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시골에 살면서 한국이 그리울 때가 참 많이 있지만, 그 중에 하나가 점심 시간에 펼쳐지는 광경 때문입니다. 한국에서는 "점심으로 무엇을 먹을까?" 고르는 재미도 너무 쏠쏠하고, 게다가 가격도 만원이 넘지 않으며 배불리 먹을 수 있는 밥집들이 많은데요. 제가 사는 영국 시골은 점심이라고 해도 크게 먹을 것이 없습니다. 물론 영국인들이 보기에는 맛있는 점심 메뉴들이겠지만, 토종 한국인 입맛을 가진 저에게는 점심에 무엇을 먹어야 할 지 선택하기가 몹시 어렵고 힘이 드네요.
영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에는, 학교 카페테리아 혹은 카페 및 레스토랑에서 다양한 서양식 점심 메뉴를 먹는 재미가 있긴 했어요. 구운 감자 요리(Jacket potato), 커리, 파스타, 치킨, 버거, 피쉬앤 칩스, 수프 등을 먹으면서 말이에요. 하지만 만원이 훌쩍 넘는 가격의 부담과 맛에 금방 질려버렸지요.
대학 카페테리아 혹은 레스토랑의 점심 식사 메뉴
수프 샐러드(파스타, 칩스 등) 립 (칩스, 샐러드)
소고기 버거 프랑스식 샌드위치 닭가슴살 샐러드
점심 시간에 붐비는 곳인 EAT & M&S Kitchen
이처럼 일부는 제대로 점심 메뉴를 먹기도 하지만요. 대부분은 점심 메뉴로 간편하게 샌드위치, 샐러드, 과일 등을 먹는 것 같습니다. 제가 직/간접으로 경험해 본 결과~ 영국에서 가장 쉽고 싸게 먹을 수 있는 점심 메뉴는 단연 "샌드위치"라고 볼 수 있겠어요. 이외에도 "파스타, 샐러드" 가 주를 이룹니다.
한국에 있을 때에는 가끔 먹는 샌드위치가 참 맛있게 느껴졌었지요. 아무래도 매일 한식을 먹다보니 그랬을거에요. 그런데 영국에서 사는 생활이 길어질수록 샌드위치만 봐도 속이 울렁거리는 현상이 자주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한국에서는 가끔 먹었기 때문에 맛있었지만, 이 곳에서는 점심마다 먹는 것이 샌드위치라 그런 것 같네요. 특히 영국에서 먹는 샌드위치는 왜 이리 맛 없게만 느껴지는지요.
영국 Boots에서는 제이미 올리버 표 점심 메뉴가 팝니다.
제이미 올리버가 말하는 점심 메뉴~
영국인들은 점심도 2 course meal (메인, 디저트)로 먹어요.
거창하진 않지만, 샌드위치 + 과일 or 감자 스낵 (Crisps) or 초콜릿, 케이크(sweet) 로 구성~
제가 흥미로웠던 영국 샌드위치의 특징.
☞ 영국인들이 좋아하는 샌드위치는 참 심플해요.~
한국에서 파는 샌드위치는 이런 저런 재료들이 가득 들어가 있지요. 소스도 참 다양하고요. 그런데 영국 마트에서 파는 샌드위치는 의외로 참 간단합니다. 물론 재료를 고를 수는 있겠지만요, 가격에 비해 너무 보잘 것 없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다만 샌드위치 빵의 종류는 좀 다양하긴 한 것 같아요.
제가 카페에서 자원 봉사를 하는데, 영국인들은 샌드위치를 주문할 때 보통 재료 한 두개만 넣어달라고 해요. 일부는 아예 햄, 토마토, 오이, 치즈 등 재료 하나만 넣은 샌드위치를 주문합니다. 소스도 없이요. 영국에서 애프터눈 티를 먹을 때 나오는 샌드위치만 봐도 오이, 햄, 치즈 이렇게 하나씩만 들어가 있지요. 그게 전통적인 Posh sandwich 라고 한다고 하더라고요. 도대체 무슨 맛으로 먹나 싶을 때가 있답니다.
☞ 샌드위치 보관은 무조건 냉장고~
영국에서는 샌드위치 보관은 무조건 냉장고에 합니다. 한국도 냉장 보관을 하지만, 다른 점이 있어요. 온도가 꽤 낮은 곳에서 보관한다는 겁니다. 한국에서는 알지 못했던 샌드위치의 차가움이란...속 재료뿐 아니라 빵까지도 차가워서 한 입 베어 물 때마다 느껴지는 차디찬 느낌이 전 싫네요. 그래서 cold sandwich라고 부르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나마 추운 날씨에는 따뜻하게 데워진 샌드위치를 선호합니다.
제이미 올리버 점심 메뉴는 이렇습니다.
샌드위치 이외에도 , 플라스틱 통에 파스타 혹은 샐러드가 있어요.
취향에 맞게 점심 메뉴를 골라,
공원 벤치 혹은 잔디에 앉아 점심을 즐기는 현지인들을 쉽게 볼 수 있어요.
"Eat Well" 를 주장하는 제이미 올리버는
디저트로 과일 스낵을 추천할 것만 같습니다.
여담이지만, 영국 런던 근처에 있는 한인 타운 뉴몰든에서는 일부 현지인들은 한국인들처럼 한식 도시락을 먹기도 합니다. 제가 전에 그 곳에 갔을 때, 한식 도시락을 사려고 줄을 길게 선 영국인들을 봤거든요. 그들은 야외에 앉아서 밥과 반찬이 들어간 도시락을 먹는데 얼마나 신기하던지요. ㅎㅎ 점심에 밥을 사 먹을 수 있는 그들이 갑자기 부러워지네요.
영국에서 본 현지인들의 점심 습관을 지켜 보면서, 한국과는 좀 다른 인상을 받았습니다. 여러분도 위 사진을 보면서 발견했을 수도 있을텐데요, 점심을 참 간단하게 먹는다는 겁니다. 다시 말해서 점심 메뉴로 슬로우 푸드보다는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패스트푸드로 테이크 아웃을 선호합니다. 그래서 보통 허기를 느끼는 오후 3~4시에는 애프터눈 티 타임을 갖는 것 같아요.
신랑은 개인적으로 영국인의 점심 문화가 자신에게는 더 맞는다고 하네요. 한국에서 직장 다닐 때에 무거운(?) 점심 식사를 하고 난 후에는 집중력도 떨어지고 항상 졸렸다고 했거든요. 그런데 영국에서는 간단하게 샌드위치와 스낵 정도만 먹으니 우선 뱃속이 부담없고 졸림증도 없어서 좋다고 합니다. 그래도 저는 한국의 점심 문화가 그립습니다. 줄을 길게 서서 들어가는 밥집에서 저렴하면서도 맛있고 뱃속 든든하게 먹을 수 있는 한식이 말이에요. ㅎㅎ 제 아무리 제이미 올리버 메뉴라 할지라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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