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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영국 귀양살이 seasno 1 (2010-2014)/실시간 영국 소식

등록금 인상으로 확 바뀐 영국 대학 풍경, 씁쓸

by 영국품절녀 2012. 10. 14.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영국 대학 등록금 대폭 인상이 이번 영국 가을 신학기부터 현실화되었습니다. 올해 9~10월에 입학한 대학 영국/유럽 출신 세내기들은 과거에 비해 3배나 오른 약 9,000파운드 (약 천칠백만원) 를 내야만 했지요. 학비의 큰 폭 인상으로 인해 이제는 외국인 대학생 (overseas)과는 -학교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 큰 차이는 없어졌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이렇게 세 배나 오른 등록금을 내고 입학한 영국 학생들은 학자금 대출액수가 크게 오름에 따라 큰 부담이 될 것 같습니다. 특히 영국 경제 상황이 심각하게 좋지 않으므로, 정규직으로 취업을 해야지만 학자금 대출 비용을 상환할 수 있을텐데요, 요즘 취업이 정말 쉽지가 않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과거와는 다르게 신입생들의 학업 태도가 확실히 좀 다르다는 소식을 입수했답니다.

 

과연, 대학 등록금 큰 폭 인상이 영국 학생들을 어떻게 달라지게 했는지 한 번 보실까요?

 

1. 대학은 꼭 갈 사람만 간다?


영국 대학 새학기에 앞서 8~9월에는 클리어링이라고 해서 학교마다 인원 미달 수를 채우는 시기라고 보시면 되는데요, 한동안 영국 상위권 대학에서조차 이 기간에 인원이 채워지지 않고 있다는 뉴스가 계속 나올 정도였습니다. 그렇다고 대학에서 입학 성적을 낮춰 학생들을 받으면 큰 문제가 되므로, 그렇게 할 수도 없으니 영국 대학들은 답답하기만 했지요.

 

사실 유럽 대학 입학률은 거의 50% 도 되지 않는다고 하지요? 그런데 최근 영국에서는 대학 입학률이 점점 상승 중이었다고 해요.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크게 두 가지 요인을 들어보겠습니다.

하나는 부모님으로부터의 확실한 독립과 캠퍼스의 자유, 또 하나는 대학 졸업자가 더 나은 (연봉이 센) 직업을 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보통 영국은 취업을 통해 독립을 하게 되는데, 일부 젊은이들 중에는 일찍 취업 전선으로 뛰어 들기보다는, 학자금 대출로 인해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하여 캠퍼스에서 자유를 누려보고 싶다는 로망이 있다고 합니다. 분명 학업을 위해 대학에 입학하는 비율이 대부분이겠지만요. 또한 영국에서는 직종에 상관없이, 어디든 정규직으로 취업만 하면 먹고 사는 데에는 큰 지장은 없습니다. 그런데 영국인들 사이에서도 확실히 연봉이 높은 직업을 구하기 위해서는 대학 졸업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해요.

 

그런데 이제는 뚜렷한 목적 없이는 대학 입학 자체가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 것이지요. 학자금 대출 비용이 크게 증가하였고, 대학 졸업자들의 취업난이 심각하니까요. 따라서 대학 입학의 메리트로 여겼던 돈 걱정없이 자유와 독립을 즐길 수 있었던 대학 생활은 굳이 세 배나 오른 대학 등록금을 지불하는 것과는 맞바꿀 수 없게 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와 함께 대졸자의 높은 실업률 역시 간과할 수 없는 문제이고요.

 

                       영국은 날씨가 좋으면 많은 학생들이 캠퍼스 잔디로 몰려 듭니다. ㅎㅎ

 

2. 1학년부터 학점 관리와 인터쉽 시작~


한국도 그렇지만, 대부분 대학교 1학년들은 공부보다는 놀기에 바쁩니다. (물론 일학년 때부터 열심히 하는 학생들도 있지만요.) 학창 시절 내내 입시 지옥에 시달렸으니 그럴만 하지요. 물론 영국은 한국처럼 무시무시한 입시 지옥은 없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대학 입학을 위해서는 힘들긴 마찬가지에요. 특히 영국 대학은 1학년 학점은 졸업 점수 산정에서 제외되므로, 단순히 패스만 해도 된다고 하거든요. 그래서 일학년 학생들은 크게 공부를 열심히 하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일학년에 장학금 받기가 조금은 수훨하다는 말이 있어요.)

 

그런데 올해는 크게 달라졌다고 하네요.

신학기 1학년을 가르치는 박사생의 말을 들어보니, 수업 시간에 많은 학생들이 예습을 해온다는 거에요. 영국은 수업 시간 전에 미리 Reading list 를 학생들에게 알려주고, 매 수업마다 관련 책 챕터 (논문) 등을 읽어와야 하거든요. 이번에 1학년에 입학한 정치학과 한국 학생도 수업 시간에 들어갔다가 깜짝 놀랐다는 거에요.

영국인 친구들이 다들 책을 읽고 왔어요. 교수님 질문에 척척 대답을 해요~~

교수님이 말을 빨리 했더니, 천천히 강의해달라고 이메일 보내고 난리었어요.

 

이렇게 영국인 1학년 학생들이 수업에 열심히 참여하고 있다고 하네요. 거기다가 요즘 영국 대학생들은 방학에도 취업 시 유리하기 위해 다들 인턴쉽을 하려고 난리들이라고 합니다. 참, 인턴쉽이나 취업을 위해서는 영국에서는 무조건 대학 성적이 중요하거든요. 학생들의 말을 들어보니, 1학년 성적도 좋지 않으면 인턴쉽 자체의 기회를 얻을 수도 없다고 해서, 이제는 1학년부터 학점 관리에 엄청 신경을 쓰고 있다는 거에요. 이러한 현실로 인해 유독 이번 1학년들은 학비가 비싼 만큼이나 학기 시작 초반부터 열띤 수업 참여도를 보이고 있다고 하네요.

 

                                                                     (출처: CARDIFF UNIVERSITY)

 

3. 대학 입학도 부익부 빈익빈?


이번 영국 대학 등록금 인상으로 인해 제일 말이 많았던 것이 양극화를 조장한다는 거였어요. 영국도 부모가 부자인 경우에는, 부모가 자녀의 대학 등록금을 내주는 것 같습니다. 이에 반해 저소득층 학생들은 아무리 대학 입학 점수가 있어도, 돈이 없어서 대학 입학 자체를 포기할 수 도 있겠지요. 아예 일부 저소득층 부모들은 학자금 대출로 인해 엄청난 빚을 지기보다는 차라리 취업을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도 합니다. 비록 교육부에서 발표하기를 올해 2012년은 작년과 비교해 저소득층 학생들의 입학률이 크게 차이가 없음을 명시하고는 있지만, 외부에서는 분명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한국 역시 대학 등록금 인상 문제가 여전히 논란거리지요. 한국에서도 비싼 대학 등록금으로 인해 학자금 대출로 힘들어하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으니까요. 영국이나 한국이나 상황은 참으로 비슷해 보입니다. 비싼 등록금을 내고 대학에 들어가지만 취업이 안 되는 현실이요. 대학 와서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 자체는 긍정적으로 볼 수 있지만 그 이유가 경제 불황이라는 것이 씁쓸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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