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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품절녀 & 남 in UK/영국 품절남 글은 여기에

우리와 닮은꼴인 대만의 역사교과서 문제

by 영국품절녀 2015. 11. 10.

안녕하세요? 품절남입니다. 요새 눈코 뜰새 없는 하루하루가 지나가고 있습니다. 지난 주에는 아기의 돌과 학술대회까지 있어서 정신 없이 지냈던 것 같습니다. 수업과 논문준비에 몸이 하나라도 더 있으면 하는 생각이 요즘 들어 부쩍 들곤 합니다. 뉴스 볼 시간도 별로 없어 출퇴근 시간을 이용해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보는 정도입니다. 요즘 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가 사회적인 이슈가 되는 시기에 재미있는 뉴스가 제 눈에 들어왔습니다.

 

 

지난 7일 싱가포르에서 "중국과 대만의 정상회담" 에 관한 기사입니다. 다르게 얘기하면 제2차 세계대전 직후, 국공내전으로 중국에 공산정부가 세워진 지 66년 만에 공산당과 국민당의 지도자가 처음으로 다시 만난 것이지요. 대만뿐 아니라 한국 및 외신들이 중국과 대만의 정상회담의 역사적 의미와 그 정치적 파장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출처: 조선일보)

 

 

하지만 모든 대만인들이 우호적으로 보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최근 국민당이 대만의 집권세력이 된 이후 중국과 대만의 이른바 양안관계가 깊어지면서 특히 경제적 분야 이에 불안감을 갖는 대만인들이 많아진 것이지요. , 결국 대만이 중국에 종속되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입니다. 특히 지난해 일종의 FTA와 유사한 양안서비스무역협정이 통과되자 이에 분노한 대학생들은 입법원(의회)를 점령할 정도였지요. 이 소식은 한국에도 언론을 통해 알려지기도 했습니다만, 우리 뉴스에서 대만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 않다 보니 짧은 단신으로 처리된 것 같습니다.

 

 

그런데 단신으로나마 꾸준히 대만의 소식을 다루는 우리 언론도 이상하게 "대만의 역사 교과서 문제" 에는 침묵해 왔습니다. 최근에서야 진보 언론 쪽에서 이 문제에 대한 기사를 비교적 심층적으로 다룬 정도입니다. 지난 여름에는 대만 교육부가 학생 시위대에 의해 점거되었었고, 한 학생은 교과서 개정에 대한 항의 표시로 자살까지 할 정도로 외신에서조차 다뤄졌던 문제였습니다. 그런데도 우리 언론은 이상하다고 할 만큼 이 문제에 조용합니다.

 

 

 

 

(출처: http://fareasternpotato.blogspot.kr/2015/07/taiwanese-students-occupy-education.html)

 

 

이 문제의 시작은 한국과 비슷해 보입니다.

 

국민당의 마잉주 총통은 2년 전에 역사 교과서 검정팀을 비밀리에 출범시켜 일종의 역사 집필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왔고, 그 구성원은 대만 언론에 의해 들어났습니다. 2013년부터 시작된 국민당 정부의 역사 교과서에 대한 집필 기준 설정은 조금만 바꾼다는 뜻으로 미조(微調)라고는 합니다. 그러나 이에 따라 개정된 역사 교과서는 대만 근현대사 해석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만큼 큰 듯 합니다.

 

 

가장 큰 변화를 꼽아보면 대만 역사에서 중국왕조와의 연계성 강화를 들 수 있습니다. , 대만을 하나의 역사 주체로 해석하지 않고 중국사 속의 대만으로 본 것이지요. , 이는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역사 교과서 개정 반대론자들은 주장합니다. 무엇보다 내전에서 패배한 국민당 정부의 독재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는 다수의 대만인들에게 60-70년대를 눈부신 경제 성장을 성취한 시기로만 기술하려 한 것 역시 부정적 여론을 일으킨 원인으로 보입니다.

 

 

대만의 역사 교과서 문제를 한국의 것과 단순히 비교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내전의 패배로 대만에 들어온 외성인과 일본 식민지 시절 이전부터 대만에 터를 잡았던 내성인, 그리고 소수이지만 원주민까지 출신 구성이 다양한 만큼 역사를 보는 인식도 다양합니다. 다만 대만에서 자신을 중국인으로 생각하는 숫자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1994년만 하더라도 약 26.2%가 자신을 중국인이라고 대답했던 반면 20년이 지난 2015년에는 단지 3.3%만 자신을 중국인이라고 합니다. 더군다나 9.1%만이 중국-대만의 통일을 지지한다고 합니다. (the world weekly 2015. 10.25)

 

한 때 반공의 최전선이었던 섰으며 2000년까지 여당이었던 국민당이 이제 중국과의 협력을 모색하고, 대만의 독립을 강조하는 야당(민진당)은 미국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는 국제정치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오늘날 대만문제 인 듯 합니다.

 

 

 

(출처: ABC)

 

(출처: 한국일보)

 

최근 양안 정상회담이 가져올 장기적인 동북아 국제관계의 지형 변화보다 대만의 역사교과서 문제가 지금 당장의 우리에게는 더욱 큰 시의성을 지니는 듯 합니다. 우리 이상으로 다양한 역사문제가 첨예하고 대립하는 대만의 현실과, 역사를 재해석하려는 국민당 정부, 그리고 정부주도의 역사해석에 저항하는 다수의 대만인들... 대만의 역사 교과서 문제는 이제는 거리 이상으로 멀어진 옛 이웃국가만의 이야기로만 들리지 않기에 씁쓸합니다.  

 

여러분의 공감 은 큰 힘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