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유럽 여행/프랑스

로맨틱한 파리 커플 여행, 정작 남자는 힘들다

by 영국품절녀 2014. 3. 10.

안녕하세요? 영국품절남입니다.

거의 일주일 만에 찾아 뵙는 것 같네요. 그 동안에도 꾸준히 찾아주신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이미 지난 포스팅에서 언급했던 것과 같이, 저희 부부는 지난 주에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의 일정으로 파리에 다녀왔습니다. 제가 사는 곳이 런던과 도버 사이에 있는 곳이라 저희는 코치(고속버스)와 페리를 이용해서 여행을 다녀왔는데요, 이젠 나이가 있어서 그런지 야간 이동이 만만치 않더군요.

 

품절녀님과 저는 이미 9년 전에 파리에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번 여행은 그 때의 추억을 다시 떠올린다는 의미도 있었고, 저의 학위 과정 중, 저를 위해 함께 고생해 준 품절녀님에 대한 보상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여행은 품절녀님에게 전적으로 맡겼지요.  그런데...

 

 

 

 

오랜만에 다시 방문한 파리는 역시 명불허전이었습니다. 날씨도 마침 기가 막히게 좋더군요. 파리는 낭만과 아름다움으로 가득 찬 도시인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사실 3일 동안 파리를 다 둘러보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아마 열흘 이상은 있어야 구석구석 파리라는 도시를 제대로 느끼고 즐길 수 있을 것 같더군요. 그만큼 볼 것도 먹을 것도 많은 아름다운 도시입니다. 사람마다 다르기는 하겠습니다만, 파리는 남자가 여자를 모시고 여행을 하기에는 조금 힘든 것 같았습니다.

 

 

파리는 우선 쇼핑과 디저트의 천국입니다. 명품 가게들이 밀집해 있는 유명한 샹젤리제 거리 이외에도 파리는 쇼핑할 곳이 무척 많았습니다. 라파예트, 프렝탕, 봉마쉐 백화점 뿐만 이나라 요즘 핫 플레이스라는 마레지구도 여성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해 보였습니다. 오로지 저의 역할은 길 찾고, 쇼핑 짐 들고, 쇼핑하는 동안 하염없이 기다리고, 먹고 싶은 것이 있을 때에는 같이 먹어야 했지요. 저의 의견 자체를 거의 반영하지 않기로 한 여행길이었지만 무척 힘이 들고 피곤한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파리의 3월은 비수기라고 하던데, 한중일 출신의 여성들은 거리 곳곳에 꽤 많았습니다. 다들 삼삼오오 짝을 이루어 파리 시내를 누비며 쇼핑과 먹거리를 즐기더군요. 그에 비해 남자는 그리 많아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커플이 유럽여행을 같이 오면 종종 싸움이 난다는 글을 인터넷을 통해 본 적이 있습니다. 남자들은 아무래도 이왕 간 김에 박물관이나 미술관뿐만 아니라 유명한 곳은 될 수 있는 대로 최대한 둘러보려고 집중하는데 반해, 여자들은 유명지뿐 아니라 쇼핑이나 예쁜 거리를 걸으며 그 분위기도 만끽하려고 하기 때문이랍니다.론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기 때문에 그 반대인 경우도 있을 수 있고, 오히려 커플의 여행 성향이 일치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이번에 저는 품절녀님을 모시고 파리를 다녀본 결과 이 말은 제게는 거의 "진리"처럼 느껴지더군요.

 

 

품절녀님의 두서 없는 여행– 사실 쇼핑 자체는 거의 하지 않았으나, 매장 구경이 많았지요 – 저를 하루에도 몇 번씩 울컥하게 만들더군요. ㅋㅋ 가고 싶은 곳도 많고, 먹고 싶은 것도 많은데 정작 위치는 어디인지 전혀 모르는 품절녀님... 그러다 보니 저는 한 손에는 지도를 다른 한 손에는 스마트폰 앱을 가지고 목적지 찾기에 정신이 없었네요. 전날 저녁 사전 브리핑을 요구하는 저를 뒤로하고 피곤하다며 먼저 잠자리에 드는 품절녀님 때문에 – 그 이유는 품절녀님께서 나중에 알려드릴 겁니다 – 짜임새 있는 여행은 아니었던 것 같아 조금 아쉬운 부분도 없지 않았습니다.

 

품절녀님이 이전 포스팅에서 아무런 계획 없이 훌쩍 떠난다고 했는데, 저는 계획 없이 가는 것이 얼마나 무모하고 사람을 피곤하게 하는지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계획이 없다는 말 자체가 말이 안되니까요. 가고 싶은 곳, 먹고 싶은 음식이 있다는 것 자체가 계획이잖아요? 맘 편하게 가자는 품절녀님 때문에 저도 맘 놓고 있다가 무~척 고생한 파리였습니다.

 

 

물론 품절녀님 덕분에 마카롱이나 맛있는 케이크를 맛볼 수 있어서 좋기는 했습니다. 만약 저 혼자 파리를 여행했다면 먹는 것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을 테니까요. 모든 여행이 그렇듯이 철저한 사전 준비만이 여행의 질을 보장한다는 평범한 사실을 다시 한 번 느낀 파리 여행이었습니다. ㅋㅋ 쇼핑과 먹거리 천국, 낭만이 가득한 파리 여행, 아내 혹은 여자친구와 함께 가는 남자 분들은 꼭 짜임새 있는 계획 속에서 여행을 떠나시길 바랍니다. 그렇지 않으면 심신이 고달프다는 사실 기억하십시요.


                 로그인 필요 없으니, 추천 버튼 꾸욱~ 눌러 주세요. 더 좋은 글로 보답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