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는 날씨도 춥고 할 것도 많고 해서 신랑 연구실로 함께 통학을 했어요. 매일 학교에 수업이 없어도 연구실 불 켜고 들어가서 불 끄고 나오는 신랑인지라, 신랑 절친 영국 친구는 "나랑 OO은 아예 여기서 살고 있다"고 농담삼아 말했답니다. 다음날 미국인 여학생은 신랑에게 "이제는 부인까지 여기에 와 있다" 면서 웃더래요. 오래간 만에 대학 캠퍼스를 거닐고, 학생 식당에서 밥도 먹으니, 잠시 대학생이 된 기분이 들었어요.
지난 화요일 오후 늦게 저희는 할 일을 마치고, 연구실에서 나와 학교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지요.
맞은 편에서 어떤 동양인 남학생이 저희를 보자마자 걸어 오는 거에요. (신랑이 아는 한국인 학생인가 보네.)
신랑 앞에 딱 서더니, 쓰고 있던 야구 모자를 벗으면서 90도로 인사를 넙죽 하면서 이렇게 말하는 거에요.
남학생: "안녕하십니까, 형님" (어쩜, 예의가 참 바른 한국인 학생이네...)
신랑: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응.. 잘 지내?
그 남학생과 헤어진 후 저는 신랑에게 물었어요.
"처음 보는 한국인인데, 누구야?"
신랑의 대답에 전 빵~ 터졌답니다.
"방금 그 애 중국인이야~~"
신랑에게 말을 들어보니, 친하게 지내는 한국 석사생을 통해 알게 된 그 남학생은 중국인이고, 여기서 경제학 석사 과정에 있다고 합니다. 아마도 중국인 학생은 한국인 친구가 울 신랑에게 인사를 꼬박꼬박하는 모습을 보고 인상이 깊었나 봅니다.
외모도 한국인처럼 보이는데다가, 정중하게, 그것도 완전한 한국 발음으로~
"안녕하십니까, 형님"
이러니, 제가 한국 사람으로 착각할 수 밖에 없었지요.
중국인 학생이 이렇게 90도로 인사를 했어요. (출처: MBC)
그런데, 더 재미있는 것은, 왜 "형"이라고 하지 않고 "형님"이라고 할까요?
무슨 조폭 인사법에 중국인에게 형님 소리까지 듣고 있는 신랑에게 이유를 물었지요.
신랑이 말하길, 부산 사람들은 선후배 사이에서 "형"보다도 "형님"이란 말을 보통 쓴다고 하네요.
그런데 그 한국인 석사생이 울 신랑과 같은 부산 출신이다 보니 "형님," "형님" 이라고 부르는 소리를 듣고, 그 중국인도 "형"이 아닌 "형님"이란 말을 배운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한국의 일부 남자 대학생들처럼 꼭 야구 모자를 쓰고 다닌다고 해요. 왜냐하면, 보통 중국 젊은이들은 모자를 잘 쓰지 않거든요. 즉, 한국인처럼 보이고 싶은 행동 중의 하나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신랑은 위의 사연을 한국 석사생에게 전했더니, 그 부산 출신 한국 석사생의 반응
"그 애 한국인처럼 보였다는 말 들으면 굉장히 좋아할 겁니다."
딱히 한국 드라마나 음악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라고 하는데, 왜 한국인처럼 보이고 싶은 것일까요?
아니면 그저 한국이 좋은 예의 바른(?) 중국 대학생일까요?
아무튼 한국인처럼 보이고 싶은 중국인 학생 덕분에 유쾌한 하교길이었습니다.
'품절녀의 영국 귀양살이 seasno 1 (2010-2014) > 유럽 한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국인의 마음 단숨에 사로 잡은 한국식 인사법 (38) | 2012.02.24 |
---|---|
한류 인기, 유럽 여대생이 한국 남자 보는 뜨거운 시선 (92) | 2012.02.21 |
영국 대학에서 중국 학생에게 조폭인사를 받다니 (31) | 2012.02.18 |
영국 대학에서 한국 예비역의 본능, 순간 폭발 (16) | 2012.02.14 |
김치를 처음 알게 된 영국 할머니들의 반응이 아쉬워 (43) | 2011.10.26 |
한국 반찬 '장조림'에 훅 간 유럽 친구들의 사연은 (25) | 2011.09.02 |
한국인의 자랑스러운 면모인가요...ㅎㅎㅎ;
답글
예의 바른 한국청년인줄 알았는데 ㅎㅎ
중국청년이여꾼요.ㅎㅎ여기서도 한류가....
그래도 기분은 좋아질 것 같습니다.
즐거운 주말되세요.
답글
저도 부산사람이라 그런지 형님을 곧잘 쓰곤 합니다 ^^;
그렇다고 90도 인사를 하진 않고요~ ㅋㅋ
주말 잘 보내십시요
답글
좀 당황스러웠을 것 같아요.
착각할 수밖에 없겠는걸요.
즐거운 하루 되세요.
답글
아 저도 이상하게 '형님' 소리 잘합니다.
한국의 독특한 문화라고 하기엔,,,ㅋㅋ
답글
예의 바른 중국학생이네요.
형이라 하지 않고 형님이라고 하니...
90도 인사도 그렇고...
기분 좋았으니 다행입니다.
답글
비밀댓글입니다
답글
남편이 부산분이시군요. 반가워요.
오늘 우리 큰 딸 영국유학 위해 아이엘에이치인가 하는 시험 치러 갔습니다.
도달 목표는 5.5인데 요즘 테스트하면 6.5도 나온다며 화이팅 하고 갔습니다.
답글
ㅎㅎ 즐거운 하교길이네요...ㅎㅎㅎ
답글
ㅎㅎ 한국인처럼 보이고 싶었던가 봐요 ^^
잘보고 갑니다
답글
이것도 한류 영향인가봅니다. 한국 영화나 드라마가 좋으니,
한국사람이 좋아보이는게 아닐까요.^^
답글
재미 있게 읽고 보니,,,
우리 나라 습관을 따라하는 중국인이 더 재미 있는데요,
답글
맞아요, 부산에선 형님, 행님~~~ 이렇게 부르죠^^
참 웃습니당, 괜스레 정겹기도 하구요.
답글
기분 아주 좋으셨겠어요 신기하기도 하구요~
답글
아..부산에서는 형님이라고 많이 하는군요.
한류인기가 보이는 멋진글입니다 ㅎㅎ
답글
아무튼 기분 좋은 일이네요.
한국을 좋아하고
인사성도 바른 중국인이군요.
휴일 잘 보내세요.
답글
학생때 남자들은 형님, 여자들은 자기야라고 부르라고 했었다죠....ㅋ
답글
zzz 너무 재밌습니다.
중국사람들 어디가나 한국말 몇마디는 꼭 연습하더라구요^^
답글
재밌네요. 근데 왜 한국인처럼 보이고 싶어하는걸까요? 자기 나라가 한국보다는 덜 자랑스러운 걸 까요? ㅎㅎ
답글
한국인처럼 보이고 싶어서 모자를 쓴다라는 발상이 참 웃기고 기막히고 피식ㅋㅋㅋ
음... 노란색 염색한 나는 서양인처럼 보이고 싶은건가??
언제부터 모자 뒤집어 쓰면 한국인 패션이
된거지??
이거저거 다 한국꺼라고 생각하시나?
정말 질 낮은 생각과 사고방식을 가진
자기자신 좀 되돌아 봣으면 합니다.
에휴...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