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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품절녀 & 남 in UK/유학생 남편 둔 아내의 일기

몸은 해외 마음은 한국, 쓸쓸한 추석 명절

by 영국품절녀 2013. 9. 22.

주말까지 쭉~ 이어진 5일간의 추석 명절 마지막 날입니다. 올해는 평소보다 추석이 빨랐던 관계로 이 곳 유학생들은 가족들과 추석을 보내고 이제서야 출국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보통 대학들이 9월 말에서 10월 초에 새학기를 시작하니까요. 그래서 그런지 이번 추석은 유난히도 조용하고 적막하기만 합니다.

 

(출처: BBC)

올해 추석 보름달은 Red moon~ 

 

물론 한국인 비율이 높은 곳에서는 한인회 주최로 추석 잔치가 열렸겠지만, 제가 사는 동네는 전혀 그렇지 않으니까요. 그래도 매 년 친하게 지냈던 연수생들 및 유학생들과 함께 명절 음식을 함께 만들고 먹으면서 그나마 명절의 아쉬움을 달랬었는데, 올해는 그나마 남아있던 지인들 대부분이 귀국을 해 버렸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해요.

저의 경우 지난 2년 동안은 한국을 방문한 적도 없으며, 신랑 역시 작년에 딱 한번 한달 정도 짧게 있었는데도 불구하고요, 저희의 바이오 리듬과 정신 상태는 우리나라에 맞춰져 있나 봅니다.

신랑은 도서관에 가서도 도저히 공부가 안 되는지 투덜거립니다. 명절인데 도서관에 앉아 있어야 하는 자체가 싫었나봐요. 게다가 맛있는 명절 음식도 먹고 싶었나 봅니다. 추석 첫 날이었던 수요일부터 저희들의 마음은 싱숭생숭~ 그래도 저는 매일 스케줄이 있어서 출근하고, 아는 분 집에 방문도 하면서 명절의 쓸쓸함을 달랬습니다.

 

신랑은 더 이상 이렇게 보내면 안 되겠는지... 함께 도서관에 다니는 한국인 지인 가족과 함께 추석 명절을 보내자고 했습니다. 저희는 각자 음식을 맡아서 하기로 하고, 금요일 오후에 그 분 집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아저씨가 저희 부부를 픽업해 주시려고 오셨는데, 교통 체증 때문에 살짝 늦으셨더라고요. 집에 가는 길에도 차가 막혀 가까운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꽤 걸렸습니다.

 

때아닌 도로 체증에 한국 명절 기분이 났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이 곳에서 3년 넘게 살면서 이렇게 차가 막히는 모습을 본 적이 없거든요. 아무튼 한국 명절 기분을 도로에서 느끼고, 저희들은 다같이 맛있는 추석 명절 음식을 먹었습니다. 한국 지인 분이 만드신 명절 음식에 빼 놓을 수 없는 잡채, 동태전과 함께 저희가 만든 시댁 명절 음식인 동태 - 실제론 대구 - 간장 조림도 먹었습니다. ㅎㅎ

 


 

그래도 이렇게 조촐하게나마 지인 가족과 함께 명절 음식을 먹으면서 오래간 만에 이야기의 꽃을 피우다 보니 조금은 기분이 나아졌습니다. 명절을 앞두고 저를 포함한 한국 아줌마들이 들었던 말들은~

 

네가 상팔자다. 너는 시댁 안 가니까 얼마나 좋냐?
명절에 일할 필요도 없고.. 시댁 눈치 볼 필요도 없고..

 

저도 솔직히 동감합니다. 명절마다 며느리들의 고충이 워낙 심하니까요. 이곳에서는 굳이 힘들게 음식을 만들지 않아도 되고요, 시댁 및 친정 부모님께도 전화만 드리면 되니까요. 하지만 부모님들 및 가족들은 저희의 부재가 많이 아쉽다고 하십니다. 마찬가지로 저희도 명절 때마다 죄송한 마음이 들지요.

 

올해 추석 명절이 이렇게 조용히 끝나가고 있습니다. 어제 음식을 많이 먹어서 그런지 제법 명절 기분도 났지요. 울 신랑은 체면 불구하고 과식까지 했네요. 점점 나이가 들수록 명절 때에는 더욱 더 한국이 그리워지는 것 같습니다. 날씨마저 갑자기 추워져서 그런지 마음 한 켠이 쓸쓸하네요. 올 가을이 우리 부부에게는 가장 힘든 시기가 아닐까 생각되는데요, 그래도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힘을 내야 겠습니다. 여러분도 아쉽지만 마지막 명절 휴가 잘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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