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영국인들은 퇴근 후 특별한 일이 없으면 바로 집으로 귀가를 하는 것 같습니다. 한국처럼 회식이 많은 것도 아니고, 갑자기 상사가 "오늘 회식하자~" 라며 번개팅을 하는 경우도 좀처럼 없으니까요. 물론 친한 동료들끼리는 종종 펍 혹은 바에서 맥주를 마시는 일은 있는 것 같습니다. 유독 불타는(?) 금요일 오후 6시 이후에는, 런던 펍 근처에도 퇴근하고 한 잔 하려는 직장인들로 주위가 북적북적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보통 평일에는 오후 6시 이후에 기차를 타면 퇴근하는 직장인들로 인해 좌석이 꽉 차서 서서 가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금요일 오후 기차는 꽤 한산한 편입니다.
런던 시내의 금요일 퇴근한 직장인들의 모습
한국 지인 분들은 집으로 곧장 퇴근하는 영국 직장인들의 모습이 어찌나 낯설고 신기한지....
영국인들은 집에다가 무슨 꿀단지를 숨겨 놓았나봐~
일이 끝나기가 무섭게 집에 가잖아. ㅎㅎ
실제로 BBC 기사에서 흥미로운 조사 결과를 본 적이 있습니다.
유럽 국가들 중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제일 긴 동시에 자유 시간을 집에서 보내는 것을 좋아하는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 역시 바로 "영국"이었다는 것입니다.
이 기사를 보고 문득 떠올랐던 것이 영국인들의 잘 꾸며진 정원과 집 내부였어요. 영국인들은 집과 정원을 정말 예쁘게 꾸며놓고 살거든요. 어느 영국 가정을 가 봐도 개성이 물씬 풍기는 인테리어와 벽지, 소품 진열 등에 눈이 휘둥그래 집니다. 어쩌면 영국인들은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 집 내부에 자연적으로 신경을 더 쓰는 것이 아닐까라는 제 나름대로 결론을 도출해 봤습니다.
물론 모든 영국인들이 다들 그렇지는 않겠지만요, 제 주변의 지인들을 통해 이야기를 들어보면 "직장, 집" 밖에 모르는 영국인들이 대부분입니다. 한 예로 친한 언니의 영국인 남편은 일이 끝나면 바로 집으로 퇴근한다고 해요. 동료들과 간단하게 맥주를 마시기도 하지만... 그것도 아주 가끔이고요. 일 외에 특별한 일이 없으면 오직 집에서 가족하고만 시간을 보낸다고 합니다. 어떤 남편들은 아예 집으로 친구들을 불러서 게임을 하기도 한다고 해요. (단, 부인에게 절대 부담을 주지 않고요. ㅎㅎ) 확실히 한국에 비해 영국은 부부끼리 얼굴을 보는 시간이 길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남편의 이른 귀가" 에 대한 한국인 아내들의 반응은 살짝~ 호불호가 갈립니다.
일부는 한국처럼 회식, 야근 등이 없으므로 일찍 퇴근하는 남편이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늘어서 만족스럽다 하고요, 다른 일부는 한국보다 함께 있는 시간이 너무 길다 보니 사소한 일로 싸움이 잦거나 혹은 지겹다(?)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하네요. 한 지인 분은 영국 부부들이 함께 있는 시간이 너무 길기 때문에 이혼률이 높아지는 것이 아닌가라는 재미있는 가설(?) 을 제기하기도 했답니다. ㅎㅎ
늦은 귀가를 하는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야근" 입니다. 야근을 당연시하는 직장 분위기로 인해 어차피 일을 일찍 끝내더라도 야근은 필수이기에 자연스럽게 근무의 강도가 약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직장 다니는 제 친구들도 근무 중에 SNS 잡담은 다들 쉽게 하더라고요. 또한 회의 한답시고 몇 시간씩 그저 수다를 떨기도 한다는 말을 듣기도 했어요. 물론 모든 회사가 다 그렇지는 않을 거에요.
해외에 살면 종종 지인들과의 정겨운 술자리가 미치도록 그립긴 합니다.
보통 영국인들은 퇴근 후 집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을 선호하는 "개인주의적인 성향"을 지녔다면요, 한국인들은 "관계 중심적인 성향"을 지닌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직장 스트레스도 혼자가 아닌 우리라는 집단 안에서 서로 이야기하면서 해소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것처럼요.
그런데 혼자 살 때에는 늦은 귀가 시간이 전혀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기혼자의 경우에는 늦은 귀가 시간이 가정의 평화를 깰 수 있는 요건으로 충분하지요. 이를테면 맞벌이 부부들의 경우 문제는 매우 심각할 수 있어요. 배우자 한쪽에서만 양육, 가사를 맡는 경우에는 상대방의 고의적이고 반복적인 늦은 귀가는 부부 및 가정 생활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늦은 귀가는 배우자의 불륜, 성매매 업소 출입 등의 유혹도 높을 수 밖에 없습니다.
올해 발표한 기사에 따르면, 직장인 520명 가운데 10명 중 8명이 퇴근 후 곧장 집으로 귀가하며, 술자리보다는 혼자 보내는 시간이 스스로에게 도움이 된다는 답변이었습니다. 비록 이 결과가 실제로 직장인들의 귀가 시간에 대한 생각을 대표한다고는 볼 수 없지만요, 과거에 비해 젊은 세대들은 개인주의 성향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인가 봅니다. 그래도 여전히 직장인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늦은 귀가의 해결은 한국의 직장 문화 (야근, 잦은 회식 문화 및 술접대)의 개선에 달려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적정한 수준의 지인들과의 만남은 심신에 피로 회복제이지만, 도를 넘어선 늦은 귀가는 가정 파괴 원인임을 분명하게 아시길 바랍니다.
한국 직장인 분들, 힘내세요. 화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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