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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품절녀 & 남 in UK/이슈가 되는 발칙한 주제들

한국 SAT 사태 보면서 떠오른 강남 영어학원샘

by 영국품절녀 2013. 5. 26.


안녕하세요? 영국품절남입니다.

 

일반 분들은 별로 관심이 없으시겠지만, 미국 대학으로 학부 유학을 준비 중인 학생 및 학부모님들에게 청천벽력 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바로 미국 수학능력시험 (SAT)를 주관하는 미국 본사가 예정되었던 한국 5월 시험을 취소한 데에 이어, 6월 시험도 일부 수험생에 한해 취소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유학 준비생 뿐 아니라 SAT성적으로 국내 대학의 영어특기자 입학을 준비한 학생들에게도 말 그대로 날벼락이라고 할 수 밖에 없네요. 사건의 개요는 일부 한국 학생들이 시험 문제를 미리 유출시켜 온라인을 통해 유포시킨 것 같습니다. SAT는 세계적으로 같은 날에 시간을 보기는 하지만, 지역마다 시간차이가 있으므로 이런 부정이 가능한 것 같습니다.

 

 

이번 SAT 사태를 겪으면서 문득 떠오르는 사람이 있어서 한 번 적어 보려고 합니다. 구체적인 신상은 명시하지는 않겠습니다만, 2000년대 중반에 강남에서 토플 & SAT 준비하셨던 분들은 아실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제가 회사를 퇴직한 후, 당시 회사 근처에 있던 강남의 O영어학원 토플 종합반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대학 시절 딱히 영어공부를 하지 않았기에 기초부터 하는 셈 치고 종합반을 선택한 것이지요. 그 당시 아침 9시부터 12시 반까지 수업을 듣고, 학교 도서관으로 와서 저녁 10시 반까지 영어 공부만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3달 정도 하니까 약간 감이 잡히기는 하더군요. 그래서 큰 맘먹고 토플에 도전했지만 성적은 그대로.. 그 이후부터는 종합반이 아닌 단과반으로 바꿔, 몇 개 레벨에 맞는 수업을 듣고자 했습니다. 그 때 Writing 강사로 만난 사람이 바로 Q씨였습니다.

토플 및 SAT 작문이 특기였다고 했던 영어 강사였는데, 강의 내용은 첫 수업부터 다른 강사들과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영어의 Writing은 물론이고 영어 학습에 대한 이론적인 설명도 해 주었죠. 간간히 자신의 미국 명문대 유학시절을 들려주어 당시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많은 자극이 되었습니다. 물론 수업 내용도 굉장히 훌륭했습니다. 다른 강사들은 토플에 나오는 문제풀이 중심으로 수업을 진행하는데, 이 강사는 뭐랄까요, 단순 문제 풀이를 위한 작문이 아닌 영어식 글을 쓰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고 할 수 있겠네요.

 

특히 기억나는 에피소드는 그 강사가 수업 중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도시가 어디인지 아는 사람?" 이라는 뜬금없는 질문을 했습니다. 정답을 맞춘 사람은 자신과 점심식사를 함께할 기회를 준다고 하더군요. 그 말 떨어지기가 무섭게 제가 "멕시코 시티" 라고 하자 떨떠름한 표정을 짓더니 "그래요, 맞습니다" 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제가 그 강사와 점심을 같이 먹지는 않았습니다. 왠지 "점심 같이 하시죠." 라는 말이 나오지 않더라고요. 딱히 관심도 없었습니다.

 

얼마 후 전해 들은 말로는, 그는 토플 학원을 그만두고, SAT 전문학원으로 갔다고 하더군요. 그 때 당시에도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이 토플 및 SAT 작문 만점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하곤 했었거든요. 저에게 그는 "조금 독특했던 사람" 이었다라는 기억만 남겨두었는데, 영국에 온 어느 날, 그 강사의 이름이 언론에 오르락 내리락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가장 문제시 되었던 것이 미국 명문대 허위 학력과  "SAT 문제 유출"이었습니다. 국내 대학원의 석사 학위만 있는 그 사람이 왜 거짓 학력을 내세웠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강남 학부모들의 주목을 끌기 위해 그렇게 했어야 하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제가 경험했던 영어 강사 중에서는 최고의 영어 작문 강사였습니다. 굳이 학력을 속이지 않더라도 학생들을 잘 가르치는 강사였다는 것이죠.

 

 

(출처: Google Image)

 

하지만 그는 SAT 문제 유출은 절대 해서는 안될 일을 한 것이죠. 언론 기사를 보니 아르바이트 학생 혹은 동료 교사를 통해 미리 시험을 응시하도록 해서 문제를 파악했던 것입니다. 이것이 문제가 되어 당시 한국 학생 응시자 전원의 시험점수가 취소되고, 그 강사와 공모자들도 체포되었죠.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그 강사는 결국 2013년 초에 이르러서야 법원으로부터 무죄 판결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Q 강사 사태가 겨우 무죄로 판결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올해 다시 제2의 SAT사태가 한국에서 터진 것이지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좋은 대학에만 자녀를 입학시키려는 부모의 마음과 이를 놓치지 않은 학원 및 강사들의 장사 속이 만들어낸 부끄러운 합작품이지요. 이런 일을 겪으면서, 과연 그 강사가 수업 중에 자랑했던 자신의 SAT 응시 학생들의 토플 성적 – 거의 만점에 가까워서 엄청나게 놀랐던 기억이 나네요 – 이 진정한 영어 실력 때문이었는지 의문이 듭니다.

만약 부정을 통해 좋은 점수를 받아 유명 미국 대학에 간들 그 학생들이 수업을 제대로 따라갈 수는 있을까요? 무조건 일단 입학만 하면 된다는 한국의 간판 중시 문화의 폐해가 수험생들의 입시 문화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었고, 결국 국제적 망신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영어 실력은 있으면서도 해외 명문 대학 간판이 없었던 Q 강사, 그 강사가 실력으로 학생들의 성적을 올렸는지, 부정을 통해 학생들의 성적을 올렸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또한 자신의 거짓 학벌이 강남의 학부모들을 설득하는 데에 어느 정도 역할을 했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우울한 것은 우리의 의식과 문화가 바뀌지 않는 이상, 이런 일은 또 다시 누군가에 의해 벌어질 것 같다는 것이지요. 이번 SAT 한국 시험 취소 사태를 지켜보면서 그 Q 강사가 다시 한 번 떠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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