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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품절녀 & 남 in UK/이슈가 되는 발칙한 주제들

난임 부부가 살기 고달픈 한국이여, 제발 그만

by 영국품절녀 2014. 7. 23.

오늘은 저의 출산일 D- 99 입니다. 임신 사실을 안 것이 그리 오래 되지 않았던 것 같은데 벌써 세달만 있으면 엄마가 되네요. 아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저희는 난임 부부였습니다. 피임 없이 약 6년 동안 임신이 되지 않았으니까요. 한국에 와 보니 난임 부부가 이렇게 많은 줄은 몰랐어요. 신문 기사에도 난임 부부의 비율이 증가 추세라는 등등... 반대로 일부러 아이를 갖지 않는 사람들도 늘어난다지만 난임 병원마다 아이를 원하는 부부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고 하는데요, 실제로 제 주변에서도 난임을 겪는 부부들이 꽤 있답니다.

 

 

 

온라인 사이트에 올라오는 난임 부부들의 속마음 글들이나 주변 사람들의 사례들을 들어보면 난임 스트레스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다행히 저는 7년 동안 아이가 없었으며 작년부터 난임 검사를 하면서도 별 걱정없이 즐겁게(?) 결혼 생활을 해 왔다고 생각되네요.

 

아마도 제가 " (한국인이 거의 없는) 영국에 있었기 때문에" 나이가 있음에도 아이가 없다는 것에 스트레스는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일단 동양인들만의 우월한 특성인 동안이라는 이유로 인해 저희 부부는 나이가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인들은 항상 저희를 신혼 부부인 줄로 착각했지요. 또한 외국인들은 프라이버시를 중시하고 남의 일에 큰 관심 혹은 간섭이 없기 때문에 "아기가 왜 없냐?" 라는 질문은 받아 본 적도 없었답니다. 물론 친분이 깊어지면서 일부 지인들로부터는 자연스럽게 아이에 대한 질문을 받기는 했지만요.

 

솔직히 아이가 없어서 그동안 저희 둘은 너무도 자유로운 생활을 만끽하고 살았지요. 떠나고 싶을 때 언제든지 훌쩍~ 떠나거나, 밤 늦도록 놀고 싶으면 놀고요, 먹기 싫으면 안 먹어도 되고, 자고 싶으면 언제든지 자도 되고요. ㅎㅎ 이런 자유로운 생활이 길어지니까 '저는 가끔은 임신이 두렵다(?)' 는 생각마저 들기도 했답니다.

 

게다가 저희 시댁 및 친정으로부터 압력도 없었습니다. 제가 워낙 초긍정적인 마인드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종종 시댁 어른들은 아이가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말씀은 하셨지만, 저는 그 때마다 저도 그래요 라는 반응을 할 뿐 그저 지나치는 안부 인사로만 치부했지요. 당시 남편이 학생 신분이고 경제적으로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형편도 아니니까 그저 아이는 먼 훗날 미래의 일인 줄로만 알았어요. 우습게도 7년 동안 임신이 안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님편 공부가 끝나자마자 아이가 생길 것이라는 기대를 한 순간도 놓치지는 않았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약 두달간 살면서 우리 카롱이가 생긴 것에 대해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이 곳은 제가 생각했던 것 그 이상으로 난임 부부를 안쓰럽게 바라보고 간섭(?)하는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요. 영국에서도 일부 한국 지인 분들은 제 난임에 관심이 좀 많으셨거든요. 그렇다고 제가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는 아니었어요. 하지만 한국에 들어오니 친분이 있건 없건 만나는 사람들마다 왜 이리 남의 집안 자녀 계획에 관심은 많은지... 그저 인사치레인지 아니면 할 말이 없어서 그런건지..

 

(부부만 있는 경우) 애는 있냐? 왜 없냐? 애 없으면 금방 이혼한다. 남자 바람난다...

(하나면 있다고 하면) 왜 하나만 낳았냐? 하나면 외롭다. 둘은 있어야 한다..

(둘이 딸이면) 아들은 있어야지... 등등

 

차라리 신혼 부부나 딩크족인 경우에는 쿨하게 넘어갈 수 있지만, 아이를 무척 기다리는 난임 부부들에게 "애가 왜 아직 없냐?" 는 가슴을 후벼 파는 질문일 것이라 생각됩니다. 제 지인은 길거리에서 아이들만 봐도 눈물이 난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그런 감정은 느껴보지 못했지만, 저 역시도 아직까지 애가 없었다면 수많은 주변 사람들의 질문과 불편한 시선을 피해 다시 외국으로 나가고 싶을지도 모르겠어요. 너무나 상대방을 배려하지 못하는 주변 사람들 때문에요.

 

비록 저도 난임을 겪고 아이를 늦게 가졌지만, 난임 부부들에게 무슨 말로 위로를 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저 마음 편하게 긍정적으로 아이를 기다려야 한다" 라는 말이 정석이지만, 직접 당사자들 입장에서는 실제로 그렇게 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거든요. 특히 여자는 나이가 들면 들수록 더욱 초조해지니까요.

 

 

요즘은 건강상 아무 이유가 없는 난임 부부들이 점점 늘어난다고 합니다. 이에 정부의 경제적 지원으로 인공 수정, 시험관 시술이 있긴 하지만, 시술 과정은 부부를 지치게 만들기도 하지요. 한번에 성공하면 더없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태반이거든요. 이렇게 고달픈 난임 부부들에게 왜 이리 주변 사람들은 함부로 쉽게 말을 내뱉는지 모르겠어요. 제발 상대방을 좀 배려하는 우리 자신들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