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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영국 가을 날씨의 별미, 신랑표 콩나물 해장국

by 영국품절녀 2012. 10. 24.



안녕하세요?
영국품절남입니다.


엊그제 품절녀님의 글로 인해 많은 분들께서 격려와 질책을 해 주셨는데요, 딱히 심각한 일도 아니었는데 글로 쓰다 보니 오해의 소지가 조금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요즘 제가 사는 캔터베리는 며칠 전부터 짙은 안개가 껴서 하루 종일 없어지지도 않는데, 이번 주 내내 이렇게 지속된다고 합니다. 참 영국스러운 날씨라고 생각하실 지 모르겠지만 안개가 걷히지 않는 것은 영국 사람들에게도 낯선가 봅니다. 품절녀님과 오늘 같이 자원봉사를 한 영국 아주머니는 자신도 이런 안개는 익숙하지 않는 것처럼 말했다고 합니다. 영국 날씨야 뭐 그렇다치고요...


어제 제가 논문 챕터 하나 수정을 끝내서 오늘은 머리도 식힐겸 일찍 학교에서 하산했습니다. 집 소파에 누워, 저녁은 어떤 것을 먹을까 궁리하던 차에 생각난 것이 바로 "콩나물 해장국" 입니다. 한국에 있을 때는 술을 잘 먹는 편도 아니고, 콩나물 해장국을 자주 먹지는 않았지만 영국 날씨도 제법 쌀쌀해 졌겠다 국물도 먹고 싶은 마음에 그걸 만들기로 결정했네요.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다른 재료들은 다 구할 수 있는데, 콩나물은 런던 혹은 대도시의 한인 슈퍼에 가지 않는 이상 구하기가 힘드네요. 그래서 저는 콩나물 대신 숙주로 해 보기로 했습니다. (영문으로는 콩나물/숙주를 bean-sprout 으로 부릅니다.)

 

일단 육수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번 여름에 한국에서 가져온 다시마, 국물멸치 그리고 새우를 넣어 끓입니다.참, 파도 넣어 줬습니다. 팔팔 끓여 육수가 우려 나왔다고 생각하면 건더기를 빼 줍니다. 일부에서는 멸치와 다시마는 일정시간 지난 다음에는 건져줘야 한다고 하는데, 귀찮아서 나중에 함께 제거해 줬어요.

 

깨끗이 씻은 숙주나물을 팔팔 끓는 육수에 넣고 데쳐 줍니다. 데친다고는 하지만 숙주나물은 콩나물에 비해서 굵고, 비린내도 조금 더 나는 편이라, 숨이 팍~ 죽을 때까지, 거의 삶았습니다.

 

 

숙주나물을 건져내고 조금 식힌 다음, 소금, 다진 마늘, 깨소금, 참기름을 넣고 조물조물 무쳐줍니다.

 

육수는 그대로 계속 끓입니다.

 

양념장이 중요할 것 같은데요. 이번 여름에 제가 한국에서 가져온 새우젓을 이용해 보았습니다. 고춧가루 베이스에 새우젓, 간장, 다진 마늘, 후추가루 등을 넣고 비벼 주니, 오~ 그럴듯해 보입니다.

(새우젓이 없으신 분들은 슈퍼에서 흔히 파는 피시소스를 사용해도 될 듯 합니다.)

 

 

청량고추는 없지만 슈퍼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매운 고추와 파를 송송 썰어 둡니다.

 

콩나물 해장국 재료를 소개합니다.

 

각 종 재료를 밥 위에 얹어 장식을 해 봤습니다. (취향에 따라 김도 넣으시면 됩니다.)

 

거의 다 되어 갑니다. 사실 뚝배기가 있으면 밥에 육수를 붓고 양념 및 건더기를 넣어 팔팔 끓이는 것이 더 맛있을 것 같기는 합니다만, 외국생활에 뚝배기까지 기대하는 것은 좀 그렇죠. 그래서 저는 대신 육수를 팔팔 끓이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짜잔~ 완성입니다.

저는 일부러 국물을 조금 넣었습니다. 한국에서 먹었을 때에는 국물이 조금 걸쭉해야 더 맛이 있었던 것 같더라고요. 뭐 취향에 따라 더 넣으셔도, 덜 넣으셔도 상관없을 것 같네요.

 

품절녀님은 저와 결혼하기 전에 콩나물 해장국을 한 번도 안 먹어 봤었다고 하더군요. 하긴 순대국도 먹어 보지 않았다고 합니다. 결혼하고 나서 처음 먹어본 음식도 많다고 하네요. ㅎㅎ 이번에 먹은 것을 빼면 한국에서 딱 한 번 먹은 것이 전부라고 해요. 그래서 그런지 감사하게 맛있다고 잘 먹어 줍니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먹는 것을 참 사랑하는 품절녀님입니다. ㅎㅎ

안개가 자욱한 영국 날씨에 참 잘 어울리는 별미인 것 같습니다. 강력 추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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