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는 저희 동네에서 기차로 약 이십 분도 채 안 걸리는 파버샴(Faversham)이라는 시골 마을에서 맥주 축제가 열렸습니다. 저와 함께 일을 했던 영국 아줌마가 적극 추천해서 가게 된 거에요. 영국의 완연한 가을 날씨로 바람은 선선했지만 대낮에는 햇살이 쨍쨍~ 내리쬐어 살짝 더웠습니다. 제가 전에 이 곳을 다녀온 적이 있었는데요, 그 때와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지역 축제를 즐기려고 왔는지, 작은 동네에 수많은 사람들로 가득 차 버렸습니다.
영국 축제는 테마에 상관없이 언제나 남녀노소 불문하고 가족 중심입니다.
젊은이들은 친구 혹은 연인끼리 오기도 하지만요. 심지어 맥주 축제에도 젊은 부모들은 다들 유모차를 끌고 맥주를 마시면서 밴드 음악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들고요, 일부 아기들은 그렇게 시끄러운 상황에서도 얼마나 쿨쿨~ 잘 자는지 깜짝 놀라기도 했습니다. 어린이들은 부모의 손을 잡고 아이스크림, 솜사탕 등 군것질을 하거나 길거리에서 파는 물건들을 사달라고 조르기도 하면서 나름대로 축제를 즐기는 것 같습니다.
보통 평상 시에도 맥주를 대낫부터 물처럼 마셔 대는 영국인들답게
저마다 맥주컵을 들고 거리를 다니면서 축제를 즐기는 모습이었어요.
사진을 눈여겨 보신 분들은 현지인들의 머리에 씌여진 나뭇잎 화관의 정체가
궁금하실텐데요...
바로 이것이 HOP (홉)으로 맥주의 원료입니다.
그래서 이 곳 맥주 Festival의 이름도
"HOP FESTIVAL" 이에요.
꽃가게에서는 직접 홉으로 화관을 만들어서 £2에 팔고 있었어요.
사람들이 줄을 서서 화관을 구입하는 모습이에요.
홉 화관을 쓴 아이들은 포토 타임을 갖기도 하지요.
축제 기간에는 동네 펍들 뿐 아니라 길거리에서도 지역 특산 맥주와 사이더를 팝니다.
그럼, 제가 맛 본 영국 맥주 한번 구경해 보실까요?
역시 영국 맥주하면 에일(Ale)이지요?
저희 일행은 다양한 맥주를 맛보기 위해
가장 작은 사이즈인 1/2 파인트로 마셨답니다.
Hopdaemon @ The Old Wine Vaults
(왼) Incubus (오) Golden Braid
파인트: £3.70 / 1/2 파인트: £1.80
맛의 평가: Incubus는 다소 강하고 쓴 맛이 나는 에일 맥주
Golden Braid는 황금빛 칼라로 부드러운 맛의 에일 맥주
마실 때에는 몰랐는데, 취합니다. ㅎㅎ
에일(Ale) 맥주 맛을 봤다면,
이제는 켄트 지역의 특산품인 사이더(Cider) 로~
대표적으로 세가지 맛인 사과, 체리, 배가 있었는데요, 가장 유명한 사과는 이미 품절...
체리보다는 배가 더 맛있다는 주변 분들의 평가를 듣고 페어 사이더로 선택~~
알콜이 있는 사이더가 싫으신 분들은,
아저씨가 들고 있는 애플 쥬스를 마시면 됩니다.
켄트산 애플 주스는 정말 꼭 마셔봐야 해요. 이렇게 맛있을 수가 없어요. ^^
Dudda's Tun Ketish Cider @ Pine Trees Farm
여름에 시원하게 마실 수 있는 사이더 (1/2 파인트 £1)
호불호가 확연히 갈리는 사이더의 맛으로, 저는 개인적으로 좋아합니다.
사과가 품절되어 아쉬운 대로 마신 배맛 사이더는 달콤, 시큼하면서 괜찮았어요. ㅎㅎ
시내를 이리저리 돌아다녔더니 목이 마릅니다.
이 때에는 시원한 라거(Lager)로 갈증을 풀어야지요.
Whistable Bay Beer @ Shepherd Neame
에일, 라거, 사이더 세 종류가 팔고 있어요.
(왼) Whistable Bay Blonde Lager (오) Hop Festival Ale
에일이 진하고 강한 맛이라면, 라거는 가볍고 시원한 맛이 느껴지지요.
1/2 파인트로 가격은 £2. (파인트는 £ 3.50)
참, 축제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음악과 춤인데요,
영국의 전통 춤인 모리스 댄스 공연이 한창이었습니다.
축제에서 선보인 모리스 댄스 직접 감상해 보세요.
리듬과 춤은 단순하지만, 흥겨워요. ㅎㅎ
특히 공연팀들의 저마다 특색있는 의상이 볼거리입니다.
맥주 마시고, 공연 구경을 하다보니 배가 슬슬 고프기 시작합니다.
작은 시골 동네에 너무 많은 인파가 몰려서 펍, 레스토랑은 이미 만석이에요.
그래서 선택한 것이 길거리 음식들~
정육점에서는 아예 직접 나와 소고기 버거 (Beef 100%) 를 팔고 있어요.
중국 레스토랑에서는 탕수육, 롤등을 팔고 있었어요.
현지인들은 한손에는 맥주, 다른 한 손에는 튀김 롤을 안주 삼아 먹네요. ㅎㅎ
마지막으로 저는 아이스크림으로 입가심을 했습니다.
얼마나 줄이 길던지요. ㅎㅎ
어릴 적 추억이 가득 담긴 소프트 아이스트림
펍 앞에는 사람들이 맥주를 마시면서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등..
여유롭게 축제를 즐기는 모습이 좋았습니다.
특히 가장 인상 깊었던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의 의식이었어요, 남녀노소는 물론이고, 몸이 불편한 사람들도 가족 및 친구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함께 축제를 즐기는 것 자체가 참 부러웠습니다. 붐비는 곳에서도 이들에게 다들 배려해 주고, 도와주려는 영국 시민들의 선진화된 의식 수준이 우리에게도 꼭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제가 사는 켄트 지역은 맥주 축제가 유명합니다. 영국의 정원이라고 불리울 정도로 과일 및 채소들이 맛있고, 맥주 맛도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거든요. 매년 진행되는 축제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고, 가족 및 부부들을 중심으로 축제를 건전하게 즐기는 문화가 잘 정착된 것 같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축제의 본모습이 아닐까 싶네요. 오래간 만에 작은 시골에서 열린 맥주 축제로 인해 마구 행복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오감으로 즐긴 영국 가을 맥주 축제, 맛이 끝내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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