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탕 열광하는 초등딸, 씁쓸한 이유는

요즘 초, 중등 아이들이 그렇게 마라탕을 즐겨 먹는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과연 그 맛을 내 딸도 좋아할까? 의구심만 가득!! 

언제부터인가 ...

엄마, 나도 마라탕 먹고 싶어.. 내 친구들은 1.5단계 먹는데... 나도 먹고 싶어...

 

그렇게 매일 매일 마라탕 타령 시작!!

결국 기회가 생겨 딸과 함께 마라탕을 먹게 되었어요. 

제 예상대로, 야채는 하나도 안 넣고, 햄, 어묵, 각종 면만 가득 넣는 딸!!  저는 국물 맛을 위해

얼른 보이는 대로 팽이버섯, 고수, 청경채, 배추를 넣었는데.. 입술을 삐쭉거리며 째려보네요.

 

 

가격은 대략 7000원!! 

그렇게 초등딸의 마라탕의 첫 경험은 시작되었습니다. 

빠알간 국물에 동동 뜬 재료들이 들어 간 마라탕 한 그릇이 딸에게 전달되는 순간, 맛있다며 정말 순삭하더라고요. 이미 먹어 본 언니 오빠들은 다들 만원이 넘었는데, 처음 재료를 담은 딸은 7천원대이니 양이 다를 수 밖에요. 딸은 너무 양이 작다며 아쉬워 했고요, 다행히 양이 너무 많은 언니 마라탕을 나눠 먹었어요. 

저는 그렇게 마라탕이 먹고 싶었던 딸에게 소감을 물었는데...하는 말은??

엄마, 난 마라탕에서 팽이버섯이 제일 맛있었어!!  엥(??)

다음에는 팽이버섯 많이 넣어서 8000원 넘게 먹을래!!

이게 무슨... 마라탕을 통해 팽이버섯의 맛을 알게 된 것이 웃기면서도 다행인건지 ㅎㅎ

 

펭이버섯의 맛을 알게 된 딸

 

주말에 마라탕 식당에 가 보면, 줄을 설 정도로 인기가 엄청나네요.

초중등 자녀를 둔 가족, 연인 혹은 젊은 부부, 초중고 학생들끼리 마라탕 먹고 있는 모습을 아주 쉽게 볼 수 있어요.

도대체 왜 그리 마라탕이 인기가 있을까 생각해 보면..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요. 소셜 미디어를 통한 마라탕 먹는 유명 인플루언서들의 먹방, 다양한 음식 문화를 추구하는 MZ 취향 저격, 남들이 하면 나도 해야 하는 분위기에 아주 쉽게 빠져드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성향!! 

 

초등 딸은 왜 마라탕을 먹고 싶었는지 물어봤더니..??

1. 유행하니까   2. 재료 담는 재미   3. 맛도 궁금

초중등 아이들끼리 먹는 마라탕

 

그런데 저는 그 보다도 "한국인들의 매운 맛 중독성이 마라탕의 맛"과 통한 것이 아닌가 싶어요. 

제가 영국에서 약 7년 정도 산 후에 귀국해서 느낀 점 중에 하나가 매운 맛이 극단적으로 변했다는 것이었어요. 엽기 떡볶기가 그 중심에 있을 정도로, 비슷한 류의 떡볶기 브랜드들의 맛도 하나같이 다 매운맛이 특징이고요. 라면도 점점 다양한 매운맛이 출시되고 있는 것이 한편으로는 매운 맛을 즐기는 MZ 세대들의 취향을 반영하긴 하지만요, 다른 한편으로는 장기적인 불황이 계속되면서 매운 맛의 강도가 점점 세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렇게 마라탕처럼 향이 강하고 매운 맛의 음식들이 유행하는 것이 참 씁쓸하게 느껴집니다. 간단하게 그저 한 때 유행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겠지만요, 다들 아시다시피 매운 음식은 힘들거나 스트레스를 풀고 싶을 때 먹는 경향이 높기 때문에 마라탕이 요즘 어린 세대들에게 인기가 높다는 점은 우려가 되기도 한답니다. 더군다나 건강에도 그리 좋지 만은 않은 칼로리 폭탄 음식이기도 하니까요. 

 

마라탕 모르는 할머니를 위해 초등딸이 그린 그림

 

중국 내에서도 마라탕은 정크푸드로 인식하고 있다고 해요. 특히 우려스러운 점은 농약에 쩌든 채소들이 마라탕의 주재료라는 것이지요. 최근 목이버섯에 잔류 농약이 치명적이라는 뉴스도 있어서 그런지, 마라탕을 먹을 때에 목이버섯은 절대 넣지 말라고 당부 하면서도 마라탕은 인기는 멈출 줄 모르고 고공행진 중입니다. 

우리 딸 또 마라탕 먹으러 가고 싶데요. 7세 아들도요!! 저도 종종 먹고 싶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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