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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품절녀 & 남 in UK/이슈가 되는 발칙한 주제들

영국과 비교되는 한국 노부부의 삶, 안타까워

by 영국품절녀 2012. 10. 4.



제가 사는 영국 시골에는 젊은 현지인들보다는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의 비율이 훨씬 높습니다. 주변 친구에게 들어보니, 제가 사는 이 작은 도시도 실제로 거주하는 현지인(Resident) 수는 약 만명 밖에는 되지 않으며, 3 만명 이상이 유동 인구와 학생들이라고 합니다. 캔터베리는 작지만, 학교들이 제법 많아 현지 및 외국 젊은이의 비율이 꽤 높거든요. 또한 캔터베리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 중에도 이 곳 집값이 꽤 비싸므로 대부분 주변의 싼 지역에서 살면서 통근을 하곤 합니다. 따라서 백인 비율이 95% 이상인 이 곳의 거주민들은 경제적으로 넉넉한 중장년/ 노년층로 이루어졌다고 보시면 됩니다.

 

사실 교회, 백화점, 카페, 공공 도서관 등에만 가 봐도 대부분이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종종 오전에 시내 백화점 혹은 카페에 가 보면 노년 커플들이 손을 꼭 잡고 쇼핑을 하시거나, 카페에서 브런치를 드시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보통 정년 퇴직하신 노부부들은 연금을 받으시면서, 여유로운 생활을 하십니다.  대부분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매년 여름 휴가로 크루즈 여행이나 해외 여행을 다녀 오시지요. 명절에는 자식들의 집을 방문하기도, 혹은 자녀들이 부모 집으로 오기도 하고요. 보통 평일에는 공연, 음악회 등을 보시고 자선 단체 파티 혹은 자원 봉사 등을 참여하시면서 자기 자신과 남을 위한 삶을 사시면서 남은 여생을 누리십니다.

 

                                                   오전에 여유롭게 티타임을 갖는 영국 노부부들~~

 

오전 11시 정도만 되면, 시내에 있는 카페에는 거의 대부분 노부부들이 여유롭게 책 혹은 신문을 읽으시면서 와인 혹은 티를 마십시다. 그리고 꽤 긴 시간동안 점심을 드십니다. 제가 보기에 나이가 드신 분들은 집에서 점심을 드시는 것보다는 외식을 하는 경향이 높은 것 같습니다. 나이가 들면 요리하는 것이 귀찮아지는 것은 한국이나 여기나 마찬가지 같아요. 보통 젊은이들은 마트에서 파는 샌드위치를 간단하게 먹는 반면, 경제적 형편이 나은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레스토랑/ 카페에서 점심 식사를 제대로 하시는 것을 보게 됩니다.

 

                                            현지 노인분들이 점심을 즐기는 M&S  Kitchen

 

영국 노년층의 여유롭고 즐기는 삶을 보면서, 한국에 있는 우리 부모님 세대들이 떠올랐습니다.

요즘 한국은 부부가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실정이라서 그런지 손주들의 양육은 자연스럽게 할아버지, 할머니의 몫이 되어 버린지 오래이지요. 가까운 제 친구들만 봐도 아이들이 친정/시부모님이 키워주시는 비율이 참 높은 것 같습니다.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이 어린 손주들을 키우시는 모습을 보면 정말 힘이 들어 보입니다. 어떤 부부는 친정 부모님에게 몇달 간 자신의 딸을 맡겼는데, 체력적으로 너무 힘이 들어 도저히 못 키우시겠다고 얼른 데려가라고 하셨다네요. 얼마나 손주들을 키우는 게 힘이 들면 이런 말이 나왔다고 하잖아요. "손주들을 키우는 것보다 밭을 메는 것이 더 낫다"

 

일, 양육에서 벗어나 여유롭게 남은 여생을 즐겨야 할 연세이신데도 불구하고,

한국 어르신들은 다 큰 자식 뿐 아니라 손주들까지도 키우고 계십니다.

 

                                          우리 부모님들에게 해방감을 드려야 할텐데요...

                                  (출처: http://blog.daum.net/kangchooon  강춘 님의 글과 그림)

 

물론 절대 손주를 키워주지 않겠다고 단호히 거절하는 분들 혹은 맞벌이를 할 필요가 없는 가정도 있긴 하지만요, 보통 우리의 부모님들은 자식들의 상황이 안타까워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 먹기로 손주들을 키워주고 계십니다. 사실 영국도 할아버지, 할머니가 손주들을 봐주시기는 합니다. 자녀가 바쁘거나, 무슨 일이 있을 때에는 단기간 봐 줄 때도 있긴 하지만요, 한국처럼 아예 양육을 도맡아 하지는 않습니다.

 

영국의 경우에는, 한국과는 다르게 출산 휴가가 길고, 더구나 아빠도 출산 휴가를 함께 받을 수 있습니다. 신랑 학교에 있던 한 영국인 교수도 부인이 자녀를 출산을 하여 반년간 쉬기도 했을 정도이니까요. 또한 자녀 양육비 보조가 되므로 한국과는 상황이 전혀 다르긴 합니다. 하지만 출산 휴가가 끝나고 아이들이 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는 부모 중 한 명은 아이 양육을 위해 일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은 한국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일부 맞벌이를 원하는 경우에는 보모를 고용하거나 사립 너서리에 아이를 보내기도 하더군요. 한국과는 달리 영국인 할머니들은 손주들을 장기간 봐주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일부 아시아 출신의 할머니들은 한국과 비슷하긴 했어요. (이것도 아시아 마인드 인 것일까요??)

 

한국 노년층의 삶은 현재 한국이 처한 경제적인 상황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점점 자녀 양육비가 늘어남에 따라, 부모들은 둘 다 돈을 벌어야 하기에 양육은 자연스럽게 그들의 부모 혹은 타인 (기관)의 몫이 되고 있어요자신의 아이들을 부모들이 키우지도 못하는 한국, 정말 비정상적이지 않나요? 이러니 기혼 여자들이 돈 없으면 아이를 낳고 싶지 않다는 말을 당연스럽게나 봅니다. 저도 앞으로 아이를 낳아서 키워야 하는 부모의 입장이다보니, 한국 사회가 더욱 심란하기만 하네요.

그럼, 문제는 이런 상황에 대해 누구를 탓해야 하나요?  정말 답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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