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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귀향살이 (2014-2018)

영국 거지보고 놀란 북한인 반응, 영국인 황당

by 영국품절녀 2012. 12. 26.



북한 정부에서는 선별된 북한 30대 초 중반의 사람들을 영국으로 어학연수를 보내는 것 같습니다. 그들의 직업은 대부분이 외교부 등 국가 공무원으로, 외국 경험이 있기도 하고 전혀 없는 사람들도 있지만 영어 실력은 꽤 좋은 편이라고 합니다. 그들은 약 한 두달 정도 영국 가정에서 홈스테이를 하면서 영국 생활 및 문화 습득 및 영어를 배우고, 주말에는 런던 주요 기관 탐방을 합니다. 정부 차원으로 보내서 그런지 어학원에서도 그들의 관리가 꽤 엄격하며, 제가 사는 지역에서 제일 비싼 어학원에 다닙니다. 그 어학원은 영어뿐 아니라 경영, 경제, 법 등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주변의 아줌마들의 목격담에 의하면, 어학원 앞에서 까만 차에서 맨인 블랙처럼 옷을 입은 북한 학생들이 내리는 모습을 봤다, 길거리에서 북한 사람들을 만났다.. 등등 국적을 불문하고 아줌마들의 관심이 한동안 북한인들에게 쏠렸던 적이 있었습니다. (사실 영국인 포함 외국인들은 한국보다는 북한에 더 관심이 많으니까요.)

 

작년에 영국 할머니를 통해 북한 학생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마침 그 분 집에서 북한 남자 둘이 홈스테이를 했던 적이 있거든요.

 

어느 날, 그 분이 심기가 불편한 표정으로 한국인들을 보자마자 이렇게 질문을 했답니다.

북한에는 거지가 없니?

 

그 질문을 한 배경은 이렇습니다.

영국 거리에는 집 없이 떠도는 사람들(Homeless)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보통 그들은 큰 개와 함께 앉아서 "Change, please" 를 합니다. 제가 사는 곳도 이런 홈리스들이 꽤 있습니다. 참 안타까운 것은 그들 중에 한참 일해야 하는 젊은이들도 있다는 거에요. 원래 이렇게 구걸하는 행위(Begging)는 법적으로 불법이지만, 그래도 길거리에는 참으로 많답니다. 특히 올 여름에 제가 사는 지역의 시내에서 자주 봤던 한 홈리스 젊은이가 원인도 모르게 물에 빠져서 사망한 사건이 있어서 한동안 동네가 꽤 떠들썩 했습니다.

 

 

 

 

                                                   홈리스 젊은이의 죽음을 추도하는 모습입니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지요.

북한 학생들은 어학원을 다녀오다가, 거리에서 구걸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목격했나 봅니다. 그리고 그 날 저녁에 그들은 영국 할머니에게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는 듯이 다음과 같이 질문을 했답니다.

북한 학생들: (너무나 충격 받은 표정으로) 영국에는 거지가 있습니까??

영국 할머니: (질문이 황당해서) 그럼, 북한에는 거지가 없니?

북한 학생들: (단호하게) 북한에는 거지가 없습니다.

 

이에 영국 할머니는 한국인들에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확인을 하기 위해 물어보신 것이지요.

한국인 아줌마들은 "거지가 없는 나라가 세상에 어디있냐? 한국에도 있다" 라고 했더니, 영국 할머니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시면서 이렇게 말씀 하셨다는 군요.

 

그들이 북한에 돌아가서, 영국은 거지들이나 있는 나라였어..

이렇게 영국을 표현할까봐 무척 걱정이 된다..

 

그렇다면, 왜 그들은 북한에 거지가 없다고 했을까요? 그리고 왜 영국에 거지가 있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을까요? 아무래도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국제 부분 블로거인 주성하 기자께서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다만 저의 개인적인 추측으로는 몇 가지 대답을 낼 수 있겠는데요.

 

먼저, 영국이라는 선진국에도 거지가 있다는 것 자체가 그들에게 당황스러운 일이 아니었나 합니다. 그들에게 영국은 모든 국민이 잘 먹고 잘 사는 곳으로 알고 있었나 봅니다. 사실 저도 영국에 처음 왔을 때, 길거리에서 한 푼 달라고 하는 사람들을 보고는 적잖이 놀랐거든요. 물론 한국에서도 지하철 역에 가보면 홈리스들이 많지만요, 보통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 구걸을 하는 모습과는 전혀 다르게, 영국에서는 정말 멀쩡한 사람들 심지어 "젊은이들"이 너무나 태연하게 앉아서 구걸을 합니다.

또한 그들이 북한에는 거지가 없다고 대답해야 했던 이유는, 아무래도 "그렇게 대답을 해야했기에 그랬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북한 사람들은 북한 정부 및 상대방을 비방하는 행위가 금지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북한 사람들은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로 절대 북한 정부 비방 및 정부에 대한 부정적인 언사를 하지 않는가 봅니다. 다소 설득력은 떨어지지만, 그들이 주로 살았던 평양에서는 실제로 거지를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영국인들은 북한을 "미스테리"라는 단어를 사용해서 표현하며, 호기심을 가지고 북한을 바라봅니다. 그래서 한국인들을 만나면 종종 북한에 대해 질문을 하곤 하지요. 사실 저희도 북한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것은 마찬가지지요. 주변 분들로부터 북한인들을 만났다는 말을 듣게 되면, 그래도 같은 동포라는 생각에 관심이 저절로 가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 정부가 북한에 대해 어떤 식으로 대응해야 할 지는 생각만 해도 답답합니다. 아무튼 분명한 사실은 대다수의 북한인들은 굶어 죽을 판인데, 북한 고위층 자제들은 이처럼 매년 영국으로 비싼 어학연수를 오는 등 참 아이러니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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