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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품절녀 & 남 in UK/이슈가 되는 발칙한 주제들

영국인의 동화같은 결혼식, 한국은 가능할까?

by 영국품절녀 2013. 4. 14.



제가 3년 넘게 알고 지내는 20대 초반의 영국인 커플이 곧 결혼을 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그들은 같은 대학교 커플로서, 남자가 한 살 어린 연상 연하 커플이에요. 말이 필요없는 눈이 즐거워지는 사랑스런 커플이에요. 그 둘은 대학교를 졸업한 지 이제 1~2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아, 결혼 자금을 모으기는커녕 아마도 학자금 대출이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현재 그들은 둘 다 정규직(Full-time)이 아닌, 그저 파트 타임 일을 하면서 각 자 생활하고 있어요. 

 

제가 사는 켄트 지역의 결혼식이에요. 전에 잠깐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글 내용과는 살짝 무관하지만,

내용이 우울하니 행복한 시골 결혼식 사진이라도 감상해 보세요.

 

 

 

 

신랑, 신부가 타고 있는 마차~ 

 

 

리무진 세 대가 결혼식이 거행되는 교회로 향하고 있어요.

 

 

 

 

 

물론 한국과 영국 문화와 생활상은 다르기 때문에 비교할 대상은 아니지만, 한국인이 보기에 그 어린 커플의 결혼은 어쩌면 참 무모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동화 속에나 나올 법한 "아무런 조건 없이 그저 사랑해서 결혼"으로 보이는데요, 만약 이렇게 한국에서 20대 초반의 남녀 커플이 결혼을 한다고 하면, 주변 사람들은 축하보다는 이런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왜??? 벌써 결혼을 해??

"남자 집이 부자인가봐~~"

"혹시 임신한 것 아니야?"

그들의 결혼 소식을 들으면서, 요즘 한국의 결혼 문화에 대해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답니다.

며칠 전 SBS 에서 발표한 "결혼을 기피하는 이유" 에 대해 조사를 보니 "한국 미혼 남녀는 돈이 없어서 결혼을 못 한다" 라는 답을 했다고 합니다. 즉 고용의 불안정, 신혼 주택 및 살림, 결혼식 비용 등 돈이 없으면 결혼도 못하는 한국 젊은이들이 처한 현실입니다. 

 

이런 이유에서 인지, 미혼 남녀들은 상대방의 직업(연봉) 혹은 부모님의 재산까지 큰 관심을 가지는 것 같습니다. 일부 여자들은 남편 월급만 받고 살기에는 생활이 빠듯하다고 하여, 매 달 시댁으로 생활비 보조를 받는 경우도 꽤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여자들은 남자가 이미 축척한 재산 및 집 소유 (혹은 구입 능력) 게다가 시댁 재산까지 보게 되는 것 같아요. 마찬가지로 남자 역시 '가족은 내가 벌어 살린다'면서 여자들의 직업 혹은 재산 등에 전혀 신경을 안 썼지만, 외벌이가 힘든 사회가 되면서 맞벌이할 수 있는 배우자의 직업 및 연봉 거기다가 친정 재산도 고려 대상이 되고 있다고 하지요.

 

시골 교회에서 열린 결혼식~

 

 

 동네 사람들과 아이들은 마차를 구경하고 있어요.

 

요즘 온라인 기사 혹은 게시판 등을 보면 "손해 보는 결혼은 하기 싫다" 고 합니다.

모든 한국 미혼 남녀들이 이렇다는 것은 절대로 아닌 거 아시지요? 여러분~~ 

 

일부 미혼 여자들의 경우~

남자는 당연히 집 해 와야 하는 거 아니에요? 적어도 전세값 정도는 가져와야 해요.

 

일부 미혼 남자들의 경우~

나는 이 정도 집을 사오는데, 여자가 고작 이 정도밖에 안 갖고 온다는 게 정상적인가요?

 


결혼 전에 커플의 의견 대립은 온통 돈 입니다. 한국 사람들의 정서 상 집은 꼭 있어야 한다고 여깁니다. 유독 일부 딸을 가진 엄마들은 예비 사위가 집을 사오는지 적어도 전세 비용은 가져 오는지에 굉장한 관심이 쏠립니다. 더욱이 딸이 전세로 산다고 해도, 매 년 오르는 전세값을 어찌 감당할 것이나면서 예비 사위및 시댁에게 압박을 합니다. 전세값도 준비 못하는 남자와 결혼한다고 하면 아마도 난리가 날 거에요.


그런데 영국에서 보면, 이 곳도 한국의 현실과는 크게 다르지 않는데...

왜 이리 젊은이들의 사고 방식은 차이가 나는 걸까요?

 

앞에서 언급한 20대 초반의 영국 커플은 원룸을 렌트해서 살 계획입니다. 그렇게 돈을 조금씩 모으면서 앞으로 모기지로 집을 장만하겠지요. 영국에 있는 대부분 젊은 부부들은 이렇게 신혼을 시작합니다. 영국 역시 집값이 비싸고, 보통 영국인들은 30년 이상 아니면 평생 주택 할부금을 갚고 살아간다고 합니다. 요즘 신문 기사를 보니 젊은이들의 높은 실업률로 인해 점점 집을 살 수 있는 연령이 늦춰지고 있다고 하네요. 물론 영국도 부자 부모는 자녀에게 집을 유산으로 주거나 직접 사 주기도 합니다.

 

제가 얼마 전에 정말 드라마에서나 있을 법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제가 아는 한국인 동생이 영국에서 유학을 하다가 영국 남자와 사귀게 되었어요. 한국인 여학생은 이미 삼십대 초반이고, 지금까지 공부를 해서 결혼 자금도 하나 없는 상태입니다. 그렇다고 부모에게 결혼 자금까지 손을 내밀기는 죄송하고요.

그런데, 영국인 남자친구와 결혼에 대해 이런 저런 말을 주고 받다가 이렇게 말했답니다

한국인 여자: 나는 돈을 벌어 놓은 것이 하나도 없어. 너랑 결혼해도 가져 올 돈이 없어.

영국인 남자: 괜찮아, 내가 돈 벌면 되잖아. 너는 내가 충분히 먹여 살릴 수 있어.

 

저는 이들의 대화를 전해 듣고, 생각에 잠겼습니다. 현재 둘 다 학생 신분이고, 벌어놓은 돈도 둘 다 없어요. 이제 그 둘은 취업을 준비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과연 이런 대화가 한국에서는 가능이나 할까?", "아무런 경제적인 조건을 고려하지 않고, 그저 그 사람 자체가 좋아서 결혼을 결정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이건 가정이지만, 서른이 넘은 한국 여자가 아직 변변한 직업도 없고 게다가 돈도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한국에서는 결혼 자체가 성사될까요? 물론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분명 쉽지는 않을 겁니다.

 

 

드레스를 입은 여자들을 보니, 저도 드레스가 입고 싶어집니다. ㅎㅎ

 

영국에서 제가 본 2~30대 현지 및 (국제 결혼한) 외국인 친구들을 보면, 다들 부모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결혼 생활을 꾸려서 사는 것을 봅니다. 다들 그저 평범하게 자신의 분수에 맞게 살아가고 있어요. 신혼 집은 월세로, 차는 경차 혹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출퇴근을 해요. 신혼 여행도 경제력에 맞게 가고요.

 

하지만 영국과 다르게 한국에서는 부모의 경제력에 상관없이, 부모가 결혼 비용 및 집 혹은 혼수까지 다 해 주기를 (혹은 도와주기를) 기대하는 2~30대들이 꽤 많은 것 같습니다. 특히 일부 여자들 및 부모들은 남자가 집을 사오기를 바랍니다. 한국에 있을 때 제 주변에도 보면 남자가 집은 해 와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여자들이 꽤 많았어요. 적어도 전세 값 정도는 무조건 가져와야 한다고 했지요.

 

까놓고 솔직하게 말하면...

국적 상관없이, 어떤 여자라도 남자가 신혼 집을 사 오면 대환영일 거에요.

 

다만, 경제적인 이유만으로 -  집이 없는 (전세 비용이 없는) 남자 & 혼수 및 예단 비용이 적은 (없는) 여자 - 쉽게 파혼을 하는 것은 좀 아닌 것 같습니다.

실제로 제가 아는 웨딩 플래너 분의 말로는 웨딩 촬영까지 다 끝내고 몇 주 안 남고도 경제적인 문제로 인해 결혼식을 파기하는 일이 꽤 많다고 했어요. 제가 직접 들은 난감했던 사연은 예비 장모가 집 평수가 맘에 안 든다고 대놓고 사위될 사람에게 결혼식 얼마 앞두고 파혼 선언을 해서 부랴부랴 남자가 더 큰 평수의 집을 사오기도 했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예비 시어머니가 예비 며느리에게 부담스러운 혼수와 예단을 요구하는 바람에 친정에서 혼사를 없던 것으로 해 버린 일도 종종 있기도 하지요.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한국 미혼 남녀들은 점점 배우자의 자질보다는 집 소유 및 경제력만이 결혼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저는 주변에서 결혼한 선배들과 친구들에게 이런 소리를 너무 많이 들었어요.

결혼 생활에 있어서 집의 유무는 굉장히 중요하다. 

남자는 경제력이 제일 중요해, 아무리 사람이 괜찮아도 돈이 없으면 결혼 생활은 힘들어.

이 말이 꼭 틀린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기혼자 분들은 꽤 공감하실텐데요, 저 역시도 집도 없고, 돈도 없어서 그런지 전혀 공감이 안 가는 것은 아니랍니다. 다만, 결혼 생활이라는 것이 배우자가 돈만 있다고, 집을 해 온다고 해서 절대 행복하지는 않습니다. 즉, 돈이 없으면 생활이 불편할 따름이지요.

 

요즘 결혼을 집과 경제력(재산, 연봉 등) 이 있는 사람들만 하는 것으로 여기는 한국 사회의 분위가 상당히 우려스럽습니다. 점점 결혼을 기피하거나 늦추는 추세라고 하잖아요.

제가 보기에는 저변에 자리잡고 있는 한국인들의 지나친 경쟁심 때문은 아닐까 하는데요. 절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싶지 않다는 강한 열망에서 큰 평수의 내 집도 있어야 하고, 중형차 혹은 외제차도 있어야 하고, 신혼 여행도 남들이 안 가는 비싼 곳으로 가야 하는 등등...게다가 절대 내 자식만큼은 경제적으로 고생 안 시키겠다라는 일부 한국 부모들의 과욕도 한 몫 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몇 년 살고 온 영국인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어요.

한국 사람들은 남에게 끊임없이 자랑하고 싶어한다.

큰 집에서 살고, 큰 차를 타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저는 나중에 한국에 돌아가면, 집이 없는 저희 부부는 주변 사람들의 한숨 섞인 혹은 불쌍한 시선을 받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한국에는 불편한 오지랖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요. 괜히 남의 걱정을 하는 척 하면서, 필요없는 말들로 상대방 마음에 상처를 주는 부류들이요.

 

그래서 영국에서 사는 것이 한편으로는 그런 기분 나쁜 시선을 느끼지 않아 편하기만 합니다. 왜 한국 기사에는 집 없이 결혼하는 사람들을 한없이 불쌍하게 만드는지 모르겠어요. "영국처럼 집이 없으면 월세 살면 되지 않나요?" 제가 이런 말을 하면 "한국 현실을 모르는 철 없는 말도 안되는 소리" 라고 저를 한심하게 여기실 거에요. 거기는 영국이 아닌 한국이니까요. 그래서 저도 가끔씩 한국에 돌아갈 생각을 하면 가슴부터 답답해지나 봅니다. 한국은 워낙 자가의 유무가 중요시하니까요. 그래서 어린 자녀들의 생활 기록부에는 자가, 전세 등 그런 필요 없는 것까지 조사하나 봅니다.

 

과연 저희 부부는 한국에서 집이나 제대로 장만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제발 온라인 기사 등에서 "돈이 없어 결혼 못하는 한국 미혼 남녀", "집 장만 못해 파혼 당하는 한국 남자" 이런 류의 기사 좀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영국에서는 돈 없어도 결혼할 수 있는데, 왜 한국에서는 유독 돈 없으면 결혼을 못하는 건가요? 왜 자꾸 우리 젊은이들을 돈 없어 결혼도 못하는 한없이 처량한 신세로 만드는지 짜증납니다. 또한 일부 철없는 미혼 남녀는 자신의 분수에 맞게 결혼하고 살아야지 왜 나하고는 전혀 다른 형편의 남을 따라하려고만 하는지 답답할 노릇이에요.  

과연 집을 못 사온다는 이유로 혹은 혼수와 예단 비용이 적다고 해서 파혼 당하는 미혼 남녀가 한국 말고 또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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