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품절녀의 영국 귀양살이 seasno 1 (2010-2014)

한국인이 경험한 영국인의 개인주의 장단점

by 영국품절녀 2013. 6. 24.


안녕하세요? 영국품절남입니다.

지난 주는 무지하게 바빴습니다. 영국에 온 이후로 가장 바쁜 한 주가 아니었나 생각되네요. 제가 바빴던 이유는 무엇보다 지난 주 목, 금 이틀 동안 있었던 컨퍼런스에 참여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번에 제가 참여했던 컨퍼런스는 British International Studies Association (BISA)에서 주최하는 것이었습니다. 영국에서 국제정치를 전공하는 교수나 박사과정 생들에게는 가장 큰 학술대회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영국에서의 컨퍼런스 참여가 처음은 아니었지만 이 정도 대규모의 학술대회는 처음이었고, 여러 전문가들 앞에서 제 논문을 발표한다고 생각하니 조금 긴장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도 무사히 발표도 잘하고 좋은 사람들과 많이 만나 돌아오는 발걸음은 가벼웠습니다.

 

(출처: BISA)

 

지금까지 몇 번의 학술대회를 준비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점들이 있는데요, 그 중 하나가 바로 "영국의 개인주의 문화"입니다.

저희 학과에서는 약 10명의 교수 및 박사과정 생들이 이번 학회를 위해 각자 많은 준비를 했습니다. 특히 행정적인 면까지 준비하는 사람들은 더욱 분주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숙소와 교통편을 이용하는 데에 있어, 모두 각자 알아서 준비하는 모습이 제게는 꽤 흥미있게 다가왔습니다. 물론 한국사람들도 학술회의에서 같은 학교 출신 혹은 회사사람들끼리 무조건 단체행동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보통은 출발하기 전에 숙소, 교통편 및 음식점 등의 정보를 공유하고 웬만하면 교통편과 숙소는 같도록 하는 편이지요.

 

그런데 영국인을 포함한 서양인들은 컨퍼런스 외적인 부분은 온전히 개인이 알아서 할 몫이었고, 사적인 영역의 일이었습니다.

 

저는 조금 넋 놓고 준비하지 않고 있다가 부랴부랴 기차표와 숙소를 예약했습니다. 혼자서 약간의 먼 길 – 런던에서 기차를 갈아타서 약 3시간 정도 – 을 가려고 하니 확실히 심심한 것은 사실이더군요. 그리고 낯선 곳에 간다는 약간의 긴장감도 느껴져서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습니다. 더군다나 제 숙소가 컨퍼런스 장소 – 버밍엄 힐튼 호텔을 포함한 근처의 호텔 네 곳의 회의장에서 컨퍼런스가 개최되었습니다 – 약간 떨어져 있어서 그런지 기차역에 도착하는 순간 기분이 그렇게 좋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이런 개인주의가 좋은 점도 있었습니다.일단 한국과 같이 여러 사람의 의견을 조율하며 장소와 교통편 등을 정하다 보면 – 살짝 과장해보면 - 컨퍼런스 자체보다 이런 부가적인 것들을 준비하다가 힘을 다 빼기도 합니다. 한국에서 박사 학위를 한 제 친구의 말을 들어보면 지도교수랑 같이 갈 학회면 지도 교수님의 스케줄에도 어느 정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하더군요.

 

항상 빠듯한 예산 속에 생활하는 저 같은 경우에는 조금 심심했던 것만 제외한다면, 차라리 개인적으로 알아서 준비했던 것이 오히려 다행이었습니다. 작년에 한국에 다녀오느라 학교에서 제공하는 연구비를 몽땅 써 버린 저로써는, 다른 친구들처럼 비싸고 좋은 호텔에 이틀씩이나 머물기가 조금 부담스러웠습니다. 더군다나 영국의 열차는 시간대 별로 요금 차이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각자 개인 사정에 따라서 열차표를 사는 것이 오히려 더 저에게는 부담이 적었지요.

 

아래 사진을 보시면 제가 사는 캔터베리에서 버밍엄까지 열차 시간대별 가격이 나와 있습니다. 가격이 한화로 약 2만 2천원 대부터 13만원 정도까지 다양하지요. 각자의 지갑 사정과 스케줄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물론 영국의 열차 운임이 이렇게 된 데에는 민영화의 영향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출처: National rail)

 

숙소도 마찬가지입니다. 제 미국인 친구는 지금까지 한 번도 학교 연구비를 사용하지 않아 이번 기회에 몽땅 청구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가 묶은 곳은 학회가 열리는 힐튼 호텔이었습니다. 저는 그곳의 객실료 반도 안 되는 호스텔에서 묶었지요. 솔직히 살짝 부럽기는 했지만 제가 묶었던 호스텔도 1인실이었고, 실내에 텔레비전, 화장실 등이 모두 구비되어 있어서 컨퍼런스 장소에서 살짝 거리가 먼 것만 제외하면 생각보다 꽤 괜찮았습니다. 더군다나 토스트 및 커피 등의 음료까지 아침식사로 제공되다 보니, 이 곳에도 컨퍼런스에 참여하러 사람들도 꽤 만날 수 있었습니다.

 

학회 장소인 힐튼 버밍엄 (출처: Google Image)

 

굳이 문화적 차이라는 거창한 말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각각의 문화에는 장단점이 있는 듯 합니다. 한국 문화 속에서는 같은 학교 및 회사 사람들끼리 컨퍼런스를 같이 준비하면서 서로의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할 수도 있습니다. 맛있는 음식을 같이 먹고 마시며 서로의 속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겠지요. 하지만 자기 주장 센 사람 한 두 명이 숙소나 음식으로 고집 부리면 좀 난감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이에 반해 이번에 제가 경험한 영국 문화는 각자의 사생활 영역을 인정해 주기 때문에 오히려 저는 경제적인 사정상 다행이었던 것 같습니다. 다만 저녁에 다같이 모여도 술 한 두잔 정도만 하고 헤어지는 분위기라서 그런지 돌아올 때 약간 허전한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이제 학회도 끝나고, 다시 저의 평상시로 돌아와야 할 것 같습니다. 지난 한 주는 컨퍼런스 준비로 시작해서 컨퍼런스로 끝났네요. 자체도 괜찮았지만, 이틀 동안 한국과 영국의 문화적 차이를 느껴 보는 것도 굉장히 흥미로웠던 것 같습니다. 확실히 문화에 우열은 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각자가 처해있는 상황 속에서 느끼는 문화의 장단점이 있을 수는 있겠지요.


                 로그인 필요 없으니, 추천 버튼 꾸욱~ 눌러 주세요. 더 좋은 글로 보답하겠습니다. ^^