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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귀향살이 (2014-2018)

영국에서 한국 김치 먹은 북한인의 반응, 궁금

by 영국품절녀 2012. 12. 30.



"영국 거지 보고 깜짝 놀랐던 북한 학생들" 의 사연 2탄 입니다.

 

관련글  영국 거지보고 놀란 북한인 반응, 영국인 황당

 

 

어느 날 영국 할머니가 한국 아줌마들에게 한국 음식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을 하셨습니다. 그 당시 할머니 댁에서 북한 학생 두 명이 한달 동안 홈스테이를 하기로 되어 있었거든요. 할머니는 북한 학생들에게 그들의 음식을 한 두 가지 주고 싶은데, 어떤 것이 좋을지 궁금해하셨습니다. 한국 아줌마들은 이런 저런 음식을 생각하시다가, 그래도 며칠동안 저장해 놓을 수 있는 음식인 김치를 주는 게 가장 좋을 것 같다고 했지요.

 

이에 할머니는 한국인 아줌마들에게~~

 

그럼, 북한 학생들에게 줄 김치를 좀 담가 줄 수 있겠니?

비용은 내가 지불할테니까..

 

 

한국인 아줌마들은 이 기회에 영국 및 외국인들에게 김치 만드는 법을 알려주기로 했습니다. 물론 김치를 직접 만들어 줄 수도 있었지만, 외국인들에게 김치를 제대로 소개시킬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니까요.

 

전에 그 때의 상황을 포스팅 했던 적이 있었는데요, 실제 이유는 이제서야 알려드리게 되었습니다. ^^ 

 

관련글 김치를 처음 알게 된 영국 할머니들의 반응이 아쉬워

 

 

저희 동네 영국 할머니들은 워낙 보수적인 분들이어서 그런지 김치를 만드는 모습을 그저 구경만 하실 뿐, 전혀 맛을 보시지는 않았답니다. 사실 보기에도 상당히 매워 보였고, 젓갈, 마늘, 생강 등 향이 강한 재료가 많이 들어가다 보니 아무래도 거리감이 느껴졌을 것 같아요 

 

 

 

 

아무튼 저를 포함한 3명의 한국 아줌마들은 김치 만드는 방법을 그들에게 자세하게 알려 주었습니다. 역시 큰 관심을 갖고 김치 만드는 법을 주의깊게 지켜보았던 분들은 중국, 홍콩, 베트남 등등 아시아 출신의 아줌마들이었어요. 김치 레서피뿐 아니라 재료 구입처까지 상세히 질문을 하시면서 노트 필기까지 하셨답니다. 

 

 

 

 

저희들은 김치 한 통을 만들어서 영국 할머니께 드렸지요.

이후 상황은 이렇게 전개되었습니다.

 

 

저녁 식사 시간, 할머니는 김치를 접시에 조금 담아 북한 학생들에게 내놓았다고 합니다. 그 둘은 김치를 보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먹으려는 찰나~~ 할머니는 이렇게 말씀을 하셨답니다.

 

(한국 이라는 단어를 강조하면서) 한국 아줌마들이 담근 김치야~~

 

순간 한국(South Korea) 이라는 단어에 북한 학생들은 영국 할머니 얼굴을 쳐다보면서 멈칫 하더랍니다. 그리고는 다시 김치를 막 먹더랍니다. 제 경험상 매일 먹었던 영국 음식에 질린 그들에게 김치의 출처가 크게 중요하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ㅎㅎ

 

 

그 후에 영국 할머니께서는 단단히 기분이 상하셔서 또 이렇게 말씀을 하셨답니다.

 

그 북한 학생들은 이상해~~ 내가 그들을 생각해서 김치를 일주일에 두 번이나 줬는데..

그들은 매일 김치를 달라고 하는 거야~~~ 매운 음식이 먹고 싶나해서... 내 혀가 얼얼할 정도로 매운 양념을 사용해서 음식을 해줬더니... 이제는 맨날 매운 음식만 해달라고 하는거야...

 

 

영국 할머니는 영국 문화를 익히고 현지 생활을 경험하러 온 북한 학생들이 자신들이 원하는 것만 찾는 태도가 무척 못마땅하셨나 봅니다. 또한 자신은 특별히 김치까지 한국인들에게 부탁을 해서 제공했는데, 매일 김치와 매운 음식만 찾는 북한 학생들에게 내심 속상하셨던 것 같습니다.

 

 

사실 저도 먹는 것에 워낙 민감하기 때문에 북한 학생들의 심정이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지만, 홈스테이를 하는 북한 학생들의 그런 행동은 상식에서 다소 벗어나 보입니다. 영국인 가정에서 홈스테이를 하게 되면 음식은 영국식으로 먹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거기다가 영국 할머니는 일부러 그들을 위해 김치까지 제공했고, 자신은 먹지도 않는 매운 음식까지 만드는 정성을 보였으니 화가 나실 만도 하지요.

 

 

 

참 이런 일도 있었어요.

 

제가 사는 곳은 아닌 다른 지역에도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북한 여학생 몇 명이 어학연수를 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들은 타 국가 출신의 학생들과 수업을 함께 듣는 등 좀 더 자유로운 생활을 했나 봅니다. 물론 타 국가 학생들과는 전혀 대화를 하지 않고, 항상 그들끼리만 독자적으로 행동했다고 합니다. 목격담을 들어보니,  화장실도 늘 같이 다녔다고 하니까요.

 

 

어느 날 점심 시간, 몇 명의 한국인 학생들이 어학원 휴게실에서 도시락 반찬으로 싸온 김치를 먹고 있었다고 합니다. 아마도 휴게실에 김치 냄새가 진동을 했나 봅니다. 갑자기 누군가가~~~

 

~~ 김치다~~

 

바로 그 북한 여학생들이 김치 냄새에 반응을 한 것입니다. 역시 식욕은 이성을 제압하나 봅니다.

 

한국 학생들은 북한 여학생들에게 김치를 맛보도록 했다고 해요. 맛있게 김치를 먹는 북한 여학생들의 모습을 본 한국 학생들은 그 사연을 친하게 지내는 한국 아줌마께 말씀드렸나 봅니다. 그 분은 북한 여학생들에게 김치 한 통을 선물했다고 합니다. 김치 선물에 감동한 북한 여학생들은 비누를 선물했다고 하네요.

 

 

영국에서 한국과 북한 사람들을 이어주는 매개체는 다름 아닌 한국의 가장 귀한 음식인 김치였던 거에요.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한국과 북한인들은 혹시 해외에서 만나더라도 전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없습니다. 자동반사적으로 서로를 피하게 되거든요. 물론 탈북자들의 경우에는 예외지만요. 이런 기회에 영국에서 만난 북한 학생들에게 김치를 만들어 주다니요. 확실히 색다른 감정이 교차했던 것 같습니다. 북한인들도 영국에서 그 귀한 한국 김치를 맛보게 될 줄은 상상조차 했을까요? 그 기분은 어땠을지 참 궁금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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