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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영국 귀양살이 seasno 1 (2010-2014)/영국 교육

영국 교육은 안전 불감증이 없다, 한국은 왜

by 영국품절녀 2013. 7. 20.

 

정말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해병대 캠프에서 고교생 5명이 실종이 되었다는 소식을 접한 저는 그저 말문이 막혔습니다. 힘들게 다 키워놓은 소중한 자식을 그것도 어이없는 사고로 잃다니요. 게다가 예정된 사고였으니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자격 조차 없는 교관들, 해상 사고 무 보험, 상황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적절한 안전 사고 관리를 하지 않은 등... 그 지역은 우리 아이들을 죽음에 내 몬 일부 몰지각하고 사악한 어른들이 벌인 충격과 공포의 살인 현장이었습니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 저는 미성년자들의 야외 활동 등에 대해 상당히 신경을 쓰는 영국 안전 사고 방지 관리 실태에 대해 다시 한 번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써 보도록 말씀 드려 보도록 할게요.

 

제가 작년 9월에 직장에 들어가자마자, 신입 교직원으로서 약 한달 동안 Safeguarding and welfare 라는 안전 및 복리 교육을 매 주 두 시간씩 받았습니다. 게다가 교육에 참가한 시간까지도 계산되어 페이가 지급되었지요. 주된 내용은 (미성년자) 학생들의 실내/외 교육 및 생활과 관련된 안전 사고 방지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학교 이메일로 일주일에 한 두 번씩은 안전 교육과 관련된 지침서 및 메뉴얼이 전달되었지요. 그 내용이 얼마나 많은지 저는 정말 그저 놀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런 교육을 처음 접해서 그런지 별로 중요시 여기지 않았던 것 같아요. 안전 교육과 관련한 메일 자체도 몇 번 열어보지도 않았고요. 그런 것들은 그저 형식적인 것이라고 치부해 버린 것 같아요. 한국에서 학교는 아니었지만 사설 기관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때에 그런 안전 교육에 관한 지침서는 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었으니까요.

 

그러던 어느 날, 뭔가 급하다(urgent)는 표시로 된 이메일이 도착했습니다. 열어보니 전에 보낸 지침서를 다 읽었다는 답메일을 왜 안 보내냐는 거였어요. 저는 순간 깜짝 놀라서 그것을 보았는데요,

A4 용지로 14장이나 되는 "Guidance for Safer Working Practice for Adults who work with Children and Young People in Education Settings (2009) " 였습니다. 거기에는 학생들을 위한 안전 교육 및 SNS 규칙, 응급처치, 스포츠 및 야외 활동, 처벌과 보상 등과 관련한 내용들이 적혀 있었지요.

 

사실 지침서를 다 안 읽고도 그냥 읽었다고 메일을 보내도 상관이 없긴 합니다만, 저는 정독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통독을 한 후에 메일을 보냈지요. 그 후로도 계속해서 안전 교육과 관련된 지침서는 매 주 이메일로 발송되었습니다.

 

그렇게 약 한 달간, 지침서 리딩 확인 및 안전 교육이 끝이 났어요. 그리고는 이메일로 안전 교육 온라인 시험있다는 메일을 받았습니다. 그것은 지금까지 훈련한 내용이 요약되어 있는 PPT 자료를 읽고 난 후에, 안전 교육 4개 부문에서 출제되는 10~20개 이상의 질문에 답을 해야 하는 거였어요. 앞의 수많은 지침서들의 내용 중에 몇 개씩만 골라서 문제가 나오는데, 전 속으로 '뭐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기도 하면서 귀찮은 거에요. 하지만 전 직원의 필수 과정이었으므로, 어쩔 수 없이 문제를 풀었습니다. 그래도 지침서에 답이 다 나와 있었으므로 찾는데 시간이 좀 걸릴 뿐이지 크게 어렵지는 않았어요.

 

 

(source)

 

하지만.... 저를 참 당혹스럽게 만든 것은 최종 시험이었습니다.

앞의 단계들은 좀 틀려도 통과가 되었는데, 마지막 최종 시험은 정답률 70% 이상이 넘지 않으면 다시 재시험을 봐야 하는 거였어요. 저는 그저 상식선에서 풀면 되겠지하면서 별로 어렵지 않게 제 생각대로 문제를 풀었습니다. 문제는 대부분이 실제 안전 사고에 대해 어떻게 효과적으로 적절하게 대처하는지를 찾는 거였어요.

  

20개의 문제를 다 풀고 난 점수~~ 60% 로 Fail~

 

다시 재시험을 봐야 했습니다. 순간 멍해지더군요. '뭐가 문제지??' 오답을 제외하고 정말 이것만큼은 답이 아닐 거야 라고 했던 것들이 다 답이었어요. 알고보니 저는 한국식 안전 불감증을 가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저 이 정도는 대충 넘어가도 될 거야, 별로 문제 될 것도 없는 것 같아... 이렇게요. 하지만 영국인 사고로는 아주 작고 단순한 문제들도 아주 심각하고 철저하게 여긴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그 중에 한 문제가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10명의 어린 학생들이 야외 활동을 하기로 한 날, 당일 아침에 보니 학교에는 안전 장비(옷)가 5개가 전부라고 한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이냐?

1. 야외 활동을 취소한다.
2. 안전 장비 5개만 챙긴 후, 야외 활동을 한다.
3. 어떻게 해야 할지 교장 선생님에게 물어본다.

4번째도 있었던 것 같은데 생각이 잘 안나네요. 아무튼 이런 문제가 나왔어요. 여러분들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2,3번에서 헷갈렸어요, 1번은 전혀 아니라고 아예 제쳐두었지요. 설마 안전 장비 옷이 없다고 해서 야외 활동을 취소할까 싶었거든요.

역시나 답은 1번이었습니다. 

 

영국 학교 및 교회, 단체 등에서는 미성년자들의 안전 사고에 상당한 신경을 쓰는 것 같습니다. 이를 테면 길거리에서 본 초등학생들이 줄을 서서 지나갈 때에도 아이 열댓명 정도에 어른들이 4~5명 정도가 꼭 붙는 것을 봅니다. 또한 아이들은 다들 안전 장비가 된 옷(Safety Vest: 눈에 확 띌 수 있는 형광 자켓 혹은 조끼)을 입고 있어요.

 

 

(출처: Advanced Safety)

 

참, 15세 이하의 학생들을 보호 및 관리하는 직업은 무조건 Criminal Records Bureau (CRB)라는 범죄 기록 여부를 확인 받아야 합니다. 1997년에 제정되어, 2002년 부터 시행되었다고 하는데요, 아이들을 보호하려는 목적에서 만들어진 것으로서, 영국인 혹은 외국인을 막론하고 받아야 합니다. 이것이 없으면 절대로 어린 아이들의 교육 및 관리와 관련된 곳의 취업은 불가능합니다. 이것을 받을 때에는 무조건 신용이 확실한 현지인의 보증이 필요하지요.

 

이번 사건만 봐도 자격증도 없는 사람들을 교관으로 사용하였고, 미성년자들을 교육 및 훈련시키는 곳에 안전 장치 및 관리도 전혀 없는 등 짝퉁 해병대 캠프라는 것이 주목할만 합니다. 제가 영국에서 안전 교육을 직접 받으면서 느낀 것은 얼마나 철저하게 소중한 어린 자녀들의 안전과 복리를 고려하느냐의 여부였습니다. 현재 영국에서는 필수적으로 어린 학생들과 관련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다들 이 안전 교육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고 하네요. 이번 사건으로 인해 하루 빨리 어린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교육은 물론이고 사교육 기관까지도 확실한 안전 사고 방지 교육 및 훈련이 교사들 및 직원들에게 뒷받침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번 해병대 캠프 사고로 인해 고인이 된 학생들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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