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정신을 못 차리겠네요. 모두들 건강을 잘 유지하고 계신지 모르겠습니다. 벌써 한 학기가 마무리 되어가는 시점이다 보니 해야 할 것들, 정리해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 그렇게 게으름을 피는 성격도 아닌데도 이런 잡일들이 모이다 보니 더 게으르고 싶은 마음이네요.
지난 주에는 프리미어 12라는 야구대회가 있었습니다. 야구를 좋아하지만 이번 대회는 왠지 관심이 덜 가더군요. 특히 첫 경기부터 일본 투수에게 완전히 눌려서 그런지 흥이 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이미 언론에서 지적한 것과 같이 이런저런 불리함을 딛고 홈팀 일본을 물리치고 결국 우승까지 이루어낸 선수들 및 코칭 스태프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출처:연합뉴스)
그런데 지난 일요일, 재미있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영국 유학시절 친하게 지냈던 동갑내기 일본인 친구였는데 갑자기 전화가 온 것이지요. 소셜 네트워크 망을 이용한 통화였는데, 통화품질이 꽤 괜찮았습니다.
이 친구와 저는 영국에 있을 때부터 야구에 관한 이야기를 참 많이 했습니다. 제가 일본 야구, 특히 재일교포 야구 선수들에 관심이 있기도 했고, 그 친구도 일본에서 꼬마들을 데리고 야구 교실 코치를 할 정도로 야구광이었습니다. 우리는 틈날 때마다 야구 관련 동영상을 같이 보면서 이야기 꽃을 피우곤 했습니다.
이 친구는 대뜸, 전화로 축하한다고 했습니다. 뭐~ 일본과의 준결승 얘기였습니다. 저는 일본 선발투수였던 오타니 선수가 정말 잘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감독이 투수교체를 실수한 것 같다" 고 했더니, 대뜸 일본에서도 다 그런 말을 한다면서, 이런 중요한 대회에 젊디 젊은 감독을 내세운 것이 이해가 안 된다고 하더군요. 한국의 감독처럼 경험이 많은 사람이 필요했다는 말을 합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영국에서 있었던 얘기를 하며 한참동안 통화를 했습니다.
그런데 당황스러운 것은, 그 친구는 한국이 우승한 것을 모르더군요. 그러면서 일본 방송사를 욕했습니다. 아무리 일본이 졌어도 그렇지 어떻게 중계를 안 할 수가 있냐면서요. 저에게는 빨리 말해 주지 그랬냐면서 다시 한 번 축하한다는 말을 해줬습니다.
그 친구와 제가 만나면 늘 하는 말이 있습니다. 요즘 야구는 재미가 없다면서요. 그 친구는 이치로는 이런 저런 기록을 많이 양산해 냈지만, 드라마가 없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옛날 80년대 90년대 초반까지의 야구가 훨씬 더 감동적이었고 이야깃거리도 많아 재미있었다고 강조를 합니다. 특히 그 친구가 센트럴리그가 아닌 퍼시픽리그를 응원하는 친구라 더욱 그렇게 아쉬워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참고로 일본에서는 인기는 밀리지만 퍼시픽리그가 실력면에서는 센트럴리그를 압도한다는 말이 아직도 있기는 합니다. 요즘은 분위기가 많아 바뀌었다고 합니다만, 퍼시픽리그는 전통적으로 경기나 선수들의 분위기가 거칠어서 사건 사고가 많았다고 하는데, 그 만큼 골수팬들도 많은 듯 합니다.
저도 스포츠를 좋아합니다만, 스포츠를 보는 이유는 승리를 대리만족하고 싶기도 하지만 그 뒤에 드라마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그 과정이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더욱 감동을 주지요. 이번 대회에서 일본은 승리만을 위해서 과정을 도외시 했다가, 결과마저 안 좋은 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예정된 결승전 중계마저 취소하고 새벽 시간으로, 그것도 하이라이트만 편집해서 보여줬으니까요. 오랜만의 친구와의 통화라 반가웠지만 새삼 스포츠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본 지난 주말이었습니다.
여러분의 공감 ♡은 큰 힘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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