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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품절녀 & 남 in UK/유학생 남편 둔 아내의 일기

지도를 못 읽는 여자, 지도를 외우는 남자

by 영국품절녀 2011. 11. 7.


이것은 책 제목이 아닙니다. (이런 비슷한 책 제목이 있긴 했지요 - "말을 듣지 않는 남자, 지도를 못 읽는 여자" )
바로 제가 "지도를 못 읽는 여자"이고요, 울 신랑이 "지도를 외우는 남자" 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저의 머릿속에는 네이게이션을 관장하는 뭔가가 전혀 없는 것 같습니다. 새로운 곳을 찾아가는 능력이 많이 떨어지는 것 같거든요. 그런데다가 지도 또한 읽는 능력이 부족합니다. 보통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지도 읽는 능력이 부족하다고는 하나, 전 좀 심각한 수준이거든요. 이에 반해, 울 신랑은 남들보다 새로운 길을 찾거나, 지도를 한 번 보면 바로 외우고 단숨에 찾아가는 놀라운 능력의 소유자입니다. 새로운 여행지에서도 길을 찾는 능력은 정말 탁월하다고 생각이 들 정도이거든요.



                                              저의 나침반은 "울 신랑"입니다. (출처: 구글 이미지)

이런 정반대의 남녀가 부부로 만났습니다. 그래서 전 울 신랑과 다니면, 항상 좀 넋을 놓고 다니는 경향이 있어요. 그냥 신랑이 너무 잘 아니까 제가 자연스럽게, 무의식적으로 그러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의 문제점 중의 하나가 잘 모르면서 가끔씩 길의 방향으로 가자고 고집을 피우곤 합니다. 항상 틀리지만요. 연애 초반에는 저의 이런 어이없는 주장에 신랑은 항상 틀린 걸 알면서도 저의 의견을 수용해 주었지요. 물론 항상 이상한 곳이 나왔지만요. 지금은 주장을 안 하려고 하나, 가끔씩 저도 모르게 나오곤 하네요.


드디어, 저번주 토요일에 신랑이 바쁜 관계로 생애 처음으로 런던에 "혼자" 가게 되었습니다. (신랑은 "같이 갈껄" 후회를 했다고 하네요.) 제가 떠나기 전에 신랑은, "너 런던에서 길 헤맬때, 나한테 전화하지마, 그냥 너의 스마트 폰 네비게이션을 봐!" 이러더군요. 전 당당하게 "나 혼자 잘 찾을 수 있어, 걱정마" 그렇게 떵떵거리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런던 지도를 들고 런던으로 향했지요.

제가 런던에 도착해서, 용무를 보기 위해 간 곳이 세 곳이었는데, 지도를 보면서도 한 곳도 제대로 단번에 찾지 못하고 이리저리 헤메고 다녔답니다. 다소 예상보다 시간이 지체되었으며, 이리 저리 하도 걸어다녀서 다리와 발바닥이 아팠지만 그래도 필요한 용무는 다 보고 왔다는 데에 만족합니다.
 

길치인 제가 혼자 런던 여행을 하면서 두 가지 떠오른 생각이 다음과 같습니다.
1. 신랑하고 같이 오면 이렇게 헤매지도 않고 좋았을 텐데.. (신랑이 무지 그립더군요)
2. 혼자 런던을 자주 다니면서, 런던 길을 찾는 능력을 키워야 겠다. (혼자 런던을 자주 갈 생각입니다.)


울 신랑은 방향 감각이 전혀 없는 저를 보면서, 경지에 도달했다는 표현을 쓰더군요. 그러면서도 저를 위로하려는지, 웃으면서 "그래서 내가 있잖아" 이렇게 말하는 울 신랑이 사랑스럽기만 하네요. 앞으로 지도를 못 읽는 영국 품절녀의 좌충우돌 런던 여행기를 많이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