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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품절녀 & 남 in UK/영국 품절남 글은 여기에

욱일승천기 옷 입은 영국인에게 욱해 던진 한마디

by 영국품절녀 2012. 8. 13.




안녕하세요? 영국 품절남입니다.


2012년 런던 올림픽이 끝났습니다. 종합 5위라는 역대 최고 성적 – 서울 올림픽 제외 – 으로, BBC 및 영국의 언론 매체에서 항상 한국이 상위권에 있어 얼마나 뿌듯했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시작부터 말고 많고 탈도 많더니 – 물론 오심 판정(들) – 결국 끝까지 – 박종우 선수의 독도 세러모니를 문제 삼는 IOC의 대응으로 인해 - 우리 대한민국 사람들의 심기를 건드리며 폐막하게 되어 조금은 씁쓸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폐막식을 보는 기분이 딱히 좋지는 않습니다.

 

                                       한일전 간 친구가 직접 찍어 온 박종우 독도 세러머니~

 

한국 언론에 의하면 일본 선수단 관계자가 한일전 후 박종우 선수의 독도 세러모리를 정치적 표현이라는 이유로 IOC에 제소를 했다고 합니다. 이에 조사가 끝날 때까지 박종우 선수는 올림픽 공식행사에 나오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정치적 행위를 금지한다는 IOC 헌장 위반으로 자칫 동메달을 박탈 당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죠.

그런데 이번 논란에 '유엔의 뜻을 존중하는 윤리적 패션디자이너 위원회'(유엔패션)의 아시아 • 유럽 중심 청년 디자이너들이 "일본체조 선수의 유니폼이 일본의 군기(軍旗)인 욱일승천기를 모티브로 제작된 것" 이라고 IOC와 FIFA 에 항의하겠다고 해서 박종우 선수 사건의 파문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는 것 같습니다.

 

                                                                        (출처: 한겨레 신문)

 

오늘은 욱일승천기 논란을 지켜보면서 제가 예전에 겪은 에피소드에 대해서 적어보려고 합니다.

지난 봄 어느 날 품절녀님과 함께 손바닥만한 캔터베리 시내를 걷고 있는데 제가 지난 학기 대학에서 가르쳤던 학생을 만났습니다. 그 친구는 저를 보더니 인사를 하더군요. 그들은 한국 김을 너무 좋아해 김을 사가지고 집에 가는 길이라고 했어요. 그런데 그 학생과 함께 있던 친구의 티셔츠에 일본의 욱일승천기가 그려져 있었습니다. 순간 욱~ 하는 마음을 금치 못해 물어 봤죠.

 

(출처: Google Image)

 

너 영국인이냐?

응...

너 그 디자인이 뭔지는 아냐?

일본군의 군기

 

(어이가 없고 황당했지만, 일단 참고 웃으면서)
그 옷 입고 한국 오지 마라, 맞아 죽는다.

라고 하자 그 친구는  심드렁하게 “알겠다”라고 하더군요.

 

(속으로 '이 놈 봐라…' 라고 생각한 저는)
너 그 깃발아래 얼마나 많은 영국군인들이 죽었는지 아냐?

라고 했더니 그 영국 학생은 당황하면서 아무 말도 못하더군요.

 

제가 가끔 일단 욱하면 상대가 한국인이든 영국인이건 쏘아붙이는 것이 습관인데, 그것 때문에 품절녀님께 가끔 혼나기도 한답니다. 영국 살면서 많이 다스려지긴 했는데 이 문제는 도저히 그냥 못 넘기겠더군요.

약간 당황한 그 김 좋아하는 영국인 친구는, 웃으면서 그 친구한테 “잘 알겠다고 해” 이러면서 냉랭했던 분위기는 조금 풀어지면서 헤어졌습니다.

 

사실 욱일승천기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기성용 선수가 지난 아시아 축구 선수권 대회에서 욱일승천기를 보고 참지 못해 원숭이 세리머니를 했을 만큼, 스포츠 경기장에서 종종 등장하는 깃발입니다. 저도 원숭이 세리머니 자체에는 동의할 수 없지만 욱일승천기를 볼 때마다 피가 거꾸로 쏟는 기분입니다.

그런데 보다 심각한 문제는 이번 올림픽 기간, 경기장 주변에는 일본 국기뿐 만이 아니라 욱일승천기까지 버젓이 팔리고 있었습니다. 일부 영국인들은 그것이 패션인양 사서 흔드는 모습을 볼 때, '저것들이 정신이 있는 놈들인가'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그 의미에 대해서 잘 모를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네요.

 

이번 사건은 박종우 선수 개인에게는 불행한 사건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정치는 생물이라고, 이 사안이 욱일승천기 문제로까지 확산된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민간단체에서 제기한 이 문제에 IOC와 FIFA에서 어떻게 대응할 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비록 IOC와 FIFA에 일본의 영향력이 크다고 할 지라도 이 문제를 마냥 무시하기가 어려운 것이 이 문제가 자칫 확산될 경우 그들의 권위와 공신력에 상처를 입게 되기 때문입니다.

 

1968년 멕시코 올림픽의 두 흑인 선수는 시상식에서 검은 장갑을 껴서 자국의 인종차별 문제를 전세계에 알렸습니다. 그들도 이 행동으로 인한 불이익을 분명히 알면서도 기꺼이 감수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행위는 오늘날 용기 있는 행위이자 인종차별에 항거의 상징으로 남아 있습니다. 알려진 것과 다르게 이들은 올림픽 메달을 박탈당하지도 않았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전 세계인들 – 제가 만났던 무식한 영국인들 포함 - 에게 욱일승천기가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이었다는 점을 각인시키는 노력입니다. 욱일승천기를 모든 운동경기에서 반드시 퇴출시키는 운동으로 우리의 역량을 모을 때입니다.

"욱일승천기"
이제는 올림픽을 포함한 어떤 운동 경기에서도 사라졌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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