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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영국 귀양살이 seasno 1 (2010-2014)/영국 교육

영국 대학 입학 후회하는 한국인, 도대체 왜?

by 영국품절녀 2012. 11. 23.



안녕하세요?

영국품절남입니다.

 

오늘은 영국으로 유학와서 고생하는 학부생들의 이야기입니다.

얼마 전에 만난 올해 영국 대학교에 입학한 한국 학생이 이렇게 말을 합니다.

 

저 그냥 한국에서 대학 갈 걸 그랬나 봐요.

영국 대학 공부 너무 힘들어요.

 

당연히 힘들겠지요. 영국인들보다 영어라는 장벽이 하나 더 있으니까요. 그런데 영어 자체만이 문제는 아닙니다. 한국에서 학부를 나온 제가 보기에도 영국 학부생들의 대학 공부와 비교하니, 저는 정말 한국에서 대학을 쉽고 편하게 다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영국의 대학 공부가 왜 힘든지 알아 볼게요.

 

1. 외국인 학생에게 가장 큰 난관인 "에세이"


우선 영국 대학생들은 한국 대학의 레포트와는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로 상당한 양의 에세이를 작성해야 합니다. 한국 레포트는 정리 잘하고 자신의 의견을 적절하게 논의하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지요. 사실 조금만 노력하면 적어도 B 이상은 받을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영국의 에세이는 일단 분량 (3000자) 부터 사람을 힘들게 하는데, 문제는 분량 자체가 중요한 것도 아니라는 것이죠. 즉 '글자수만 채워 넣으면 되겠지' 라는 생각은 일찌감치 버려야 합니다. 일단 질문에 대한 대답을 잘 해야 하는데 질문 자체도 까다롭기 그지 없지요.  외국 학생들은 말할 것도 없이, 영국인들도 에세이 질문 자체를 이해하지 못해 교수에게 메일을 보내거나, 직접 찾아 가기도 합니다.

 

거기다가 에세이 질문에 대한 답, 다시 말해서 결론을 도출하기 위한 논의(argue)가 어떻게 이루어졌느냐 역시 중요합니다그러니 관련된 책이나 논문을 충분히 읽지 않으면 도저히 손도 댈 수 없습니다. 웬만큼 노력해서 써야 60 (B) 이상이 나오고 70 (A) 이상 받으려면 엄청난 수고가 요구됩니다. 작년에 어떤 과목의 1학년 학생들의 점수를 보니까 70점 이상 받은 학생들이 10%도 안 되는 것 같더군요. 따라서 한국 대학에 비해 영국 대학에서는 A를 받는 학생들의 수가 현저히 낮습니다.

 

 

 

                  

              현재 영국 대학 학부생들은 에세이 쓰느라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출처: 구글 이미지)

 

 

2.  힘든 수업 준비


보통 영국 대학의 인문/사회 관련학과들은 강의와 세미나로 수업이 이루어집니다. 즉 학생들은 강의를 듣고 그 주제로 세미나에 참가하는 것이죠. 강의 자체야 그저 앉아서 들으면 되는 것이기에 크게 어려운 것이 없습니다. 교수에 따라서는 녹음하는 것을 허락하기 때문에 녹음하는 외국 학생들도 꽤 있죠.

 

문제는 세미나입니다. 주제별로 반드시 읽어가야 할 논문이나 책이 보통 3~4개가 되는데, 미리 읽어가지 않으면 세미나 시간에 한마디도 못하게 됩니다. 만에 하나 질문을 받았을 때 대답을 못하면 창피하기까지 합니다. 거기다가 세미나에 참석하는 친구들이 다들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거나, 예습을 철저하게 해 오기라도 하면 정말 세미나 시간이 더없이 고통스럽기까지 할 정도라고 하니까요. 그래서 세미나를 빠지는 학생들도 더러 있습니다만, 특히 출석 체크를 세미나 시간마다 하므로, 결석률이 높으면 학교에서 바로 편지가 갑니다. 그래도 결석이 많아지면 에세이의 내용이 아무리 훌륭하다고 하더라도 그 과목이 FAIL하게 됩니다. 일부 학생들 중에서는 출석에 게을리 하다가 전체적인 출석률이 나빠서 2학년으로 올라가지 못한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하니까요.

 

제가 아는 한국 학부생들은 카톡으로 한국에 있는 친구들과 대화를 할 때마다 종종 우울해 진다고 합니다. 친구들에게 "나 에세이 쓰느라 힘들어" 혹은 "오늘도 밤샜어" 라고 하소연을 하면 한국에서 대학 다니는 친구들은 이렇게 대꾸한답니다.

 

~ 넌 아직도 고3이냐불쌍하다

우린 홍대에서 노는 중~~

 

(이럴 때면 한국에서 편하게 대학 다닐 걸.. 후회가 확~ 밀려 온다네요 ㅎㅎ)

 

저 자신은 나름대로 대학 공부에 충실했다고 생각은 합니다. 레포트도 나름대로 정성스럽게 작성했고 시험공부도 안 한 것도 아니었으니까요. 그래도 영국 대학생들처럼 힘들게 공부한 기억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저는 영국에서 학부를 다니는 후배들에게 종종 말하곤 합니다.

 

이왕 비싼 학비 내고 여기까지 와서 고급 교육을 받는다고 생각하라고요.

이렇게 힘들게 공부하고 익혀 놓으면 다 써먹을 때가 있을 거라고요.

 

(제가 이런 말 할 자격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조금이나마 위안이라도 되었으면 하니까요.)

 

요즘 한국 대학생들도 학점 따랴, 좋은 스펙 쌓으랴 삶이 갈수록 치열해 지는 것 같습니다. 한국에 있다고 속이 절대 편하지는 않을 겁니. 어쨌든 모든 젊은이들이 힘냈으면 좋겠습니다. 유명한 영어 격언으로 마무리를 지어볼까 합니다.  Patience is bitter, but its fruit is sweet (인내는 쓰지만, 열매는 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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