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를 처음 본 것은 초음파 기기를 통해서였습니다. 그 때 한~참 동안 아기가 보이지 않아 내심 걱정을 했었는데, 어느 지점에 다다르자 조그만 올챙이, 팔 다리가 달린 것이 파닥파닥 움직이더군요. 사실 아이가 태어났을 때에는 정신이 없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기억이 나진 않습니다. 사진으로만 대략 기억할 뿐이지요. 그런데 초음파에서 본 그 때의 감격은 절대 잊지 못할 겁니다. 몇 달 후 딸인 것을 확인한 다음에는 '어떻게 생겼을까?' 라는 굉장한 호기심이 생기더군요.
저는 이왕이면 김연아 선수를 닮아 팔, 다리도 길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차피 저를 보면 쌍꺼풀도 없을 것 같고 제가 키에 비해 팔, 다리가 약간은 긴 편이기에 저의 그나마 있는 인자를 받으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은 했었지요.
막상 아기가 태어나 산후조리원에 2주간 있을 때에는 저는 애기가 하도 작아서 안는 것 조차 무섭더군요. 행여나 떨어뜨릴까 아이를 안을 때마다 긴장에 초긴장이었습니다.
(D+ 10) 똘망이 소리를 듣던 아기
그런데 아이가 모유를 먹으면서 폭풍성장을 하게 되면서, "김연아 선수처럼" 이란 저의 프로젝트는 온데간데 없고 ‘에고~ 이 애는 누굴 닮아서 이렇게 잘 먹을까?’ 라는 생각만 했습니다. 그만큼 잘 먹으니 얼굴을 포함한 온 몸에 살이 토실토실하게 붙더군요. 예방접종을 맞추러 병원에 갈때마다 몸무게는 상위 1%를 찍었습니다. 아기를 씻길 때 몸을 보면 보면, 거의 미쉐린 타이어를 방불케 하고요. 볼 살에 눈,코,입이 파묻히다 보니 아기 얼굴 때문에 별 얘기를 다 들었습니다.
(D+30) 먹다가 잠이 든 아기
(D+40) 한국 아기같지 않다라는 말을 들었을 당시~
(D+60) 한~ 인상하는 아기
“스모 선수 같다”
“몽골 추장 딸 같다”
(그럼 전 몽골 추장입니까? 추장이라니 나쁘지는 않습니다만)
(D+120) 토실토실한 다리 좀 보세요.
(D+160)
저희 아버지는 백일잔치 때 본 아기를 걱정하며, "소아비만으로 가는 것 아니냐?” "도대체 애를 어떻게 키우는 거냐?"라고 걱정하면서, 지인을 통해서 소아과 의사와 상담까지 끝내놓으셨더군요. 솔직히 전 차차 살 빠질 것이라곤 생각은 해서 심각하게 받아들이진 않았지만 내심 걱정은 되었습니다.
그런데 아기가 젖을 떼고 분유로 갈아타면서 급변이 일어났습니다. 아기 얼굴의 젓 살이 빠짐과 동시에 전체적으로 키도 커지게 된 것이지요. 그리고 보행기를 타기 시작하면서 활동 반경도 넓어지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운동도 됐나 봅니다.
(D+ 200) 저 좀 예뻐졌나요?
저 아들아니에요. 딸이라고요!!
그런데 잊었던 저의 ‘김연아 프로젝트’를 다시 고무시키는 행동을 아기가 하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어라운드 위고를 탈 때마다 ‘허리를 뒤로 젖히기’ 시작한 것이지요. 피겨스케이트 선수들이 잘하는 동작을 아기가 하기 시작한 것이지요. 저는 볼 때마다 “오~”를 연발합니다.
그래서 엊그제부터 저는 자기 전에 아기에게 유연성 운동을 시켜줍니다. 일명 "앞차기-옆차기-다리 찢기"로 이어지는 연습을 시키기 시작했습니다. 한 번에 10세트씩 2번 정도를 해 주는데, 아기가 싫어하지 않고 웃으면서 ‘적극(?)’ 호응해 주다 보니 시키는 저도 재미있습니다.
아직은 아기라서 몸이 굉장히 유연한 것 같습니다만, 꾸준히 해주려고 합니다. 아!!~ 아기에게 실제 피겨 스케이트를 시켜볼 생각은 없습니다. 1cm 안되었던 올챙이가 이제 어엿하게 나와 보행기를 씽씽 타고 달리고, 팔다리를 움직이는 것 자체에 종종 감격할 따름이지요.
요즘 귀여운척~ 이런 애교를 자주 보여주네요. ㅎㅎ
물론 아기와 같이 있다 보면 힘들 때가 더 많기는 합니다. 특히 아기와 하루 종일 같이 있는 품절녀님은 더 피곤하시겠지요. 그래도 어쨌든 저의 ‘김연아 프로젝트’는 쭈~욱 계속될 것입니다. 아직은 아기도 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것 같고, 여자나 남자나 뻣뻣한 것보단 유연한 게 좋은 것이니까요.
여러분의 공감 ♡은 큰 힘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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