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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품절녀 & 남 in UK/영국 품절남 글은 여기에

외국인이 김치를 좋아하게 된 이유는 다름아닌

by 영국품절녀 2014. 3. 30.

안녕하세요? 품절남입니다. 어제 포스팅에서는 영국 중학생들에게 한국 전쟁을 소개한 이야기를 다루었는데요, 댓글을 보고 느낀 점에 몇 가지 있었습니다. 그 중 한 가지가 어떤 분이 말씀해주신 것처럼 "살아있는 역사"에 대한 고민이었네요. 그런데 "살아있는" 이라는 말 자체가 무척 저에게는 도전으로 들립니다. 좀 더 고민을 해 봐야 할 것 같네요.

 

목요일에 강의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중국계 말레이시아 친구를 만난 이야기입니다. 이 친구와 저는 작년 여름에 같이 청소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약 세달 동안 꽤 친하게 지냈었지요. 이 친구는 현재 3학년 학생이며, 말레이시아에서 건설업을 하는 부유한 집안의 장남이어서 굳이 용돈이 궁하지도 않은데 일을 굉장히 열심히 하더군요. 주말에도 빈자리가 있으면 청소를 하러 다니더군요. 첫 인상부터가 "성실"한 친구였습니다.

 

이 친구와 제가 아르바이트 기간 동안 더 친하게 된 이유가 바로 "한국 음식" 때문입니다. 그 친구는 이미 말레이시아에 있을 때부터 한국 음식을 좋아했다고 합니다. 집 근처에 있는 한식 식당에 가서 불고기와 비빔밥을 종종 먹곤 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은 한국의 그 맵고 빨간 라면이 세계 최고의 라면이라면서 요즘도 종종 먹는다고 하더군요. 제가 김치도 좋아하냐고 묻자, 김치는 냄새가 너무 강해서 잘 먹지 않는다고 그랬습니다. 그랬던 친구였는데....

 

버스 안에서 저를 먼저 알아본 그 친구는 저를 자신의 옆자리에 앉혔습니다. 그리고 시작된 것이 끊임없는 그의 김치 예찬론이었습니다. 한국 음식은 좋아해도 김치를 잘 먹지 않았던 친구라는 생각이 들어서 어떻게 된 일이냐 물어보았더니 조금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저는 잘 기억나질 않은데, 제가 런던에 코리아 타운이 있다는 것을 알려줬던 모양입니다. 그 친구는 그 이후, 런던에 갈 때마다 코리아 타운인 뉴몰든의 한인 식당과 슈퍼마켓을 들른답니다. 그 곳에서 그 친구는 신세계를 경험한 것입니다.  코리아 타운의 식당이 아무래도 시내 중심가의 한인 식당보다 싸다 보니 비빔밥 이외의 여러 음식들을 시켜보면서 본격적인 한국 음식 탐구가 시작된 것이지요. 그러면서 요즘 "꼽힌" 음식은 바로 떡볶이와 김치찌개였습니다.

 

김치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그 친구였는데, 코리아 타운에서 경험해 본 김치찌개는 입에 맞았던 모양입니다. 그 후로는 한국 슈퍼마켓에 꼭 들러 김치를 한 무더기씩 사서 실어 나른다고 합니다. 그리고 매일 저녁 김치찌개를 해 먹는다고 하더군요. 다만 그 친구는 김치찌개를 맛있게 만들어 먹는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김치를 끓는 물에 끓이고 싱거우면 소금 양념을 하는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돼지고기를 넣어서 만드는 방법을 설명해 줬습니다. 요리에 소질이 있는 친구이다 보니 금방 알아듣더군요. 내친 김에 참치김치찌개 방법까지 가르쳐줬습니다.

 

(출처:위키피디아)

 

헤어지는 길에 김치가 필요하면 나누어 주겠다고 하자 반색을 하면서 조만간 저희 집에 꼭 들른답니다. 제가 약 3주전에 김치를 꽤 많이 담갔는데, 품절녀님이 김치냄새에 민감해지는 바람에 먹지도 못하고 냉장고에서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데 마침 잘 되었네요. 제가 요즘 김치 먹는 방법은 일단 품절녀님과 식사를 한 후에, 부엌문을 닫고 안에 들어가 김치를 몇 조각 먹는 것이 전부입니다. 아무래도 김치찌개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불쌍한(?) 친구에게 좀 나누어 줘야 할 것 같습니다.

 

지난 번에 소개한 영국 프로그램인 The Hairy Biker's Asian Adventure 에서도

한국 가정 집에서 직접 김치 담그는 모습을 보여 주었지요.

 

 

 

 

 

김치와 수육을 먹는 영국 남자 두명은 "So good"을 연발하면서

아주 맛있게 먹더군요.

 

 

그 친구는 헤어지면서 당당히 말합니다.

"김치는 건강 음식이야"

나트륨이 많으니 너무 많이 먹지는 말라고 충고를 하기는 했습니다만, 누가 한국인이고 누가 외국인지 말하는 저 스스로도 어리둥절해서 절로 웃음이 나오더군요. 전에 품절녀님과 함께 청소를 했던 말레이시아 친구들도 김치찌개와 김치 부침개를 매주 만들어 먹는다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ㅎㅎ

 

자국의 대표 음식은 또 하나의 자존심입니다. 한국 대표음식 중 하나는 두말할 것도 없이 "김치"일 것입니다. 서양인에게 김치는 아직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것 같습니다만, 아시아 이웃들에게 김치는 이제 대체로 환영 받는 음식이 된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우리 집 김치는 언제 다 먹을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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