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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영국 귀양살이 seasno 1 (2010-2014)/영국 교육

한국인은 부러워, 영국 대학의 장점 세가지

by 영국품절녀 2012. 6. 27.



지난 9월부터 영국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니 느끼는 점도 많고 저 스스로도 배운 점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짧다고는 할 수 없는 1년 동안 대학에서 영국 및 외국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니 한국 대학에서 겪지 못했던 것들을 경험할 수 있었네요.

 

지난 1년 동안 대학에서 강의를 하면서 느낀 것을 몇 자 끄적여 볼까 합니다.

 

1. 장애인 및 약자에 대한 배려

 

가장 인상 깊었던 것 중 하나가, "장애인 및 약자에 대한 배려"입니다. 학과로부터 어느 날 이메일을 받았는데, 첨부파일에는 학과 재학생 중에서 장애를 앓거나 현재 병원치료를 받고 있는 학생들의 명단이 들어 있었습니다. 저는 학생의 프라이버시를 공개한다는 것에 대해 약간 거부감이 들었던 것은 사실이었지만, 달리 생각해 보니 교수 및 강사들로 하여금 학생들의 상황을 보다 정확하게 이해시켜 그 학생들에게 불이익이 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네요.  또한 교수와 학생들 사이에 신뢰가 있기 때문에 그렇기도 하겠죠. 한편 "언어 장애가 있는 학생"을 위해, 대학에서는 도우미에게 모든 강의와 세미나를 워드로 작성해서 그 학생의 학업수행에 불편함이 없도록 하는 것 역시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출처: Google Image) 

 

2. 공정한 채점 기준

 

다음으로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이 "공정한 채점 기준"입니다. 학기 시작하기 전에 교수 및 박사과정 학생들이 모여 채점 기준에 대해 논의 말이 좋아 논의이지 뭐 교수들이 이렇게 하라는 통보였죠 - 했습니다. 특히 학부 1학년의 수업은 교수가 대 강의실에서 강의를 1시간 하고 박사과정 학생들이 15명 내외의 소그룹 세미나를 이끕니다. 따라서 전공 필수인 경우 한 과목 당 3~4명의 세미나 리더들이 있었는데요, 이들이 각각, 학생들의 페이퍼를 채점하다 보니, 공정성 문제가 당연히 나타날 수 있겠지요.  이를 위해 일종의 학과에서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출처: Google Image)

 

사실 이것은 영국의 대학 교육 시스템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네요제가 교직 영국은 대학 교수를 하려면 교직이수 학위가 필요합니다 - 을 하면서 영국의 대학 제도에 대해서 알아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제가 가르치는 정치학, 즉 사회과학의 경우 영국에서는 Evidence Based Teaching (근거에 기반한 교수법)를 통해 지도하도록 하는데요. 학부 수준에서는 어설픈 추론이나 자신의 개인 생각의 전개가 아닌 보다 명백한 근거를 바탕으로 학생들이 자신의 논지를 전개할 수 있도록 합니다.

 

그러고 보니 교직 교수가 그러더군요.

A 대학에서 70점 받은 페이퍼는 다른 B 대학에서도 70점을 받아야만 합니다.

(참고로 영국에서는 70점이면 A학점입니다.)

 

 

 

앞서 언급한 것과 일맥 상통한 내용일 텐데요, "채점자와 학생의 관점의 차이"는 채점에서의 고려사항이 아니라는 겁니다. 논리적이며 충분한 근거를 바탕으로 자신의 논지를 전개한 페이퍼라고 한다면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는 것이지요. 교수의 의견이나 관점에 거역하기 힘든 한국 대학의 풍토와는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 그러한 한국 대학 풍토가 딱히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냥 그렇다는 것이지요.)

 

3.  대학 공부를 돕는 다양한 코스 제공

 

마지막으로 학과 전공 외에 "학교에서 제공되는 다양한 코스들" 있겠네요. 저도 박사 1년차 때 종종 참석해 보았는데 훌륭하다고 밖에 할 수 없더군요. 이를테면 에세이 페이퍼 작성 방법, 표절 피하는 방법, 프리젠테이션 준비 및 실전, 기말 고사 준비 등등 학생들이 어려워 할 수 있는 대학 공부 방법을 체계적으로 익힐 수 있도록 합니다. 제가 한국에서 대학 다닐 때에는, 딱히 페이퍼 작성 요령이라든가, 공부 방법(Study Skills)에 대해서 배운 것 같지 않네요. 그냥 스스로 적응했던 것 같습니다. 특히 외국인 유학생의 경우에는 전공 수업 뿐 아니라 과제도 낯설기 마련인데요,  이러한 추가 수업들은 확실히 대학 생활을 빠르게 적응하도록 돕는 효과도 낼 수 있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저도 1학년 세미나에 들어가면 - 특히 외국인 학생들에게 - 이러한 수업을 들으라고 독려했네요. (물론 몇 명이나 제 말을 들었는지는 알 수 없어요. ㅎㅎ)

 

 

                                                                  

                                                                           (출처: Google Image)

 

이렇게 쓰다 보니 영국 대학을 찬양하는 것처럼 되어 버렸네요. 사실 불편한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별로 필요도 없어 보이는 서류 작성도 할 게 너무 많아서 짜증날 때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지난 1년 동안 겪어 본 영국 대학 교육은 교육의 질이 확실히 보장된다는 점이었습니다. 특히 약자에 대한 배려가 대학 사회 내에서 합의되어 있고, 대학의 공정한 점수 산정 및 대학 공부를 위한 다양한 코스 제공이 영국 교육을 뒷받침하는 힘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영국 품절녀님은 이번 주에는 시간이 없으시답니다.

제 글에 호응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재미는 별로 없지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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