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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품절녀 & 남 in UK/이슈가 되는 발칙한 주제들

영국 아동학대 대처법에 주목하자

by 영국품절녀 2015. 1. 21.

안녕하세요? 영국품절남입니다. 한 5년만에 겪는 한국의 겨울은 매섭기만 합니다. 주변 분들의 말을 들어보니 그래도 2년 전 겨울보다는 덜 춥다고 하더군요. 지난 주 날씨가 잠깐 따뜻해 졌을 때, 품절녀님과 함께 아기를 유모차에 태워 외출을 해봤는데요. 꽤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날씨가 더 따뜻해져 앞으로도 자주 그랬으면 좋겠더군요.

 

오늘은 "영국인들이 아동학대에 대처하는 방법" 에 대해 잠깐 소개시켜 드리고자 합니다.

 

작년부터 영국 언론 및 시민단체로부터 주목 받았던 영국의 법률 중에 소위 "신데렐라법" 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름에서 눈치를 채셨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동학대에 관한 법률입니다. 영국은 이미 19세기부터 법률을 통해 빈민구제 개정법 1868년 (한국은 이 때 고종 5년) 아동에 대한 적절한 안전과 보호를 의무화했고, 1933년에 제정된 '아동 및 청소년 법 (Children and Young Persons Act)' 은 어린이에 대한 학대 및 폭력을 엄격하게 제재하기 위한 첫 법률적 근거가 되어 왔습니다. 영국의 어린이들은 약 80년전부터 영국 정부로부터 법률적으로 보호를 받아 왔지요.

 

영국에서 살다 보니 과연 영국은 어린이들의 천국이라는 말이 실감이 날 정도로 복지와 지원이 잘 되어 있더군요. 그렇다고 해서 문제 있는 가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영국 교육부에서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여전히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의 수가 적지 않은 것 같으니까요.

 

출처: Department of Education, Characteristics of Children in Need in England, 2012-2013,

Statistical First Release, SFR45/2013, 6쪽

 

그런데 문제는 아동에 대한 물리적 체벌만이 아닙니다. 영국인들이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부분은 아동에 대한 방임 (neglect) 및 정서적 학대 (emotional abuse)이지요. 영국 교육부는 가정 내에서 이루어지는 물리적 체벌뿐 아니라 방임 및 정서적 학대가 어린이들의 교육과 성장을 침해하는 요인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소 극단적인 추산이겠지만, 잉글랜드에서만 약 150만명의 아동들이 이러한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고 합니다. 비록 영국의 학교 내에서 교사에 의한 체벌은 사라졌지만, 가정 폭력과 방임이 심각한 수준까지 올라왔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지 않을까 합니다.

 

따라서 영국의 정치인들과 시민단체들은 아동에 대한 학대의 범위를 넓혀, 새로운 법률을 제정하여 기존의 관련 법령  아동 및 청소년 법 (Children and Young Persons Act, 1933)을 보완하고자 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소위 "신데렐라법"이지요.

 

이 법령에 대해 다 소개시켜드릴 수는 없습니다만, 주목할 점이 한 가지가 있습니다.

이 법령은 아동에 대한 학대의 범주를 규정하는 용어로 기존의 불필요한 고통(unnecessary suffering) 대신 상해(harm)로 대체했습니다. 그런데 이 '상해' 는 물리적 폭력에 의한 것만이 아니라 정신적, 지능적, 감정적, 사회적 혹은 행동발달에 있어서 나타나는 모든 학대를 포함하는 것입니다. 즉, 아동에 대한 학대의 범위를 확장시킨 것이지요.

 

(출처: Google Image)

 

한편 영국 국내 정치권, 시민단체 및 학계에서는 정서적 방임까지 처벌한다는 조항 때문에 논란이 많은 듯 합니다. 옥스포드 브룩스대학의 사학과 교수는 "정서적 학대를 이유로 부모를 처벌하는 것 자체가 미지의 영역을 도전하는 것 (to jail parents for emotional neglect is anything but uncharted territory)" 이라고 할 정도였으니까요. 다시 말해, 정서적 학대의 기준을 법령으로 정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고 본 것이지요. 이를테면 유대인이나 이슬람교인들이 그들의 아들에게 할례를 행하는 것이나, 자녀들에게 종교 활동을 하라는 것 역시 어느 쪽에서는 아동 학대로 볼 수도 있지 않느냐는 반문이 나오니까요 (Frank Furedi 켄트대학 명예교수).

(본 글은 제가 작년 모 기관에 기고했던 글 중 일부를 발췌해서 정리한 것입니다)

 

아동폭력에 대한 전국민적 관심은 영국이나 한국이나 별 차이는 없겠지요. 다만 이러한 새 법령에 대한 영국 내 논란을 제쳐두고서도 신데렐라법은 우리에게 시사점을 줍니다. 아동에 대한 방임과 정서적 학대까지 아동학대로 보는 사회적 인식이 바로 그것입니다. 비판론자들의 지적처럼 과도한 법률 제정이 가정의 평화를 깨뜨릴 수 있는 역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의견 자체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아동보호에 있어 영국이 우리보다 훨씬 앞서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물론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어른들과 사회 전체가 아이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지극히 단순한 공감대가 확산되고 제도적인 장치 역시 마련되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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