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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영국 귀양살이 seasno 1 (2010-2014)/영국 교육

영국 대학교의 시험 기간, 이렇게 힘들 줄이야

by 영국품절녀 2012. 5. 18.



영국 대학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겠지만, 현재 많은 영국 대학생들이 학기 말 시험 중에 있습니다. 영국의 학기 시스템은 한국과는 사뭇 다릅니다. 학교마다 시기가 좀 다르지만, 보통 학기가 9~10월에 시작해서 6~7월에 끝이 납니다. 특히 금년은 6월에 여왕의 왕위 즉위 60주년 기념일이 있기 때문인지 일부 학교들은 서둘러 5월에 학기 말 시험을 다 끝낸다고 하네요.

 

영국은 중간고사없이 학기 말 시험만 있어서인지 1년 동안 배운 내용을 한꺼번에 준비하는 학생들의 부담감이 상당히 큽니다. 비록 시험이 학기 말에 한 번 있다고 해서 학기 중이 결코 널널하지는 않습니다. 학기 중에는 개인 (그룹) 프리젠테이션, Quiz (쪽지 시험), 과목당 에세이(약 1,500~ 4,000자)까지 써야합니다. 이번에 영국 대학 법대에 입학한 한국인 학생을 만났는데, "정말 죽을 것 같아요" 라고 하더군요. 시험도 단 몇일 만에 딱 끝나는 것이 아니라 보통 약 2주 동안 보기 때문인지 더욱 지치는 것 같아요. 사실 영국 대학 1학년 생들은 단순히 Pass (70점 만점에 40점 이상)만 해도 2학년 진학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학과에 따라 나중에 취업을 위해서는 적어도 2:1 (60점 이상)이상이 되어야 한다고 해서, 요즘 1학년생들은 시험 성적에 엄청 신경을 쓴다고 하네요. 그래서인지 1학년인데도 불구하고 시험 성적에 불만을 갖고 담당 교수에게 이메일을 보내는 비율이 엄청 증가했다고 합니다.

 

영국 대학교들도 시험 기간만큼은 학생들이 시험 준비를 잘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어떤 학교에서는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위해 시험기간 동안 학교 기숙사에서 소리를 지르거나 타인의 공부를 방해하는 소음을 내는 학생에게는 벌금 100파운드를 물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도서관은 24시간 개방과 함께 버스가 끓기는 시간인 늦은 밤에서 새벽에도 학교에서 시내까지 운행하는 버스를 대절하여 학생들의 편의를 제공하고 있고요.

 

신랑을 따라 학교에 가 보면, 시험 기간 때문인지 학생들의 몰골이 말이 아닙니다. 제 주변에 있는 한국인 학생들도 시험 스트레스가 얼마나 심한지 변비, 두통 등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엄격한 학사 과정으로 유명한 대학을 나온 한국인 석사생도 고 3 이후로 이렇게 공부를 열심히 한 적이 없었다네요. 즉, 영국인도 힘들어하는 시험 기간이 외국인들에게는 피가 마르는 시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다행히도 전 석사 시절에 시험이 없이 에세이만 있었던 지라, 시험의 고통을 직접적으로 알 수 는 없지만요, 주변의 학생들의 이야기만 들어봐도 제가 몸서리가 쳐지곤 하네요.

 

이렇게 힘든 시험 기간에 영국인들이 입에 달고 사는 음료가 있습니다. 바로 카페인이 다량 함유된 에너지 음료입니다. 즉, 한국인에게 박카스라면, 영국인에게는 레드불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요즘 학교 캠퍼스 내에 있는 상점에 가 보면, 점원들이 항시 에너지 음료 채우기에 분주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계산을 하기 위해 기다리는 학생들의 손에는  레드 불이 2~3개씩 들려 있습니다. 그 모습을 보니, 저도 석사 시절 에세이 제출이 다가올때마다 잠을 쫓기위해 레드 불을 마시면서 에세이를 썼던 기억이 새록새록 났습니다. 레드 불과 같은 에너지 음료를 마시면, 잠은 안 오지만 몽롱한 상태가 계속되어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아요. 하지만, 시험 기간에 깨어있어야 하는 학생들에게는 이런 에너지 음료는 특효약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또한, 학생들은 시험 기간에는 요리할 시간도 아깝기 때문에 햄버거, 피자, 인스턴드 식품 등 쉽고 빨리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을 선호합니다. 저도 에세이 제출 날짜가 돌아오는 주에는 거의 매일 외식을 하거나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라면을 끓여 먹었거든요. 특히 동양인 학생들은 쉽고 빨리 먹을 수 있는 컵라면을 선호합니다. 얼마 전에 학교 매점에 갔더니 컵라면이 거의 동이 났더군요. 아마도 중국 학생들이 다 사가지고 간 것이 아닐까 싶어요. (왜냐하면 중국 컵 라면이 품절이었거든요.)

 

 

그런데, 밤잠을 안 자고 시험 준비를 한 일부 학생들에게 날벼락이 떨어졌답니다. 신랑에게 도착한 학교 메일을 보다가 저와 신랑은 깜짝 놀라고 말았어요.

 

이메일 내용을 요약하자면요.

오늘 아침에 시행될 예정이었던 학교 시험 중 6개의 시험이 취소가 되었다, 그 이유는 우리 대학에 이메일을 통한 폭파 협박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주에 영국 전 역에 있는 많은 대학도 이런 비슷한 폭탄 위협을 받았다고 한다. 현재 모든 대학들에서는 예정대로 시험이 치뤄지고 있다. 오늘 아침에 시험이 취소된 학생들은 곧 이메일 통보가 있을 테니 기다리길 바란다.

 

빡센~ 시험 때문에 심신이 지친 학생들에게 이메일 폭탄 협박으로 인해 시험까지 연기되었으니 정말 환장할 노릇이지요. 원래 시간이 점점 갈수록 시험의 스트레스는 가중되잖아요. 하루 빨리 아무 일 없이 시험 일정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어 학생들이 마음 편하게 시험에 임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참, BBC 기사를 보니, 시험 중에 꼭 생수통을 갖고 들어가야 한다고 합니다. 시험 중에 물을 마시는 것이 시험 성적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고 하네요. (꼭 생수통 챙겨서 들어가세요.)

현재 영국 대학 재학 중인 한국 학생 여러분, 힘들겠지만 끝까지 시험 잘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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