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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여행/이탈리아

카프리 정상에서 먹은 김치 볶음밥, 잊지 못해

by 영국품절녀 2013. 7. 28.

 

어제 품절남님이 "이탈리아 여행에서 마신 에스프레소의 향수"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했었는데요.

혹시나 궁금하신 분들은 읽고 오셔도 좋습니다.

--->  이탈리아 여행 떠올리며 직접 만든 에스프레소

 

오늘은 그 후속편을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이른 새벽 남부 이탈리아로 떠나기 전 날 밤의 상황입니다.

자기 전에 신랑 후배가 저희에게 당부하는 말~

"내일은 새벽에 남부 이탈리아로 여행을 가야 하므로, 일찍 일어나십시요."

저희는 새벽 6시에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냄새지??' 밖에서 맛있는 냄새가 나는 겁니다. 알고보니 후배는 저희들을 위해 점심 도시락을 손수 만들고 있는 것이었지요.

 

바로 김치 볶음밥~

 

후배는 그 당시 이탈리아에서 성악을 공부하는 학생이었는데, 자신의 몸 관리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었어요. 특히 먹는 것에요. 냉장고가 두개 였는데, 하나는 완전 김치 냉장고용으로 직접 담근 배추 김치가 가득 있었지요. 아무튼 플라스틱 큰 통에 홈메이드 김치 볶음밥을 가득 담아 저희 둘은 후배의 자가용인 BMW를 타고 남부 이탈리아로 떠났습니다.

 

그 때가 4월이라서 크게 덥지고 않고 시원해서 이탈리아를 여행하기에 딱 좋았던 것 같습니다. 다만 로마는 4월인데도 30도가 육박하는 날씨로 인해 좀 힘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나폴리는 좀 위험하다고 해서 그냥 차로 슬쩍 구경만 하고 바로 소렌토로 넘어갔지요. 특히 카프리 섬 배 시간을 맞춰야 하기에 로마에서 일찍 출발한 것입니다.

 

 

역시 지중해답게 물이 에메랄드 색깔이었어요.

그 때 가지고 있던 카메라가 별로 좋지 않아서, 사진은 실제보다도 훨씬 별로지만

소렌토의 절경은 무슨 한 편의 그림과 같았습니다.

 

 

 

 

카프리로 가는 배 안에서도 저희들은 풍경에 눈을 떼지 못했어요.

 

 

 

드디어 카프리 섬에 도착했습니다.

 

 

 

 

날씨가 맑았다 흐렸다를 반복해서 사진이 이렇습니다.

 

 

저희 일행은 바로 리프트를 끊어서 몬테솔라노 산 정상으로 향했지요. 신랑이 고소 공포증이 좀 있어서 혼자 타야 하는 일인용 리프트를 타는 것이 좀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잘 참고 정상까지 오는데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겁에 질린 모습은 역력했지만요. ㅎㅎ 정상에 도착하기도 전에 이미 지친 기색이었어요.

 

 

저는 신이 나서 리프트를 타고 가는 도중에도 사진을 찍었어요.

 

 

 

산 정상에서 본 카프리 마을~

 

 

리프트에서 내려 정상에 올랐더니, 카프리 마을이 한 눈에 다 보입니다. 저희는 풍경을 감상하는데, 배에서는 꼬르륵 난리도 아닙니다. 아침 식사를 고작 에스프레소 한 잔으로 끝냈으니 얼마나 배가 고프겠어요. 큰 돌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저희 세명은 김치 볶음밥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프리 산 정상에서 한국인 세 명이 김치 볶음밥을 먹는다고 상상해 보세요. 이런 신선 놀음이 어디 또 있을까요? 그렇게 맛있는 김치 볶음밥은 아마도 다시는 먹지 못하지 않을까 싶어요. 맑은 공기를 마시면서, 확 트인 시야와 멋진 풍경에 맛있는 한국 음식까지요. 

 

"이게 바로 요즘 말로 하는 힐링 여행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쉽게도 김치 볶음밥을 사진으로 남길 생각조차 하지는 못했습니다. 뚜껑이 열리자마자 누구라도 먼저 할 것 없이 먹느라 정신이 없었으니까요. 어떻게 김치 볶음밥을 쌀 생각을 했는지 혹시 궁금하실지도 모르겠어요. 새벽에 일어나서 저희를 위해 김치 볶음밥을 졸린 눈을 비비면서 싸 주었으니까요.

 

사실 원인 제공을 한 것은 바로 "저" 입니다. 제가 로마행 비행기를 타기도 전에 이미 런던 코치에서 지갑을 도난 당했거든요. 그러니 제 여행 비용은 제로였습니다. 단지 비행기 표만 있을 뿐이었지요. 신랑의 후배는 저를 배려해서 외식 비용을 부담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도시락을 손수 싼 것입니다. 정말 여행 내내 감동이 따로 없었습니다.

 

만약 제가 지갑만 있었어도, 아래와 같은 레스토랑에서 현지 음식을 맛 보았을텐데요...

 

하지만 저는 아쉬운 마음은 전혀 들지 않고,

김치 볶음밥이 훨씬 좋았던 것 같습니다. ㅎㅎ

 

 

 

아쉽게도 배 시간이 다소 촉박해서

지중해세 발만 잠깐 담그고 바로 배를 타야 했지요.

 

 

 

신랑 후배의 말로는 카프리 섬은 워낙 부자 동네라서, 여름 휴가 철에는 현지인들이

직접 유명 오페라 가수들을 불러서 공연을 하도록 한다고 하네요.

 

 

 

하루도 되지 않은 짧은 남부 이탈리아 여행이었지만,

신랑 후배의 따뜻한 배려 덕분에 편한 여정과 함께 맛있는 김치 볶음밥을

해발 460m의 카프리 정상에서 먹는 즐거움도 느껴 보았습니다.

 

저의 경험 상 여행은 어디를 가느냐보다는 누구와 함께 가느냐에 따라 그 곳의 추억이 다르게 기억되는 것 같습니다. 남부 이탈리아는 저에게 참으로 따뜻한 한국인의 정을 느낄 수 있었던 곳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신랑의 후배였던 그 오빠(?)의 진심이 담긴 배려에 깊은 감사를 다시 한번 보냅니다. 나중에 한국에서 만날 기회가 생긴다면 크게 대접해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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