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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귀향살이 (2014-2018)/남매맘으로 살아가기

아기와의 잠자리, 아빠는 이등병 신세

by 영국품절녀 2015. 4. 21.

안녕하세요? 품절남입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요즘입니다. 요 며칠 아기가 감기에 걸려 걱정이 많았는데, 병원에 다녀오니 잠도 잘 자는 것 같아 다행입니다. 지난 겨울 방학 기간 동안 애기랑 좀 놀아주고 눈도 마주치곤 했는데, 요새는 오랜 시간 같이 놀아주지 못해 품절녀님과 아기에게 미안하기만 합니다. 그런데 아기와 같이 노는 것과 같은 방에서 잠을 잔다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여서 여전히 고민입니다.


아기가 4개월 정도될 때부터 저는 아이와 함께 같은 방에서 자기 시작했습니다. 그 전까지는 제가 홀로 거실 소파에서 잠을 잤었습니다. 같이 잠을 자니 좋은 점이 있습니다. 아기가 자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는 점이 아무래도 가장 큽니다. 점점 낯을 가리기도 하지만 (영어로 낯을 가린다는 표현은 S/he is so shy) 그래도 예전에 자주 놀아준 덕분에 아빠를 보면 방긋방긋 웃기도 합니다. 웃어 준다는 표현이 맞아 보이기는 합니다만...

 

잠을 잘 때가 아기들은 가장 이쁘다고 하던데

그 말은 사실입니다. ㅎㅎ 

 

잠을 같이 자다 보니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저의 잠자리가 이등병 때로 돌아갔네요. 제가 자대 배치를 받은 것은 10월, 이미 전방에는 얼음이 얼기 시작했던 시기였습니다. 군대 다녀온 분들은 공감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나이를 불문하고 고참들의 외모는 이등병보다 2~3살은 더 늙어 보이죠. 그런데 내무실 배치를 받은 날, 상병들은 저에게 이등병들은 옆으로도 못 자고, 고참이 깨우거나 기상시간이 되면 반드시 용수철처럼 일어나야 한다고 했습니다. 굳이 그런 말을 하지 않더라도 자대배치를 받고 난 후에는 기상시간 15분 전부터 눈이 그냥 떠지긴 하더군요. 자는 것 조차 마음대로 못하다 보니 스트레스가 이만 저만이 아니었네요.


그런데 요즘 저의 잠자리가 딱 그렇습니다. 자다가 조금만 바스락거려도 아기가 종종 깨기 때문에 저는 굉장히 신경이 쓰입니다. 그나마 예민한 아이가 아니어서 다행입니다만, 그래도 별 것 아닌 듯한 소리에도 잠을 깨곤 하니 품절녀님의 신경은 곤두설 수 밖에 없지요. 누울 때도 침대 밑에 조용히 이불을 펴고 천장을 보며 자리를 잡습니다. 그리고 조용히 이불 속으로 쏙 들어가서 천장을 봅니다. 그리고 귀에 이어폰을 꼽고 난 후, 훌륭하신 분들의 강의를 들으며 잠을 청합니다.

 

지난 금요일에는 제가 좀 피곤했던 모양입니다. 평소에 안 하던 코까지 골았네요. 품절녀님이 저를 깨웠는데 저는 제가 잠이 들었는지조차 몰랐습니다. 어지간히 피곤하긴 했나 봅니다. 그 때 제가 한 것은 "아기가 깼나" 여부였습니다. 반사적으로 아기가 있는 곳을 바라보게 되더군요. 그래도 잘 자는 아기를 보니 마음이 놓이기는 했습니다만 불편한 건 사실이네요. 그래도 항상 아기를 돌봐야 하는 엄마의 고생에 비하면 "새 발에 피" 일 터니 잠자코 있어야겠지요.


아침이 되어 바스락 소리가 나면 침대 쪽으로 고개를 돌려봅니다. 그러면 아기가 눈을 치켜 뜨고 아빠를 보네요. 그 모습이 저랑 비슷해서 저도 깜짝깜짝 놀랍니다. 어쩜 딸아이가 아빠를 그리 닮았는지 이젠 고민이 약간 됩니다. 그런데 아기는 감기가 걸린 후부터는 밤잠을 설치고 아침에는 잠이 든답니다. 그래서 조용히 이마에 뽀뽀만 살짝 하고 집을 나서지요. 아직 "아빠 잘 갔다와~" 할 나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아침에 아기가 깨있을 때 출근하는 것이 아닌 오늘 아침은 아쉬웠습니다.

 

보통 아침마다 눈을 뜨고 아빠의 출근 준비하는 모습을 지켜봅니다.

 


아기 때문에 아기의 외삼촌 역시 스트레스를 받나 봅니다. 삼촌 역시 감기에 걸린 것 같은데, 밤에는 아기가 깰까봐 기침도 큰 소리로 못한다고 투덜댑니다. 또한 기침 할 때마다 아예 아기가 없는 곳으로 가서 손으로 입을 가리지요. 그나마 저는 너무 바빠서 그런지 감기가 조용히 넘어간 것 같습니다. 딱 하루 복통을 약간 동반한 감기기운이 있었는데, 약 먹고 일찍 잤더니 괜찮더군요. 하지만 아기가 저 때문에 감기에 걸린 것 같아 조금 미안하기도 합니다.


요새 감기환자들이 주변에 참 많습니다. 일교차가 커서 그런지 환자가 평소보다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아직도 밤에는 쌀쌀하네요. 건강 관리에 더욱 유념해야 할 듯 합니다. 좋은 한 주 보내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공감 은 큰 힘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