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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품절녀 & 남 in UK/유학생 남편 둔 아내의 일기

영국 파트 타임 급여가 무려, 꿈이야 생시야

by 영국품절녀 2013. 8. 3.

안녕하세요?

영국품절남입니다.
오늘은 제가 며칠전에 겪은 황당하지만 조금 아쉬운(?) 사건을 포스팅 해보려고 합니다.


제가 이번 여름 방학을 맞아해서 학교 기숙사 청소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습니다. 2년 전에도 한 적이 있지요. 켄트 대학에는 기숙사가 여러 곳이 있는데, 방학 때에는 다양한 용도로 사용됩니다. 회의나 컨퍼런스 등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위한 호텔 서비스 - 식사 제공 포함 - 부터 약 2 - 3주 동안의 단기 어학연수를 온 외국 학생들의 기숙사로도 이용되지요. 작년에는 런던 올림픽에 참가했던 독일 대표팀이 묶었다고도 하더군요.

 

일 자체는 그렇게 힘들지는 않습니다. 호텔 서비스처럼 화장실과 방을 간단히 정리하거나, 1주일에 한 번씩 이부자리 커버를 바꿔주는 정도이지요. 첫 2주 정도는 기존의 학생들이 나간 방과 화장실을 청소하느라 조금 힘들었지만, 그 이후는 꽤 할 만합니다. 시간당 임금도 7파운드 - 약 만 3천원 - 가 넘고, 점심시간 포함해서 4-6시간만 일하게 되므로 몸이 힘든 것도 별로 없습니다.

 

품절녀님이 청소하고 나서 찍은 기숙사 방

 

모든 직장인들이 그렇듯이 여기 아르바이트생들도 급여일이 다가오면 월급으로 무엇을 할 지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그런데 켄트대학의 급여 시스템이 조금 이상해서, 학생들이 짜증을 내곤 하지요. 보통 한 달 일한 급여는 월말에 지급되는 것이 정상인데, 이 곳은 다음 달 말일에 지급됩니다. 즉 6월 한 달 동안 일한 급여가 7월 말에 정산이 되어 지급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와 품절녀님은 6월 둘째 주부터 일을 하기 시작했는데, 이제서야 6월달 월급을 받았네요.


첫 급여일이었던 7월 31일 아침, 저는 학교에 있는 현금 지급기를 통해 월급이 얼마나 들어왔나 체크를 했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제 계산대로라면 한 £ 600 (110만원) - 세금도 떼야 하고, 중간에 학회 참석과 이런 저런 일로 결근을 했었기에 - 정도를 받아야 하는데.....

 

제 계좌에 찍한 금액은, 무려...

2,889.38, 한화로 약 500만원이었던 것입니다.

 

 

 

 

고작 3주동안, 하루 6시간씩 밖에 일하지 않았는데, 무려 제 계좌에는 500만원이 들어 있었지요. 너무 놀라고 황당할 수 밖에 없었지요. 출근하자마자 같이 일하는 학생들은 서로 돈이 얼마 들어왔는지, 그 돈으로 뭐 할건지 등의 이야기를 나누는데, 저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더군다나 이상하게도 오피스에는 제 급여 명세서만 없는 것이었습니다.

 

주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줄곧 든 생각은 "도대체 무슨 일일까??" 라는 생각이 끊이지 않더군요. "그냥 조용히, 입 다물고 있을까?"라는 나쁜 생각도 잠시 들더군요.

 

하지만 너무 이상하기도 하고 양심에 찔린 저는 점심시간에 담당 매니저에게 이질 직고하러 갔지요. 매니저도 듣더니 당황해서 - 당연히 그럴 수 밖에 없을 겁니다. 다른 학생들은 모두 £600-800 정도를 받는데, 저만 거의 £3000 에 가까운 급여를 받았으니까요. 매니저는 저 보고 당장 학교 급여 사무실(Payroll office)로 가라고 했습니다. "아~ 괜히 얘기했나?"라는 생각도 들기는 했지만, 일단 가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그 곳에서 드디어 의문이 풀렸습니다. 제가 지난 학기에 학과에서 한 과목을 가르쳤습니다. 그 당시, 저의 신분이 시간 강사 - Assistance Lecturer - 였죠. 시간 당 약 £38 - 한화 약 7만 5천원 -  계약이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대학의 급여 프로그램이 저를 청소 아르바이트생이 아닌 시간 강사로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죠. 따라서 제 근무시간이 시간 당 7파운드가 아닌 38파운드로 계산되어 지급된 것이었습니다.

 

결국, 저는 담당 직원으로부터 본래의 받아야 할 급여 외에는 학교 계좌로 토해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저는 적어도 그 직원으로부터 "참~ 정직한 사람이구나, 바로 와서 알려주다니..." 정도의 칭찬은 듣고 싶었는데, 별 말도 안하더군요. '뭐.. 당연히 해야할 일이지만요.' 집에 오자마자 초과급여를 바로 반납했지요.

 

결국 £638.31 가 저의 진짜 급여입니다.

 

그 다음날 일하러 갔더니, 청소 직원들과 아르바이트 학생들 사이에서 저의 급여 해프닝을 두고 난리가 났습니다. 직원들은 - 보통 아주머니들 - "Rich Boy" 라고 절 부르고, 학생들은 오늘 저녁 회식 때, 저에게 한턱을 쏘라고 하더군요. 저는 심드렁 하게 딱 반나절만 "Rich"였다고 대꾸하고, 매니저에게 가서 자초지종을 설명했습니다.

 

저와 항상 파트너로 일하는 말레이시아 출신인 화교 친구의 말~

도대체 왜 그랬냐... 학교는 적어도 연말까지는 이 문제를 찾아내지 못할테고,

어쩌면 아예 걸리지 않을 수도 있었을텐데..

 

저보다도 오히려 그 친구가 훨씬 더 아쉬워 하더군요. ㅎㅎ 솔직히 그 돈이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일 것입니다. 한 푼이라도 아쉬울 때이니까요. 그 화교 친구 말대로, 그냥 입 다물고 있었다면 10월까지 약1000만원 이상의 돈이 제 통장에 쌓였겠지요. 하지만 마음은 상당히 불편했을 듯 합니다. "1000만원"은 당연히 저에게 큰 돈입니다만, 제 양심값은 그 보다 훨씬 더 비싸다고 믿고 싶네요. 설사 학교에서 초과 지급한 비용을 발견하지 못하더라도, 꽤 오랫동안 마음이 불편하고 신경쓰이지 않았을까 합니다. 일종의 부정한 돈이니까요.


이번 일은 일종의 해프닝이었습니다. 그래도 한 두시간이나마 "이 돈으로 무엇을 할까?" 라는 즐거운 상상을 해 봤으니 그것으로 만족할랍니다. ㅎㅎ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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