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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품절녀 & 남 in UK/유학생 남편 둔 아내의 일기

영국에 오자마자 우린 Homeless??

by 영국품절녀 2011. 3. 25.


오늘은 처음에 이 곳에 와서 가장 힘들었던 저의 경험 중 하나를 이야기해보기로 할게요. 영국거주 시 가장 중요한 것이 집 구하기죠. 신랑이 켄트 대학 박사과정 입학을 하기로 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학교 기숙사를 알아보았어요. 원래 영국은 학기 시작이 9-10월이잖아요. 신랑이 1월부터 박사과정을 시작하기로 결정했으므로 이미 빈 기숙사는 없었어요. 또한 학교 관계자 말씀이 가족 기숙사는 개인용에 비해 그 수가 작아서 더 구하기 힘들 것이라고 했어요. 그래서 저희는 캠퍼스 밖에서 살기로 결정하고, 학교에서 알려준 부동산 사이트를 둘러보기 시작했어요. 그러던 중에 원룸 하나가 값도 싸고 사진에 나와있는 내부를 보니 둘이 살기에 괜찮다 싶더라고요


하지만 약 출국 일정이 한달 정도 남은 지라 한국에서 일을 처리하는 과정이 꽤 복잡했어요. 그래서 저희도 구두 계약으로만 그 집이 맘에 든다고 계약하고 싶다고 했죠. 솔직히 직접 본 것도 아니고 위험 부담이 크잖아요 그래서 가서 보고 결정해야지 그렇게 간단하게만 생각 했었어요. 나중에 이 일이 엄청난 사건으로 발전하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죠.

 

아침 밥을 맛있게 먹고 부동산으로 갔어요. 오마이 갓!! 날벼락이 떨어진 거죠. 그만 저희가 계약하기로 했던 그 집이 다른 사람한테 넘어갔다는 군요. 저희한테 연락을 했다고 하지만 저희는 받지 못했고요. 그런데 뭐 저희가 돈을 낸 것도 아니고 그것을 증명할만한 것들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죠. 우린 정말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하고 그만 한 순간에 homeless가 되고 만 거죠. 그 부동산 직원들은 말로는 쏘리쏘리 해대지만, 저희는 전혀 괜찮더란 말은 나오지 않고 둘이 얼굴만 서로 바라만 보고 있었어요. 직원들은 다른 집들을 추천해주는데 저희가 생각했던 금액의 2-3배 이상이었어요. 다른 부동산들을 둘러봐도 바로 들어갈 집도 없을뿐더러, 집이 있어도 학생 신분이라서 안 된다는 얘기뿐이었어요. 만약 보증인이 있으면 괜찮다고 했지만 또한 그 자격도 까다로웠지요.

 

갑자기 앞이 깜깜해졌어요. 이 낯선 곳에 날씨는 춥고 갈 곳도 없고, 하루 B&B 가격이 55파운드 나가고 있고요. 아무래도 학교에 가서 도움을 청해야겠다는 신랑 말에 학교로 갔어요. 우린accommodation office로 갔어요. 거기 직원들은 너무나 친절하게도 우리 일을 자신의 일처럼 도와줬어요. 거의 5일간을 B&B에서 아침 먹고 학교로 출근하여 부동산 사이트 뒤져보고, 전화하고 그러던 중에 드디어 신문 광고에 나와있는 좀 비싼 house를 구했어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예쁜 집입니다. 이 집은 거의 200년 된 깊은 역사- 소위 빅토리아 시대-를 자랑하는 하우스로 옆집과 붙어 있는 semi-detached house로 원래 예전에는 한 집으로 사용되었다고 하네요. 현재는 독립된 집이고요. 저희 집이 왼쪽입니다. 집 내부 구조는 지하 겸 창고가 있고 1층에는 거실과 부엌, 2층에는 더블침대가 있는 침실과 욕실 겸 화장실이 딸려 있어요. 부엌의 바깥문을 열고 나가면 작은 뒷마당이 있어요. 너무 아기자기해요. 가격은 저희가 계획했던 것보다는 훠얼--씬 비싸지만 아주 만족하고 있어요. 왜냐하면 fully-furnished라서 웬만한 가구 등 필요한 모든 것이 완비 되어있어서 다른 부가적인 경비는 아낄 수 가 있었어요
.


                      집 내부를 공개해 볼까요?


혹시 새빨간 이불에 놀라셨나요? ㅋㅋ 2층 (First floor-영국에서는 1층이지요) 침실입니다. 저희 신랑이 저 빨간색 베딩을 보자마자 뜨악~~ 했어요. ㅋㅋ


                  
                 침실 바로 옆에 붙어 있는 화장실겸 욕실인데요. 샤워할 때 천장이 낮아서 조금 불편하긴 해요.

                                     1층 (Ground floor) 에 있는 거실과 부엌입니다. 아주 아가자기 한가요?

다행히 일주일 만에 집을 빌릴 수 있게 되어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타지에서 집이 없는 설움이 이리 큰지 잘 몰랐거든요.
벌써 이 집에 산 지 14개월이 되어 가네요. 그 동안 저희 부부는 희노애락을 이 곳에서 다 경험했답니다. 하긴 지금도 현재 진행중이라고 하는 게 맞는 거겠지만요. ^^ 한국과는 좀 다른 집안 분위기와 가구 등이라고 생각 되지요? 집만 오래된 것이 아니라 모든 것들이 다 빈티지요. 골동품이랍니다. 가끔씩 고장도 자주 나고 부서지기도 하는 등 손볼 것이 천지지만, 저희 집이 아닌 관계로 그냥 보존하고 살고 있답니다. 저도 어서 저만의 집을 갖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