혀,,,,,
"그럼 아빠랑 사진 같이 찍어볼까?"
"나중에 너 여기 왔었다고 남겨 줄게"
역시나 사진도 싫나 봅니다. ㅠㅠ
결국 저희는 구경한번 못해보고 해롯 백화점을 나와
도대체 어디로 가야하나 한숨만~
아쉽게도 너무 어린 아기를 디즈니 카페에 데려온 저희가 잘못이지요. 제대로 음식도 먹지 못하고 사진도 못 찍고 금방 자리를 뜰 수 밖에 없었던 저희는 유럽 여행 첫 날부터 뭔가 불길한 조심이 엄습해오는 것을 느꼈습니다. 아기와 첫 유럽 여행의 시작점인 런던에서의 첫 날이자 마지막이었던 날, 신랑 친구만 얼른 만나고 다시 숙소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답니다. 날씨까지 도와주질 않아, 런던 나들이는 정말 우울했어요. 신랑은 차라리 내셔널 갤러리를 갔으면 이렇게 고생은 하지 않았을 것이라 옆에서 중얼중얼~ 아기가 더 커서 왔으면 제대로 즐겼을텐데라는 아쉬움만 가득한 런던 나들이였습니다.
여러분의 공감 ♡은 큰 힘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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