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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품절녀 & 남 in UK/이슈가 되는 발칙한 주제들

경험하지 못한 결혼에 대한 동경은 큰 법

by 영국품절녀 2013. 5. 11.


오늘은 제가 최근에 많은 생각을 하도록 만든 사연에 대해 저의 사적인 잣대(?)를 바탕으로 글을 쓰려고 합니다. 전적으로 제 주관적인 의견이니, 그저 가볍게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국제 결혼에 대한 글을 종종 올릴 때마다 꼬리를 물고 따라오는 댓글들이 있습니다. 인기를 끌기 위해 국제 결혼이라는 이슈를 자꾸 건드린다는 것입니다. 제가 국제 결혼에 대해 글을 올리는 이유가 몇 가지 있지만, 그 중에 하나가 국제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이라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한 관심"이 컸던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국제 결혼에 대한 글들을 올리면서 비판과 비난을 한 몸에 받아 온 것이 사실인데요, 저는 국제 결혼에 대해 다소 우려를 갖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문화와 언어가 다른데... 같은 한국인과 살아도 이렇게 힘든데... 국제 결혼은 얼마나 더 힘들까?' 하는 지나친 걱정이 앞섰답니다.

하지만 영국에 와서 주변에 국제 결혼한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해외생활 블로거들의 글을 읽으면서 이제는 국제 결혼이라는 것이 특별한 것이 아닌 그저 국적이 다른 사람과 결혼해서 나처럼 똑같이 살고 있다는 것으로 여겨지게 되었지요. 결코 부부 및 가족간에 언어와 문화 차이는 큰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요.

 

 

이처럼 국내에서는 여전히 국제 결혼에 대해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간에 관심이 정말 큰 것 같습니다. 그 이유 역시 다양하겠지만, 그 중의 하나는 "경험하지(알지) 못한 것에 대한 동경"이 아닐까 싶은데요, 일부 사람들의 경우에는 경험해 보지 못한 국제 결혼에 대해 관심과 호기심이 굉장히 많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전에 해외에서 오래 살고 있는 지인에게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사람들은 50세 정도가 되면 고향을 그리워한다. 이런 이유로 국제 결혼을 해서 해외에 사람들은 갑자기 한국이 그렇게 가고 싶고... '내가 한국 남자와 결혼해서 한국에서 살았더라면 어땠을까?'를 막연하게 동경한다. 심지어는 자신의 선택에 대해 자책하는 사람도 있다.

 

실제로 어떤 50대 한국 여자 분은 영국인 남자와 결혼을 해서 아들과 딸을 두고 행복하게 영국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갑자기 몇 십년 동안 살아온 영국 생활에 회의가 들면서... 한국이 미치게 그립다는 거에요. 아무리 바빠도 하루에 한국 드라마 세 개 정도는 봐야 마음이 안정된다고 합니다.

 

내가 영국 남자가 아닌 한국 남자와 결혼을 해서 한국에서 살았더라면 어땠을까? 이제는 한국으로 돌아가도 만날 친구들도 없고... 가족도 다 여기에 있는데...그래도 난 외로워~~ 

아이들이 크니까 한국에 자주 갈수도 없고, 아이들과 대화도 안 통해~ 아이들은 나에게 오랫동안 영국에서 사는데도 영어를 못한다면서 불평하더라... 그래도 나를 사랑해주는 남편이 있어서 다행이지만....

 

저는 그 분의 사연을 듣고 생각에 잠겼습니다.

주변에서 들은 말로도, 나이가 들면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더욱 간절하다고 합니다. 한국에 있는 가족들과 친구들이 보고 싶고요. 한국어로 이야기도 나누고, 한국 음식을 언제든지 먹을 수 있는 한국 생활이 그리울 것입니다. 특히 한국인인 우리는 모국어가 아닌 이상에야 영어를 원어민들처럼 자유자재로 할 수는 없습니다. 물론 어린 아이들은 영어를 잘 못하는 엄마가 이해가 안 될 수도 있겠지요.

 

이런 점들이 영국 남자와 결혼해서 힘든 현실이라고 한다면요, 한국 남자와 결혼했다고 해서 외롭지도 않고 어떤 어려움도 없을까요?

 

(출처: Google Image)

 

"전 절대 아니라고 봅니다."

 

한국에서 사시는 50대 이상의 한국 아줌마들에게 물어 보고 싶습니다. 같은 언어와 문화를 가진 한국 남편, 자식과 사는 생활이 마냥 행복한지를요, 오히려 반대로 한국 생활이 싫은 아줌마들 중에는 외국인 남편과 결혼해서 해외에서 살았으면 좋았을텐데... 하기도 한답니다.

또한 십대 자녀들은 같은 한국어를 사용해도 그 때에는 말이 통하질 않습니다. 항상 그들이 하는 말은 "엄만 몰라도 돼~ 엄마랑은 말이 안 통해~" 거든요. 아마도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인해 엄마 자신이 자격지심을 갖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겠어요. 그 때에는 "엄마는 한국인이니까, 영어보단 한국어를 잘 하잖아~" 해야 할까요? 저 역시도 당사자가 아니므로 뭐라 답변을 해야할지는 참 막막하네요.

 

분명 영국 남편과 함께 영국에서 사는 그 분이 말하는 국제 결혼의 단점은 있겠지만, 못지 않게 장점도 많이 누리고 있다고 봅니다. 이제와서 자신의 지난 선택을 후회하거나 if " 를 써 가면서 앞으로 일어나지도 않을 것에 대해 한없이 동경하는 것은 본인 및 가족들에게 결코 바람직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종종 저에게 국제 결혼을 고민하는 젊은 친구들이 질문을 하는데요, 주변에서 들은 부정적인 점들에 대해 미리부터 걱정을 하며 말을 꺼냅니다. 그 때 저는 이렇게 조언합니다.

 

나는 국제 결혼을 한 당사자는 아니지만, 어떤 선택을 하건 간에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인성을 가진 사람과 결혼하느냐에 따라 자신의 결혼 생활이 행복 혹은 불행해 질 수 있다. 절대 배우자의 국적이 문제는 아니다.

한가지 덧붙이자면, 자신의 결정에 대해서는 뒤돌아 보지 말고 힘들어도 참고 이겨내야 한다. 즉 한국이 아닌 외국인 남편을 따라 해외 생활을 결정한 이상 타향 살이의 외로움은 자신이 평생 안고 가야 할 몫라는 것이지요. "가족, 친구도 하나 없는 이 곳이 외로워서 사는 것이 너무 힘들다" 라고 괴로워하기 보다는 외로움을 어떻게 현명하게 잘 극복하느냐에 초점을 맞추어 생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출처: Everyday Jokes)

 

비록 국제 결혼을 하지는 않았지만, 저 역시도 남편 따라서 영국에서 생활한 지 벌써 3년이 넘어가는데요, 영국에 와서 지독하게 힘들 때에는 이런 저런 생각이 다 들었어요. "내가 그냥 한국에서 안정된 직장남과 결혼을 했더라면 굳이 이렇게 여기까지 와서 고생은 안할텐데..." 라고요. 또한 영국인과 결혼해서 집 사고 잘 사는 지인들을 보면, "역시 영국에서 안정적으로 생활하려면 현지인과 결혼하는 것이 제격이지~" 등등 이렇게 제가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한 동경과 부러움이 저에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막연한 환상과 후회는 저의 삶에 어떠한 도움도 주지 못하고 저를 더욱 힘들게 만든다는 것을 깨달았지요.

 

기혼자들 중에는 이런 생각을 한번 쯤은 해봤을 거에요. "내가 이 사람과 결혼을 하지 않았더라면, 더 나은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 이처럼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것에 대한 삶은 언제나 지금보다는 더 나았을 것이라고 여겨지고, 자신의 결정을 후회하게 만듭니다. 국적을 떠나 어떤 누구와 결혼을 한다해도, 결코 행복은 자신이 만들어 나가는 것 같습니다. 저는 현재 닥친 상황에서 부모, 남편, 자식, 친구에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한 자가 가장 외롭지 않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저 역시도 그런 사람이 되려면 아직은 한참 먼 것 같습니다. 뭐든지 마음 먹기에 달려 있다는 말을 곱씹으면서 살아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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