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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품절녀 & 남 in UK/유학생 남편 둔 아내의 일기

밥상 차리기 힘들다는 며느리, 시어머니 반응

by 영국품절녀 2013. 3. 12.



지난 일요일이 영국에서는 Mother's Day "엄마의 날" 이었습니다. 저희 교회에서는 어머니의 날을 주제로 예배가 진행되었고, 마지막 순서에는 딸들이 엄마에게 수선화를 드리고, 아들들과 남편들은 일제히 여자들에게 노래를 불러주면서 훈훈하게 마무리되었습니다. 저처럼 아직 엄마는 아니지만, 미래에 엄마가 될 여자들은 다들 꽃 선물을 받았답니다.

엄마의 날이라서 그런지 멀리서 사는 자녀들은 엄마를 보러 오기도 했고, 일부 부모님들은 자식들을 만나러 가셨는지 예배에 불참하신 분들도 계셨지요, 교회에서는 가족들이 모처럼 모여서 행복한지 다들 웃음꽃이 만발 했습니다. 옆에 앉은 영국 할머니께서는 저에게 "가족 보고 싶지??" 하면서 안쓰러운 표정을 지으시는데, 왈칵~ 눈물이 나올 뻔 했지요. 예배 시간 내내 저는 한국에 있는 가족들이 참 그리웠습니다.

 

 

예배를 마치고 집에 오자마자, 바로 전화를 했는데 친정 부모님은 집에 안 계시는지 자동 응답기로 넘어가네요. 괜히 속상해지더라고요. 그래서 바로 시댁에 전화를 했습니다. 반갑게 전화를 받아 주시는 시어머니께서는 항상 첫 마디는 "잘 지내니?" 이십니다. 저는 시어머니와 다시 추워진 영국, 한국 날씨 이야기, 가족 안부, 신랑의 논문 진행 과정, 저의 근황 등을 말씀드렸지요.

 

그러다가 슬쩍 꺼낸 이야기는....

언제나 저의 가장 큰 걱정거리인..... 밥상 차리기~~

어머니, 저는 먹고 사는 게 매일 걱정이에요. 대형마트에 가면 음식들은 그렇게 많은데 딱히 살 것이 없어요. 매일 음식을 해 먹는 것이 힘들고, 신랑 도시락까지 싸 주는 것도 너무 부담스럽고 힘이 들어요. 한국에서는 외식도 많이 하고 그러는데.. 여기에서는 거의 삼씨 세끼를 다 챙겨 먹어야 하니까요.

 

저희 시어머니가 만들어서 보내주신 엄마표 음식들이 그립기만 합니다.

 

 

아마도 주부들이라면 저와 비슷한 고민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주변 한국 아줌마들도 만나기만 하면 나누는 대화가 "도대체 뭐 해 먹고 살아?" 입니다. 저의 경우에는 보통 아침 먹고 신랑이 도서관을 갔다가 오후에 집에 오기 때문에 저희 부부는 점심만 빼고 아침과 저녁을 특별한 일이 없으면 같이 먹어요. 신랑이 집에 있는 날에는 보통 아침, 점심, 저녁을 집에서 먹습니다. 한국처럼 신랑이 아침에 출근해서 저녁에 오는 경우가 아니기 때문에 저희는 거의 집에서 매 끼니를 다 챙겨 먹어야 하지요. 한 달에 둘이서 쌀10kg 을 먹을 정도로, 한국에서보다 영국에서 밥을 훨씬 많이 먹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어느 나라나 주부들의 삶은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영국 여자들도 가족들을 위해 매일 요리하는 것이 힘든가 봅니다. 하긴 제 주변에도 보면 대충 파스타나 피자로 한 끼를 때운다는 영국 엄마들이 꽤 되거든요. 또한 영국 여자들은 요리하는 것을 귀찮아하는 경향이 좀 강합니다. 제가 자원봉사를 하는 카페에서도 음식 재료가 남으면, 아줌마들은 저에게 주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시지요.

 

오늘 요리 안해도 되겠다. 그냥 이것으로 저녁 먹어..

매일 요리하는 것 정말 힘들잖아~~

 

한국이라면 외식 비용이 일단 영국보다 비싸지도 않고, 배달 음식을 먹는 등 다양한 옵션이 있겠지만, 영국에서는 외식비가 일단 비싸고, 특별하게 먹을 만한 것도 없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영국 대형마트에는 한끼 식사로 아주 훌륭한 다양한 맛과 종류의 조리된 음식 (Prepared Food)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아시아 (중국, 인도), 영국, 이탈리아 등의 다양한 음식들이 코스별로 쫙~ 깔려 있어요. 설명서에 따라서 그저 껍질만 벗겨서 오븐 혹은 전자렌지에 넣으면 끝입니다.

 

 

 

집에서 간편하게 데워서 먹을 수 있는 오리엔탈 음식들

 

특히 중산층 영국 가정에서는 식사로 M&A 의 two course 가 가장 인기인데요, 주말에는 물량이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영국인들의 쇼핑 카트에는 스타터와 메인 혹은 메인과 디저트가 가득 담겨 있고요, 종종 디너 코스를 구입할 때에는 와인을 무료로 주거나 혹은 값싸게 구매가 가능하답니다. 저도 가끔은 중국 음식, 라쟈냐, 파스타, 피쉬앤칩스 등 한끼 식사 대용의 레디밀을 먹기도 하는데요, 가격도 크게 비싸지 않고 양과 맛도 좋은 것 같습니다. 물론 자주 먹기에는 다소 부담이 되는 가격이지만요.

 

 영국 대형마트에 가득 진열되어 있는 레디밀~

 

 

 

 

 

참, 흥미로운 것은 M&S 레디밀의 종류는 매일 새롭게 바뀐다고 합니다.

매일 사먹어도 질리지 않게 종류와 맛이 다르다는 것이 특징이에요. 그러니 요리하기 귀찮은 현지인 및 외국인들은 돈만 있으면 요리를 굳이 하지 않고도 매일 새로운 음식을 사 먹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다만, 저와 같은 한국 토종 입맛을 가진 한국인들은 몇 번 먹으면 느끼하고 질려서 먹지 못하지만요, 서양 음식을 좋아하는 분들은 영국 레디밀이 너무 먹기에 편하면서도 맛있다고 칭찬을 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유럽 국가들 중에서도 유독 영국이 레디밀의 천국이라고 불리는데요, 아마도 요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영국인들이 많아서 그런가 봅니다. 그러니 제이미 올리버가 최근에 15분 요리책까지 낸 것을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지 않을까요? 단지 15분 요리도 안 할테냐 하고요. ㅎㅎ 제가 사는 곳의 현지인들을 보면, 주말에는 점심으로 아이들과 함께 맥도널드 혹은 펍에서 식사를 하거나, 중국 음식을 사다가 먹는 비율이 꽤 높은 것 같습니다. 아무튼 현지인들 및 영국 레디밀을 좋아하는 한국인들은 그래도 영국에서 먹거리 걱정이 덜 하겠지만, 저는 밥상 차리기가 참 힘이 드는 "일인" 입니다.

 

이런 며느리의 투정에 시어머니의 반응~~

그래, 맞아. 여자들은 결혼하고 나면 너무 힘들어. 결혼 전에는 집에서 무슨 반찬이나 만들어 봤겠어..엄마가 해 주는 거 편하게 먹고 살다가 결혼해서는... 아내라는 이유로 남편 밥 챙겨야 하잖아.. 여자는 매일 무슨 반찬을 만들까를 고민해야 하고... 삼시 세끼 차리는 게 보통 힘든 게 아니야. 우리 며느리 어떡하면 좋니.. 힘들어서... ㅎㅎ 옆에서 살면 반찬 다 만들어 줄텐데...

 

제 친구들 및 주변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밥상 차리는 일에 며느리를 들들 볶는 시어머니가 꽤 많은 것 같습니다. 어떤 분의 경우에는 자신의 시어머니는 매일 전화를 해서 "네 남편 밥 잘 챙기니?" 가 첫 마디라고 해요. 아이들에게까지 "엄마가 반찬 뭐 해 줬니?" 라고 묻는다고 하니까요. 며느리 입장에서는 아주 스트레스이지요. 그렇게 보면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이 확실히 맞는 것 같아요.

 

그래도 저는 해외에서 밥상 차리는 것이 항상 걱정인 며느리를 따뜻하게 이해해 주시는 시어머니가 있어 큰 위안을 받으면서 삽니다. 항상 제 건강을 먼저 걱정해 주시고, 매일 블로그의 글을 읽으시면서 응원도 잊지 않으시고요. 특히 제가 전에 포스팅했던 포트메리온 그릇 세트가 마음에 드신다면서 나중에 저에게 사주고 싶다고 하시는 말씀에, 저는 어머니의 마음만으로도 충분히 감동받았습니다. 일부 시어머니는 해외에 사는 자식의 어려운 경제적 형편에도 아랑 곳 하지 않고 명품 선물을 해달라고 성화라고 하는데요,저는 그런 시어머니를 만나지 않았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정말 감사할 뿐입니다.

 

신랑에게도 매일 "아내한테 잘해라~" 라는 말로 시작해서 끝내시는 시어머니, 저에게는 "네가 어련히 알아서 네 신랑 잘 챙겨주겠니?" 하시면서 아무 걱정도 안 한다 하시는 시어머니의 말에 상당히 뜨끔하기도 하지요. ^^;;; 아무튼 저는 매 주 시어머니와 짧은 통화이지만, 그것으로 인해 영국에서 힘든 생활을 힐링받는 기분이 듭니다. 아무리 현재의 삶이 힘들다고 해도, 저희 부부에게 심적으로 힘을 주시는 양쪽 부모님들이 계시니 참으로 행복감과 든든함을 느낍니다. 이런 것들은 절대 돈으로는 살 수 없는 것이기에 더욱 값진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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