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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품절녀 & 남 in UK/이슈가 되는 발칙한 주제들

임산부 며느리를 위한 시어머니의 추석 밥상

by 코니팀장 영국품절녀 2014. 9. 9.

올해 추석은 꽤 길고 빠른 편이라서 그런지 살짝 지루하면서 덥기까지 합니다. 며칠 전부터 오랜만에 추석을 한국에서 보낸다는 사실에 기분이 들뜨기도 했습니다. 바로 맛있는 추석 명절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기쁨 때문이었지요. 게다가 또 하나의 이유가 있습니다. 3주전에 산부인과 정기 검진을 갔더니 의사 선생님이 태아가 너무 말랐다고 하면서 추석에 음식 많이 먹고 잘 키워오라고 신신당부를 했거든요. 그래서 저는 그 동안 타지 생활하느라 잘 먹지 못했던 명절 음식을 다 먹으리라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추석만을 기다렸습니다.

 

추석 당일인 어제 저와 신랑은 시댁에 다녀왔습니다. 아침을 시부모님과 함께 하려고 일찍 서두르려고 했지만, 제가 요즘 출산이 가까워지면서 불면증이 생겼어요. 좀처럼 밤에 잠을 잘 수가 없네요. 신랑 역시 9월부터 강의를 나가면서 급 피곤함이 몰려 왔는지 못 일어나더라고요. 아무튼 부랴부랴 서둘러서 시댁에 도착했어요.

 

시어머니께서는 이미 저희들을 위한 추석 밥상을 이미 다 차려 놓으셨어요. 연세도 많으시고 거동도 불편하신데도 불구하고 4년만에 추석을 아들 내외와 함께 보낸다는 행복감에 음식을 준비하셨어요.

 

 

특히 제가 좋아하는 양념 게장과 어머니표 맛있는 겉절이 김치... 양념 게장은 직접 소래포구까지 가셔서 사오신 싱싱한 게로 만들었다고 하시네요. 겉절이 김치는 3일 전에 담그셨고요. 게다가 비싸서 쉽게 먹지 못한다는 보리 굴비까지... 저는 말로만 들었던 보리 굴비를 어제 처음 먹어 봤는데요, 정말 입에 착착~ 감기는 것이 입맛 없는 사람에게도 밥도둑이라고 할만 하더라고요.

 

저는 추석 밥상에 올라온 여러 음식들을 맛보느라 정신없이 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우고는... 좀 더 먹을까를 고민했지만.. 요즘 소화가 잘 안 되어 아쉽게도 수저를 놓아야한다는 이 상황이 아쉽기만 했어요. 이번 시어머니의 추석 밥상은 임산부인 저와 가족들의 건강을 위해 짜지도 맵지도 달게도 안 하시고 아주 담백하게 만들어 주셔서 꽤 과식을 했는데도 전혀 위에 부담이 없었습니다.

 

제가 설거지라도 도와드려야 하는데... 어머니께서 절대 못하게 하셔서 저는 그저 잘 먹고 쉬기만 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금방 점심 먹을 때가 왔는데... 어머니는 그 사이 잡채를 만들어 주셨어요. 음식을 후딱후딱~ 하시는 놀라운 능력이 있는 어머니의 모습에 저는 감탄을 하면서 점심을 또 맛있게 먹었습니다.

 

시부모님께서는 저에게 몸 조심하라고 당부하시면서 얼른 가라고 하시네요. 저희는 맛있고 사랑과 정성이 듬뿍 담긴 어머니의 추석 밥상을 잘 받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돌아오는 내내 저희는 추석 음식 준비하시느라 어머니가 너무 고생하신 것 같아 죄송스러운 마음이 가득했답니다. 특히 어머니께서는 양념 게장을 맛있게 먹는 제 모습을 무척 좋아하시면서 "잘 먹어줘서 고맙다"라고 연신 말씀하셨어요.

 

이번 시어머니의 추석 밥상으로 우리 까롱이가 쑥쑥 자라리라 믿습니다. 저 역시도 시어머니의 밥상으로 무거워진 몸과 마음이 가벼워짐을 느낍니다. 어김없이 찾아 오는 명절 증후군은 고부간에 서로를 조금씩만 배려하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무튼 저는 명절 증후군 없는 추석을 보낼 수 있어서 참 행복했지만, 저희를 위해 홀로 밥상을 준비해 주신 시어머니께는 참으로 감사하면서도 죄송스럽네요. 얼른 예쁜 손주 낳아서 안겨 드려야지요. ^^ 행복한 연휴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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